"왜 사람들이 떠날까?" 바꿔보자, '누구라도 살고 싶은' 문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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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이 떠날까?" 바꿔보자, '누구라도 살고 싶은' 문경으로
천금량 관광두레 PD 서면 인터뷰
  • 2020.12.11 10:23
  • by 노윤정 기자

"'사람들은 왜 우리 지역을 떠날까?'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우리 지역에 재미있는 일들이 많아진다면? 그러면 한 번이라도 더 놀러 오지 않을까. 그러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선후배들을 조금 더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천금량 관광두레 PD는 하나둘 문경을 떠나는 친구들을 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왜 다들 나고 자란 이 지역을 떠날까. 왜 떠난 뒤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문경에 터를 잡고 살아가면서 "언제나 친구가 그리웠다"는 천 PD는 어떻게 하면 나와 함께 부대끼며 자랐던 친구들이 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오래 살아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지 않고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 문경을 그런 마을로 만들기 위해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활동들을 시작했다.

2008  청소년 가요제 추진
2009벽화봉사단 ‘비루빡’ 창단
2012 청년작가 모임 ‘혜윰’ 창단
2014 ‘하늘씨 협동조합’ 설립
2015 ‘사이 협동조합’ 설립 자문위원 참여
2015 지역 청년창업가 모임 ‘청춘날다’ 결성
2018 행정안전부 ‘인구감소지역 통합지원 공모사업’ 선정
2019 ‘청년 공감Talk 포럼-문경과 청년, 그리고 우리’ 포럼 참여
2020 문경청년협의체 ‘가치살자’ 결성
2020 ‘지속가능한 지역살이를 위한 청년 간담회’ 진행
2020 가치살자, 행정안전부 ‘청년 지역정착 신규발굴 사업’ 용역 선정
2020 행정안전부 ‘인구감소지역 통합지원 공모사업’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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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루빡' 벽화봉사단. 본인 제공.
▲ '비루빡' 벽화봉사단. 본인 제공.

천 PD의 본업은 화가이자 문경에서 2000년 개원한 푸른화실 미술학원의 원장이다. 자연스럽게 문화예술 활동을 기반으로 하여 지역에서의 활동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처음에는 화실에 오는 제자들과 함께 벽화봉사단을 꾸려 마을 환경 개선 활동을 펼쳤다. 봉사단을 만들 당시 가진 문제의식은 두 가지였다. 경제력에 따른 예술 향유의 불평등 문제와 지역소멸 문제. 천 PD는 이에 대해 "우선 '왜 그림(예술)은 경제적 능력이 좋은 사람만이 향유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으며 "벽화봉사단을 만든 또 다른 이유는 탄광이 사라진 문경이 너무도 삭막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지역은 폐허의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내가 가진 능력으로 지역의 분위기를 밝게 변화시키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후 봉사단 활동에 동참했던 제자들이 청년이 되면서 '혜윰'이라는 청년 예술단체를 함께 설립했다. 그리고 다시 그 청년 예술가들 중 일부와 청년 창업자들이 모여 문경의 청년협의체 '가치살자'를 결성했다. 가치살자가 제안한 '달빛탐사대' 프로젝트가 행정안전부의 '2020년 청년 지역정착 신규발굴 사업'에 선정되면서 천 PD는 해당 사업의 총괄 PD를 맡고 있기도 하다.

이 외에도 천 PD는 문경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청년들과 함께했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주체가 되고 공동체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청년 인구를 지역에 유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지역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삶을 꾸려갈 터전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설명하며 천 PD는 "지역 들여다보기의 핵심은 다시 돌아오는 청년과 유입되는 청년들이 지역에서 오래 살아가며 건강한 중년으로 성장하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들의 문경 체험과 정착을 지원하는 달빛탐사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지금의 청년들은 성공보다는 성장을 원하고 '성장을 이룰 곳이 꼭 서울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문경살이 실험을 시작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지역으로 들어오는 청년들이 기반을 잡을 수 있도록 지역에 사는 네트워크 조직들이 조금만 도와준다면 수도권으로 몰리는 청년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고, 더불어 인구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지역에 새로운 에너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 주민, 그리고 '사람'을 기반으로 하여

▲ 본인 제공.
▲ 본인 제공.

천 PD가 참여하고 있는 관광두레사업도 청년, 주민들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방식의 관광사업 모델 개발을 지향한다. 단순히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관점이 아니라, 주민공동체를 기반으로 지역의 특색을 담은 주민사업체를 육성하고 그를 통해 지역관광의 혜택이 주민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문경의 경우 관광두레사업을 통해 여행객들이 문경새재만이 아니라 지역 내 다양한 곳을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했고, 3년여의 세월이 흐르면서 하이퍼 로컬(Hyper-local) 사업체들이 생기는 등 어느 정도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관광두레 PD로서 천 PD는 주민공동체 지원 시 "'지역'보다 더 세밀하게 접근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면서 "예를 들어 문경에서만 볼 수 있는 장소, 문경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 문경에만 있는 먹거리 등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깊게 접근하는 방식은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조선의 유학자 주암 채익하를 기리는 문경 '주암정'을 이야기할 때, 아름다운 경치와 더불어 40년 넘는 시간 동안 정자를 지키고 있는 채훈식 씨(채익하 10대손)의 이야기를 함께 전하는 식이다.

다만 문경을 관광·상업지역으로서 바라보는 관점과 주민들이 살아가는 거주지로서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조금 더 필요한 상황. 천 PD는 "지역민과의 마찰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외지인 유입에 대한) 갈등이 더 심했던 한 해이기도 하다"며 "지역으로 들어오는 관광객의 숫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자면 지역민과의 갈등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지혜로운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설명했다.

■ 누구라도 살아보고 싶은 문경을 위해

▲본인 제공.
▲ 본인 제공.

"긴 시간 동안 활동해 오면서 힘든 시간도 많았다. 현재도 그렇다. 하지만 위기가 올 때마다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문장이 있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나의 노력이 전승 될 뿐이다.' 이 문장을 되새김질하며 매일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역, 문경을 '사람들이 살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 수 있을까? 천 PD는 "어려운 질문"이라고 답하면서도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서로를 존중해주고 재미있는 일을 많이 만들어낼 기회가 있는 곳이 '살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 아닐까"라고 밝혔다.

이에 천 PD는 내년에도 문경을 즐거운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일 예정이다. 문경시는 청년들과의 협업 사업으로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를 위한 청년마을을 조성할 계획으로, 천 PD 역시 문경을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로 만들고 싶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노트북을 켜고 일할 수 있게 인터넷망이 모두 깔린 시골을 상상해 본다. 서울에 직장이 있지만 일주일에 2~3일은 문경에서 일하는 위성사무실 개념의 오피스, 노트북의 배터리가 태양열로 충전되는 시스템을 가진 기업 유치 등. 이렇게 문경을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도전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뜻) 농가식당, 농부장터 등을 조성해보려고 한다." 이처럼 천 PD의 머릿속에는 누구라도 살아보고 싶은 문경을 위한 새로운 상상들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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