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강원청년] 강원에서 청년들이 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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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강원청년] 강원에서 청년들이 일하는 법
  • 2020.05.02 16:07
  • by 이혜진 (들꽃사진관 대표)

강원연구원이 발표한 '강원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의 방향('20.04.28)'에 따르면 강원도 고령화 인구 비율은 2010년 15.8%에서 2020년 20.1%로 증가했다. 이는 전국 고령인구 비율이 15.8%인 것을 고려하면 높은 비율이다. 강원도는 청년 인구감소, 고령화, 저출산으로 지역 소멸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도 굳건히 자신이 나고 자란 터에 대한 애정으로 강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청년들이 있다. 또는 자신의 행복을 찾아 강원도에 정착하게 된 청년들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꽃사진관 이혜진 작가의 시선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청년들은 어떤 방법으로 강원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강원도에 머물고 있는 청년들은 많지 않다. 정착해 있는 청년들은 전국 여행객들과 디지털 매체에 친근해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일을 하는 디지털 노마드들(Digital Nomad)의 방문으로 여러 협업이 이루어 정착민들을 늘리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이 거점이 되는 핵심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 두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강원도 장성에 위치한 놀며 일하는 공간 무브노드. ⓒ이혜진

■ 놀며 일하는 공간 '무브노드'

들꽃사진관을 창업하기 전, 지역을 혼자 촬영을 다니고 있을 때 무브노드(MOVE NODE)라는 공간이 생겼다는 소식을 SNS로 접하게 되었다. 무브노드가 자리한 장성까지는 꽤 먼 거리였지만 왠지 모를 동질감에 설레며 만나러 갔던 그 날이 생각난다.

이제는 같은 창업가로서 18년도 강원 청년 촬영을 위해 김신애 대표님을 만났을 때의 감회는 신기하고 유쾌한 일이었다.

직장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자신의 사업장이 없어도 되는 '프리랜서'들이 많아졌다. 또한 처음 겪어보는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로 카페와 코워킹스페이스로 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제는 회사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도 언제든지 업무를 할 수 있는 사회의 모습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김 대표님은 고향인 태백에도 여행 와서 일할 수 있는 협업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무브노드'의 시작점이었다. 그러니까 놀며 일할 수 있는 공간 말이다.

하지만, 장성은 태백에서도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이라 손님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여행을 올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무브노드를 찾은 사람들은 하루를 더 머물기도 하며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고 자연스럽게 재밌는 프로젝트를 구상하여 협업하기도 했다. 진정으로 놀며 일을 하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 무브노드 건물 1층에 위치한 막장책방 앞에서 김신애 대표가 호탕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혜진
▲ 무브노드 건물 1층에 위치한 막장책방 앞에서 김신애 대표가 호탕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혜진

김 대표님은 호탕한 웃음과 경청으로 상대를 편안하게 만든다. 그 능력 덕분에 사람들은 협업을 생각하게 되며 많은 이들이 무브노드를 다시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무브노드의 건물 1층엔 '막장'이라는 독립서점이 자리 잡고 있다. 광부들은 '우리네 막장 인생'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막장'은 탄광 갱도 안의 작업장을 부르던 단어로 무브노드는 이를 일하는 공간 또는 인생의 마지막 장 등의 의미로 해석했다. 서점은 주기적으로 주제를 선정하여 책을 고르고 독서 모임을 가진다.

2년 전에는, 태백시의 지원을 받아 '작은 미술관'을 오픈하면서 지역에 있는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도 하고, '찰칵원정대'를 모집하여 태백의 최초 아파트인 '화광아파트'를 사진으로 기록하여 참여자별 전시를 하기도 했었다. 

또한 강원의 청소년들과 지역문제 해결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지역 내 기관들과 협력한 '해커톤', 무브노드를 시작으로 며칠을 목적지까지 걷는 '느린시간걷는생각'을 기획해 진행했다. 특히, 할 일들을 적당히 제시해 주고, 한 달 동안 태백 장성에서 살아가는 '한 달 살기 프로젝트'로 인해 어느 한 부부는 태백에 홀딱 반해 이주를 결정하기도 했다. 

ⓒ무브노드
ⓒ무브노드

이렇게 재미난 일들을 벌이고 있는 대표님도 고민이 있었다. 필자가 곁에서 보았을 때 태백 토박이시지만, 도시에 있던 시간이 너무 길어 주민들께 먼저 다가가는 일이 많이 힘들어 보였다. 또한 무브노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하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많이 없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무브노드'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무브노드'는 3년이라는 세월 동안 수많은 협업자와 관계를 만들어 왔다. 이제는 그만큼 입지도 많이 다져졌다. 당연히 없던 여유도 생기기 시작했다. 김 대표님은 "이제는 지역주민들과 놀며 일하는 사업들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다짐이, '태백 장성'이 탄광으로 활황(活況)일 때만큼 성장하는 데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지역에 물결을 일으키자. '더웨이브컴퍼니(TWC)'

지역에 큰 물결을 일으키려는 이들이 있다. 강릉의 바다, 바람 이미지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더웨이브컴퍼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10월, 강릉 명주동에 위치한 '더웨이브컴퍼니'의 코워킹 스페이스 '파도살롱'을 찾았다. 공간을 찾기 전까지는 막연히 강원도에서 워낙 많은 행사와 일을 하는 팀이라 '으쌰으쌰' 파워 넘치는 공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파도살롱의 분위기는 사뭇 차분하고 잔잔함 속의 열정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 강릉 명주동에 위치한 '더웨이브컴퍼니'의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 전경. ⓒ이혜진
▲ 강릉 명주동에 위치한 '더웨이브컴퍼니'의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 전경. ⓒ이혜진

강릉에 물결을 일으키기 위해, 세 사람이 강릉으로 들어와 힘을 합쳤다. 먼저, 강릉 출신이라는 김지우 대표님. 토박이에게서 우러나는 관심과 애정으로 강릉을 더 좋은 도시로 만들고 싶어서 돌아와 지금의 '더웨이브컴퍼니'를 설립했다. 

산과 바다가 있는 강릉이 매력적인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강릉에 와서 어떻게 하면 재밌게 놀 수 있는지, 어디를 가야 하는지,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는 하나도 없었다. 김 대표님은 그 지점들을 연결해 강릉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싶었다. 이를 통해 강릉의 지역문제를 해결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 한다.

▲ 2019년 10월, 촬영을 진행한 김지우대표님과 최지백대표님 모습. ⓒ이혜진
▲ 2019년 10월, 촬영을 진행한 김지우대표님과 최지백대표님 모습. ⓒ이혜진

파도살롱을 맡아서 운영하는 최지백 대표님은 김 대표님과 대학 동기이다. 학사 장교를 지내고 있던 당시 최 대표님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일까? 라는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김 대표님과 이창석 디렉터님과 함께 '더웨이브컴퍼니'를 꾸리게 된다. 현재는 우리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의논하고, 같이 공유할 사람들을 찾기 위해 강릉으로 이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창석 디렉터님은, "내 삶의 무게 중심은 내가 확실히 잡아야겠다"는 인생의 좌우명이 있으셨다. 촬영을 같이 진행하진 못했지만 삶의 무게 중심을 회사나 타인에 의해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김 대표님과는 10년 가까이 알고 지내면서 김 대표님의 고향 '강릉'에 대한 주제로 같이 뭔가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고, 그 대화 속에서 김 대표님의 제안으로 '더웨이브컴퍼니' 함께 창업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더웨이브컴퍼니'는 솔숲과 바다 앞에서 클래식 공연을, 지역 예술가들과 방문객감소를 겪고 있는 망상해수욕장에는 이미지 변신을 끌어냈다. 이처럼 '강릉'의 특색을 담아 새로운 문화를 입혀 사람들에게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고 있다.

▲ 더웨이브컴퍼니 '망상연어페스타'. ⓒ더웨이브컴퍼니
▲ 더웨이브컴퍼니 '망상연어페스타'. ⓒ더웨이브컴퍼니
▲ 더웨이브컴퍼니 '2019 로컬 포럼'.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 더웨이브컴퍼니 '2019 로컬 포럼'.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에 몸 담고 있는 필자로서 반가운 활동은 강원로컬크리에이터들을 연결해주는 컨퍼런스와 '033크리에이터스포럼'이다. 강원도는 워낙 크고 각 도시 간의 물리적 거리가 멀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어떤 공간을 만들었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알기 어렵다. 더웨이브컴퍼니의 활동들로 사람과 청년들이 모여 '강원도', '로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나눈다. 이 소통의 장으로 강원 지역의 커뮤니티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더웨이브컴퍼니'를 통해 많은 강원 청년들이 연대하고 성장하고 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연대를 만들어 또 다른 물결을 만들어주는 더웨이브컴퍼니는 끊임없이 강원 청년들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주는 회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앞으로 '더웨이브컴퍼니'의 활동 덕분에 청년들이 강원도 곳곳에 들어와 정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혜진 (들꽃사진관 대표)

필자는 강원도 정선에서 나고 자랐다. 한때는 답답한 강원을 벗어나고 싶어 훌쩍 떠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보니 강원의 매력을 알게 되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현재는 들꽃사진관을 운영 중이다. '어디를 가든지 마음을 다해 가라'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오늘의, 바로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다. 

18-19년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관한 '나, 강원청년' 아카이빙 프로젝트에 참여해 강원도에 정착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본고는 촬영 당시 나누었던 대화, 공간에서 느꼈던 감정을 진솔하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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