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강원청년] "내 고향에서 나고 자란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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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강원청년] "내 고향에서 나고 자란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 2020.05.16 16:40
  • by 이혜진 (들꽃사진관 대표)

강원연구원이 발표한 '강원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의 방향('20.04.28)'에 따르면 강원도 고령화 인구 비율은 2010년 15.8%에서 2020년 20.1%로 증가했다. 이는 전국 고령인구 비율이 15.8%인 것을 고려하면 높은 비율이다. 강원도는 청년 인구감소, 고령화, 저출산으로 지역 소멸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도 굳건히 자신이 나고 자란 터에 대한 애정으로 강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청년들이 있다. 또는 자신의 행복을 찾아 강원도에 정착하게 된 청년들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꽃사진관 이혜진 작가의 시선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나처럼 나고 자란 농산물을 먹는다는 것은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일까? 

■ 화천 청년농부 송깨언니, 너래안
 
강원도에 내려와 필자의 일상을 SNS에 올리기 시작한 후부터 이상하게 너래안의 송주희 대표가 필자의 SNS 알고리즘에 걸렸다. 그 후 종종 SNS를 통해 일상을 구경했던 터라 송주희 대표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 설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 청년농부, 너래안의 송주희대표님. 6년째 농사일을 하고 있다. ⓒ이혜진
▲ 청년농부, 너래안의 송주희대표님. 6년째 농사일을 하고 있다. ⓒ이혜진

화천은 처음이었다. 너래안에 도착했을 때,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근처 부대에서 들리는 소리라 했다. 온 마을에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가 생소했다. 생소한 소리와 동시에 시작된 우리의 대화 속에서 송 대표의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또한 질문 하나에 5개의 대답이 돌아와 대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송 대표는 화천에서 콩ㆍ들깨ㆍ잡곡 농사를 짓고 있으며 최근엔 애플수박까지 생산하고 있다. 필자의 할머니도 조그마한 산릉선에다 콩과 깨 농사를 했었다. 가을 무렵 콩과 깻잎, 깨를 수확하는 시기에는 필자까지 합류해서 밭일을 할 정도도 일이 많았다. 다 따서 키에 켜고 골라내는 작업이 정말 힘들었다.

할머니의 땅은 조그마한 땅이었지만 너래안의 땅은 넓다. 수확 때 뿌듯한 감정은 둘째치고 정말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송 대표는 농사일을 벌써 6년째 하고 있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놀란 채 있으니 송 대표가 수줍게 웃었다.  

송 대표는 농사를 지으면서 모든 것이 내 손에서 시작되는 이 과정이 하나하나 소중하다는 걸 느낀다고 한다. 변화무쌍한 자연에 앞에 담대해져야 하는 이유는 올해 심은 곡식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가족의 생계가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매일 날씨에 예민해지곤 하지만 내공이 쌓이면서 갑작스러운 변수에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그걸 함께 감당해줄 수 있는 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아들이 곁에 있으니 든든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 너래안의 볶음참깨. ⓒ이혜진
▲ 너래안의 볶음참깨. ⓒ이혜진

송 대표가 1년 동안 고생하여 따낸 수확물들은 들기름ㆍ참기름으로 만들어 판매하는데 이 또한 인기가 대단하다. 명절 행사는 물론, 평소에도 재구매율이 높다고 한다. 송 대표는 스스로 수확한 농산물이 '좋은 먹거리'라는 자부심이 남다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과정을 보지 못하니 구매할 때 의심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송 대표는 자신의 모든 농사 과정을 SNS로 공유하여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택했다. 

페이스북을 시작으로 이제는 영상까지 섭렵하여 유튜브 '화천부부'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소통으로 신뢰가 쌓여 구매율도 높아졌다. 게다가 종이완충제를 이용한 포장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었다. 

이쯤 되니, 이미 훌륭한 농부가 된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을까 궁금했다. 송 대표는 "그동안 외부활동을 많이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통해 농사나 사업, 행사기획 등을 많이 배워왔으니, 이제는 지역 안에서 우리 동네 안에서 다 해보고 싶다"라는 계획을 밝혔다. 

▲ "거창한 행사를 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즐거움을 찾아가는 그런 삶". ⓒ이혜진
▲ "거창한 행사를 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즐거움을 찾아가는 그런 삶". ⓒ이혜진

송 대표는 "요즘 제일 재밌는 일은 동네 친구들 만나는 일"이라고 했다. 아기엄마, 귀농ㆍ귀촌한 친구들, 공무원인 친구도 있고, 철물점 아들에, 사진작가까지 다양한 직업군이 모여 동네 친구들끼리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겁다고. 거창한 행사를 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즐거움을 찾아가는 그런 삶을 지향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농촌에서 청년들이 모이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일이다. 일단 청년이 없기도 하고, 모인다 해도 각자의 집까지의 거리가 멀어 금방 흩어지기 때문에 모임을 오래 지속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화천은 송 대표와 남편 김윤철 그리고 아들 김래안을 중심으로 소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었다. 이들로 화천에 재미난 일이 벌어질 거란 생각에 벌써 기대가 된다. 
 
 
■ 평창의 메밀로 빵 만드는, 브레드메밀

▲ 강원도 평창시장안에 자리잡은 브레드메밀. ⓒ이혜진
▲ 강원도 평창시장안에 자리잡은 브레드메밀. ⓒ이혜진

브레드 메밀 최효주 대표를 촬영한 건 2018년 가을 무렵이었다. 최 대표는 한 마디로 "모든 만남에 최선을 다하고 자기 일 또한 미루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 표현할 수 있다. 

필자가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평창의 '감자꽃스튜디오'에서 행사가 있어 강원청년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며 밤새워 먹고 마시고 했던 날이었다. 최 대표는 늦은 새벽 시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결국 그날 하루를 꼬박 지새우고 새벽 6시, 평소처럼 가게로 나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빵 반죽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필자도 얼른 눈곱을 떼고, 최 대표님의 빵 만드는 모습을 3시간가량 촬영하면서 그녀의 평창 정착기와 브레드 메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 브레드메밀의 최효주 대표. “모든 만남에 최선을 다하고 자기 일 또한 미루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이혜진
▲ 브레드메밀의 최효주 대표. “모든 만남에 최선을 다하고 자기 일 또한 미루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이혜진

최 대표는 평창에 내려왔을 때 평창 하나로마트 빵집에서 일했다. 그때만 해도 평창은 그저 고향, 일상적인 공간, 그래서 특별한 구석을 찾지 못하던 곳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인근 학교의 원어민 교사와 친해지게 됐다. 최 대표에게 일상적이고 특별하지 않은 평창은 외국인 친구에게는 특별한 곳이었다. 

최 대표는 평창을 색다르게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이 재밌었다. 그 친구가 데려가 준 농장에서 지역 농산물을 빵에 접목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문득 떠오른 것이다. 

▲ 평창의 작물 '메밀'을 사용해 만든 브레드메밀의 빵 ⓒ이혜진
▲ 평창의 작물 '메밀'을 사용해 만든 브레드메밀의 빵 ⓒ이혜진

그렇게 시작된 브레드메밀이다.

사실 메밀가루는 반죽이 어려워 빵을 만들기엔 적합하지 않은 재료이다. 최 대표는 평창의 작물인 '메밀'을 살리고 싶어 많은 연구를 해왔다. 메밀 빵을 꼭 성공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고 '평창 봉평 영농조합 장호식 대표'와의 잦은 만남으로 메밀로 빵 만드는 것에 대한 조언과 끊임없는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성수기 때는 물론 비수기 때도 연달아 '빵 매진'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매장에 방문하는 사람이 줄어 요즘은 '빵 꾸러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꾸러미 상자에 들어갈 빵 메뉴를 SNS 올리고 주문한 사람들에게 보내드리는 건데 이것도 금방 매진이다. 잠시 고민하는 순간 눈앞에서 마감 소식을 볼 수 있다.

▲ 성수기 때도 비수기 때도 연달아 '빵 매진'을 기록하는 브레드메밀 ⓒ이혜진
▲ 성수기 때도 비수기 때도 연달아 '빵 매진'을 기록하는 브레드메밀 ⓒ이혜진

최 대표는 요즘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고 했다. 바로 마을을 만드는 것. 일명 '자급자족 순환마을'이다. 평창의 농부들과 함께 재료를 구하러 산에 함께 가기도 하고 그들이 재배한 농작물들을 함께 요리해 먹어보면서 재료를 이해하는 시간을 보내다 이런 사람들이 한 마을을 꾸리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빵집 옆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어떤 사람은 소를 기르면서 치즈를 만들고, 어떤 사람은 닭을 키워 달걀을 팔고 그 재료들로 최 대표는 빵을 만들고 누군가도 음식을 요리하고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하나도 버릴 게 없는 그런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필자 또한 마을 속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서인지, 이 상상이 공감이 갔다. 마을에서 사업하고 있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 상상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왠지 최 대표는 해낼 것만 같다. 사람들을 대할 때의 최 대표의 따뜻한 말과 시선, 그리고 모임과 행사 때마다 한가득 빵을 나누던 모습을 봐온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최 대표는 해낼 것이라며 모두 고개를 크게 끄덕일 것이다.  

 

이혜진 (들꽃사진관 대표)

필자는 강원도 정선에서 나고 자랐다. 한때는 답답한 강원을 벗어나고 싶어 훌쩍 떠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보니 강원의 매력을 알게 되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현재는 들꽃사진관을 운영 중이다. '어디를 가든지 마음을 다해 가라'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오늘의, 바로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다. 

18-19년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관한 '나, 강원청년' 아카이빙 프로젝트에 참여해 강원도에 정착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본고는 촬영 당시 나누었던 대화, 공간에서 느꼈던 감정을 진솔하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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