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맞이] "불교가 느리죠? 그래도 결국 꽃을 피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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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맞이] "불교가 느리죠? 그래도 결국 꽃을 피울 겁니다"
박주언 사람과 사회적경제 센터장 인터뷰
  • 2020.04.29 11:30
  • by 김정란 기자

법정스님의 책 제목이기도 한 '무소유'는 이제 사람들이 불교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 중 하나다. 채움보다는 비움을 우선시하는 불교인만큼 '경제활동'과는 왠지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사회적경제'라면 얘기가 다르다. 공적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 생산에 나서고 있는 불교 사회적기업인들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50개 안팎의 불교 사회적기업이 활동 중이다. '사람과 사회적경제'는 그러한 뜻을 가진 불교 사회적기업 창업을 지원, 육성하는 일을 10년째 돕고 있다. '사람과 사회적경제' 박주언 센터장은 "불교는 전반적으로 좀 느리다. 하지만 결국 꽃을 피울 것"이라며 불교와 사회적경제가 서로 시너지를 내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30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박 센터장을 만나 "왜 불교와 사회적경제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사람과 사회적경제 박주언 센터장. ⓒ라이프인
▲ 사람과 사회적경제 박주언 센터장. ⓒ라이프인

 

Q. 어떻게 불교 사회적기업 창업 육성을 시작하게 됐나?

대학 시절 소위 '운동'도 하고, 사회에 나와서는 사업도 해봤다. 사업을 할 때 자본주의의 극단까지 가봐서 이런저런 폐해를 많이 경험했다. 그러다 정부에서 사회적경제를 육성한다고 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2011년 사회적기업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창업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종교가 가지고 있는 정신과 사회적경제 정신의 출발점이 비슷하고 생각하게 돼 불교가 가진 여러 가지를 공부하면서 사회적경제를 종교계에 확산하려고 노력했다. 불교는 흔히 얘기하는 '무소유'라는 정신이 있고, 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의 이중성이나 약탈성에 대한 대안으로 시작되지 않았나? 그런 점이 궤를 같이한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종교는 좀 보수적이다. 종교적 특성과 캐피털리즘은 어울리기 어렵다. 그 사이에 '소셜'이라는 공통분모가 종교와 경제를 연결하는 키워드가 되리라 생각했고, 두 번째는 정부 정책으로 시작한 사회적경제의 경직성을 종교가 자연스럽게 대중화하고 철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불교와 사회적경제를 연결하는 노력을 시작하게 됐다. 

Q. '돈을 번다'라는 것에 대한 종교인들의 거부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 비움을 강조하는 불교인만큼, 스님들이 경제활동을 낯설어했을 것 같다. 

경제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고민이 돼 원래 알고 지내던 큰스님들께 여쭤봤다. 그랬더니 "경제활동도 사람이 사는 것인데 할 수 있지. 사회적경제는 뜻도 좋은 것 같다"고 하시더라. 부처님 경전에도 일하고 사는 것, 즉 경제활동이 기본 도리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부분이 있다. 선한데 쓰면 가치있는 것이고, 사익을 취하면 문제가 된다. 좋은 일로 돈을 벌고, 공적으로 돈을 쓰는 사회적경제와 불교가 잘 맞는 부분이 있다.

그래도 쉽지는 않았다. 최근 스님들의 협동조합이 처음 나왔다. 교육 시작하고 10년 만에 나왔다(웃음). 처음에는 정치적 활동이라고 오해를 하시기도 했다. 아무래도 외부에 대한 경계가 있으니까. 원래 한 백 대는 살아야 지역 주민으로 인정해주지 않나(웃음). 들어가는 사람이 접고 들어가야지. 중요한 건 결과라고 생각했다.

Q. 10년간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교육을 했나?

센터 전반기에는 일반적인 신도들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 아무래도 저변을 넓혀야 하니까. 봄가을 100여 명씩 배출해냈다. 저녁때까지 서로 네트워킹해주고, 정부 제도와 연결해주고, 창업육성 지원기관으로 연결해주기도 했다.

후반기는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시작했다. 스님들이 직접 공부해서 창업하도록 유도하는 교육을 했다. 조계종이 총무원, 포교원, 교육원 등으로 구성되는데 교육원에서 스님들 교육과정에 사회적경제 과정을 넣어서 스님들이 교육받도록 2015년부터 제도권에 집어넣었다. 다음 주에도 스님들 오셔서 교육을 받으신다. 소셜미션, 협동조합, 마케팅, 콘텐츠 등에 대해 교육한다. 현재 100여 명이 우리 센터 교육을 받으셨다.

Q. 스님들에게 경제 교육하는 것에 특별한 점이 있나?

경제활동을 안 해보신 분들이라 힘든 점도 있지만, 협동조합을 만드는 건 오히려 더 쉬웠다. 조직을 만들 때 제일 갈등 생기는 것이 돈 문제 아닌가? 스님들은 일반인보다 그 부분을 내려놓으신 분들이다 보니 그런 문제가 없다. 대신 시장에 나갔을 때 경험 부족하니 마케팅 등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그건 내가 해드리겠다"고 한다. 그간 만들어놓은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으니까.

또 불교는 종교 특성상 조직이 좀 느슨한 편이다. 그런데 사회적경제는 지속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조직을 좀 탄탄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빡세게' 한다(웃음). 불교가 여러 가지 특성상 좀 느린 부분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느린 불교가 나중에 결국 꽃을 피우리라 생각한다.

Q. 현재 운영 중인 불교 사회적기업이 얼마나 되나? 창업은 주로 어떤 아이템으로 이루어졌나?

부침이 있다. 창업했다 폐업하기도 하니까. 지금은 4, 50개 정도 활동하고 있다.

나는 불교가 내세울 수 있는 5대 콘텐츠가 있다고 보고 그 부분을 창업 아이템으로 연결하고 있다. 불교가 좀 느린 느낌이 있다. 그런 특성에서 나온 콘텐츠들이 내가 얘기하는 사찰음식, 명상, 친환경농산물 생산, 투어리즘, 전통공예 등 5대 콘텐츠다. 이웃 종교가 갖지 못한 것이고, 5가지 모두 전통과 연결돼 있다.

대중과 친화적으로 결합할 수 있고, 새로운 콘텐츠솔루션으로 나올 수 있는 컨텐츠들이다. 폐쇄적 공간에서 움직이던 것들을 트렌드에 맞게, 청장년층 대상으로 아이템화 할 수 있다. 요즘은 모든 사업이 라이프스타일비즈니스 아닌가. 사회적경제에 종교로서의 특징보다 전통의 색을 입히는 것을 10년 동안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이 스님들이 직접 하시는 게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님들이 직접 창업하시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다.

Q. 사회적 미션으로는 어떤 것들을 실천하고 있나?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전통문화의 보전과 계승, 생명, 환경 등이 중심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워낙 기본적으로 하시는 일이니까. 불교 쪽은 주로 전통문화 계승 보전, 현대적 해석과 일상화, 생활화가 돼 있다. 좋은 정신이 좋은 생명의 근원이라고 보고, 또 육체 건강해야 건강한 정신이 깃드니까 먹는 것에 영향이 크다. 요즘에는 생명을 다루는 태도에도 관심이 많으시다. 그리고 세 번째는 환경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신 스님처럼 환경에 관심이 있는 스님들이 많이 계시다.

Q. 교단 제도권으로 교육이 들어간 지 6년 차다. 스님들이 받아들이는 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나?

요즘에는 스님들이 교육을 많이 받으신다. 속세에서 철학을 전공하거나 유학을 다녀오신 분들도 많고, 일찍 출가하신 분들도 승가대학을 다니면서 석, 박사까지 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도 높으시고 잘 받아들이신다.

최근에는 종교에 미래를 많이 고민하신다. 3대 종교의 신도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대중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셔서 잘 받아들이시는 부분이 있다. 날이 갈수록 매체 중심으로 뇌구조 가 발달하다 보니, 생각하고 책볼 틈 안 주고, 바쁘게 산다. 다른 걸 하기 싫어하고, 일상생활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어 한다. 그런 청년들에게 맞춰 포교활동하기 위해서는 접근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신다. 사회가치 공헌을 매개로 해서 좋은 영향을 줘야 청년들도 불교에 관심을 가지지 않겠나?

▲ 박주언 센터장은 불교의 5대 콘텐츠가 전통문화와 연결된 특징적인 아이템이라고 보고 있다. ⓒ라이프인
▲ 박주언 센터장은 불교의 5대 콘텐츠가 전통문화와 연결된 특징적인 아이템이라고 보고 있다. ⓒ라이프인

 

Q.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불교의 사회적경제 참여를 도울 생각인가?

일단은 불교 자체 내의 제도화에 신경을 쓰려고 한다. 조계종단 내 불교 사회적경제 활성화법을 만들고 싶다. 종단 내 특별위원회 등을 구성해서 종법상 계속 교육할 수 있도록 해야 내가 없더라도 이 활동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콘텐츠 정착이다. 앞서 이야기한 5대 콘텐츠를 바탕으로 소셜비즈니스의 모델화를 하려고 한다. 사찰음식도 정관 스님 등은 엄청난 인기가 있다. 그 얘기는 대중적 인식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걸 기점으로 명상, 어떻게 일상 속에서 마음의 안정 찾을 수 있는지를 연결시켜야 한다. 참선 문화의 현대적 해석이다. 심리학과 결합된 명상, 음식 먹으면서 하는 명상. 일하면서 하는 명상, 숲체험하면서 하는 명상 등 다양한 방식의 명상을 할 수 있다. 

이런 연결을 통한 투어리즘 개발도 가능하다. 유명한 대형 사찰뿐 아니라 작고 좋은 사찰이 많이 있다. 토요일에 가까운 절 3사를 같이 돌고 간단한 체험하는 투어스테이지 등을 계획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고, 내국인들도 가족단위 관계회복 등에 관심이 높다. 재미있는 요소를 넣어서 소규모로 절에 가서 이야기도 듣고 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

농산물은 판로가 쉽지 않아서 특화해서 패키지 상품을 만들 생각이다. 이미 비구니 스님이 영농조합을 만들어 하고 계신 곳도 있다. 특산물을 생산하고 지역 다문화아이들도 돕는 방식이다.

사찰에서 사회적 공헌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지 몰라서 못 하신 분들이 많았다. 사찰이 지역에 많다 보니 어르신들 돌봄을 많이 하고 계셨다. 전통문화도 계속 계승 노력을 하고 계신다.

심각하고 아쉬운 점은 염가 중국산 제품 문제다. 우리 전통 제품을 보고 싶어서 찾는 관광객들에게 싸구려 중국산을 파는 것이 전통을 말살하고 있다. 이제 외국인들도 다 안다. 자본의 논리로 망치면 이도 저도 아닌 게 된다. 그래서 전통 공예, 예술 활성화하려고 한다.

Q. 불교 사회적기업을 바라보는 대중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첫 번째는 종교와 사회적경제는 상호의존관계라는 점이다. 종교가 사회적경제의 대중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사회적경제가 종교의 대중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면 좋을 것 같다.

또 하나는 종교 안에서 사회적경제를 이루려고 하는 의미를 봐달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불교 사회적기업을 이용하고 참여하는 것이 불교의 신도 수를 늘리거나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선입견 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상생활과 경계선이 없고, 안과 밖이 다르지 않다. 사회적경제 입장에서는 종교는 하나의 카테고리이고, 종교에서도 사회적경제가 그냥 한 카테고리다. 특정 종교와 그 종교의 사회적기업 참여를 동일시할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Q. 센터가 벌써 10년을 맞았다. 앞으로 10년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불교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가 발전하려면 공부하고 철학 가져야 한다. 사회적경제의 향후 10년은 철학적 기반을 어떻게 가져야 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을 할 때가 됐다. 우리나라 사회적경제는 자생적이기보다는 정부 정책을 중심으로 시작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이지 않았나? 그런 데서 생기는 부작용들이 지금도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사회적경제를 키우려는 정부 제도를 수용하는 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사회적경제도 철학적 기반을 준비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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