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맞이]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사찰음식으로 만나는 부처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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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맞이]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사찰음식으로 만나는 부처님 마음
스님들이 만든 최초의 협동조합 템플셰프 이사장 동원스님 인터뷰
  • 2020.04.29 11:51
  • by 김정란 기자
▲ 템플셰프 이사장 동원스님. ⓒ라이프인
▲ 템플셰프 이사장 동원스님. ⓒ라이프인

 

동사섭(同事攝),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수행 방법 중 하나라고 한다. 중생과 함께 일하고 생활해 생사고락을 같이해 불도에 이르게 돕는 방법이다. 수행하는 스님이지만, 세속의 조직, 협동조합으로 '동사섭'을 실천하고 있는 스님들이 있다. 스님들이 만든 첫 협동조합 '템플셰프'에 함께 하는 스님들이 그들이다.

사찰음식 전문가인 비구니 스님들이 힘을 합쳐 만든 협동조합 '템플 셰프'는 지난 3월 설립허가를 받은 따끈따끈한 신생 협동조합이다. 이사장인 동원스님은 "이렇게 주목받을 일은 아니고, 그저 소박한 협동조합"이라며 웃었지만, "요리를 가르쳐주는 기능적인 부분보다는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사찰음식 강의를 할 것"이라는 단단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30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 협동조합 템플셰프의 이사장 동원스님을 만나 스님들의 협동조합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스님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요?

동원스님을 비롯한 6명의 비구니 스님은 어떻게 '사회적경제'와 함께 하게 됐을까? 이들은 모두 불교문화사업단 승가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딴 사찰음식 전문가들이다. 스님들은 서로 다른 절에 소속돼 있고, 사업단의 사찰음식 강의를 하는 인연으로 만났다. 이미 사찰음식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는 스님들은 왜 협동조합을 꾸렸을까?

동원스님은 "부처님 말씀 중에 '회향(回向)'이라는 것이 있다. 자기가 먼저 닦은 공덕을 다른 중생이나 자기 자신에게 돌리는 것이다. 우리끼리 좋은 일도 하면서, 사찰음식 교육의 저변을 넓혀볼 수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사찰 음식이 시설, 공간도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 돈이 필요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러던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을 만나게 됐다"라고 말했다.

동원스님은 "사찰 음식은 셰프나 애호가 등 배우는 분들이 계속 배운다. 소외된 분들은 돈이 들기도 하고, 기회도 없어 배우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그저 축제 때 와서 한 그릇 먹고 하는 것을 문턱을 낮춰서 우리가 가보면 어떨까'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이 시작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강의 말고 외부활동을 접할 일이 거의 없다 보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것. "그냥 생각만 하고 뜻을 접어야 하나 하던 차에 사회적경제 교육을 듣다 보니 '우리가 원했던 게 이거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첫 스님들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 사찰음식은 뭐가 다르냐고요? 궁중음식부터 향토음식까지

음식을 만드는 요리 클래스는 이미 많이 있다. '사찰음식 수업'은 무엇이 다를까? "먹는다는 것은 기능적인 것이다. 육체를 움직이기 위한 에너지를 섭취하는 일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10을 먹어도 에너지로 10만큼 다 흡수하지 못하는데 그 원인은 마음에 있다고 본다. 불편한 자리에 있으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지 않나? 소박한 음식이어도 마음이 편안하도록, 그러면 10을 먹은 것으로 20을 섭취할 수도 있다. 음식을 하는 사람의 마음 자세 등을 통해 영양가가 배가되고 넉넉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사찰음식 교육이다. 요즘 '즐겁게 먹으면 0칼로리?'라고 한다는 말을 봤는데 그게 딱 부처님 말씀이랑 같다. 마음의 자세에 관한 것이다. 강의할 때도 그렇게 얘기하니까 딱 알아듣더라(웃음)"는 동원스님의 설명으로, 사찰음식 수업이 단지 요리법 수업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님은 "부처님 말씀 중에 '나는 좋은 의사, 훌륭한 의사와 같아 그 사람의 아픈 상태를 보고 처방전을 쓴다. 하지만 먹고, 안 먹고는 그 사람에게 달린 것이지 나의 허물이 아니다'라고 하신 말씀이 있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 자세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그런 마음가짐을 갖도록 도와주는 수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스님들이 하는 공부가 마음을 한 켜 한 켜 헤짚어서 들여다보는 공부다 보니 일반인들보다는 대체로 이런 것에 훨씬 전문가"라며 마음을 들여다보는 음식 수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찰음식의 또 다른 매력은 궁중음식부터 향토음식까지 우리 한식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원스님은 "궁중에서나 먹던 두부가 임금님 제사를 통해 대중화된 조포사의 경우처럼 사찰음식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된 한식이 많다. 또 스님들이 속인일 때 여러 지역에 살다 모이니 사찰음식은 각 지역의 향토음식도 다양하게 모여있다"고 사찰음식이 대중에게 색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 템플셰프는 사찰음식의 문턱을 더욱 낮춰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만들어진 스님들의 협동조합이다. ⓒ라이프인
▲ 템플셰프는 사찰음식의 문턱을 더욱 낮춰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만들어진 스님들의 협동조합이다. ⓒ라이프인

■ 템플셰프의 계획이 실현될 2020년

그래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계획들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코로나19로 많은 계획이 뒤로 미뤄졌다. 강의가 대면 행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획 실현을 위한 발걸음은 부지런히 옮기고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앞서 노인처럼 먹는 것에 어려움 겪고 있는 사람들이 집에서 손수 해먹을 수 있는 것을 싸가거나, 배워서 만들어 가져가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시작하지 못했던 계획들도 차차 다시 실행할 예정이다. 원래 올해 초 광주의 한 병원을 찾아 환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계획이 있었는데 코로나 위기가 지나가는 대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도 시작할 예정이다. 동원스님은 "요즘 공유부엌처럼 같이 음식을 할 수 있는 공간들도 생기고 있더라. 그런 곳을 이용해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눔을 할 계획도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더욱 어려움을 겪은 이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나눔을 하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깍두기 500인분을 제공한 것. 불교의 방식대로 마늘, 액젓 등이 들어가지 않은 깍두기였다.

이날 제공된 깍두기처럼 템플셰프의 사찰음식은 가급적 전통의 방식을 추구하고, 불교의 계율에 어긋나지 않는 방식에서 만들어진다. 동원스님은 "우리 수업을 듣는 분들 중에 전문 셰프들도 많이 온다. 퓨전은 그런 분들의 몫이고, 우리는 본래의 방식에 맞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사찰음식은 조리 시간이 짧고 단순하다. 수행에 정진해야 할 스님들이 음식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스님은 "조리법은 단순하지만, 그때 가장 좋은 제철음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하고 재료비 가격이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 어깨너머 배운 사찰음식의 문서화도 중요한 소임

템플셰프 스님들은 앞으로 다양한 메뉴를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만큼, 사찰음식을 문서화하는 것도 중요한 계획으로 보고 있다. 동원스님은 "우리 때는 어깨너머로 배우면서 음식을 익혔는데, 이걸 꼭 문서로 잘 남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계량 등 문서로 보고 배울 수 있게 하면서, 불교의 율법에 어긋나지 않는 레시피를 남겨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스님들이 '협동조합'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세속의 언어'다. "행정적인 면이 제일 어렵다. 마음은 이만큼인데 참 어렵다. 전문 용어도 많고…"라며 웃은 동원스님은 이날도 다른 '이사 스님'들과 만나 협동조합 '사업'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논의하느라 바빴다. "그래도 최대한 도움 안 받고 우리끼리 몸으로 부딪쳐보려고 한다. 그래야 다음 것도 해볼 수 있을 테니까"라며 '사업가'로서의 다짐도 내놓았다.

종교인의 경제적 활동에 대한 외부의 시선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다소 조심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스님의 대답은 의외로 명쾌했다. "스님들 수행정진 하면 어느 방 법당에 앉아서 목탁 치고 하는 것만 떠올리지 않나. 그것도 수행 정진이지만 다른 모습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수행정진은 결국 '회향'하려고 하는 것이다. 혼자 살려고 하는 아니라 사람과 사람끼리 관계를 맺고, 잘 살려고 하는, 이런 업을 하는 것도 수행"이라며, 템플셰프의 '사회적 의미'를 강조했다. 동원스님과 템플셰프 스님들은 "요리를 가르치고 하면 좋은 일만 생길 수 있나. 안 좋은 일도 내 안의 것으로 받아들여서 갈고닦는 것도 수행이다. 이런 일도 또 다른 수행의 모습"이라며 회향을 위한 거침없는 발걸음을 옮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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