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서 지속가능한 삶은 어떻게 가능할까? 코로나19와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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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에서 지속가능한 삶은 어떻게 가능할까? 코로나19와 기본소득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28일 시작
  • 2021.04.29 12:07
  • by 김정란 기자

생각지 못한 위기의 순간, 우리 손을 잡아줄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큼 다행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럽게 경제활동이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이러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 대한 관심도 높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연구원,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킨텍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가 28일 시작됐다.

이날 국제컨퍼런스 첫 순서로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사라트 다발라 의장이 '세계 기본소득 운동으로부터 얻는 교훈'에 대한 특별 연설 시간이 마련됐다.

▲ 사라트 다발라 의장. 온라인 갈무리
▲ 사라트 다발라 의장. 온라인 갈무리

사라트 다발라 의장은 '기본소득 : 인도의 변혁적 정책'의 공동 집필자로 2014년 동료 연구자들과 기본소득인도네트워크를 설립했다. 현재 하이데라바드에서 도시 쓰레기 수거와 분류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실험하는 연구를 영국 배스대학교 닐 하워드 박사와 공동 진행 중이다.

사라트 의장은 특별연설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기본소득 실험이 보여주고 있는 것들과 그를 통해 나온 질문들을 던졌다.

사라트 의장은 "전 세계적으로 정부나 NGO의 시범 프로젝트와 정책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들이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기본소득은 보편, 개별, 정기, 현금, 무조건성이라는 다섯 가지 원칙이 있는데 이 중 무조건성이라는 가장 급진적 성격을 띠고 있는 원칙이 가장 많이 실험되고 있다. 5가지 원칙 중 어떤 것을 배합하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 제도에서 불충분성의 문제와 비효율성의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지급, 관리비용이 너무 많아 비효율성이 심각해지고 목적 달성에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럽의 많은 지역, 미국 등의 실제 복지 체계라는 것이 혜택 수혜자들에게 수치심을 주는 경우가 많다. 실제 제공하는 쪽과 수혜자간의 권력 관계가 만들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특정조건을 충족 못하면 수혜가 안 이루어지고, 그럼 다시 빈곤 상태로 돌아가는데 그것은 그 사람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복지 제도는 받는 사람들에게 낙인이 된다. 현 복지제도의 유해한 상황을 봤을 때 많은 이니셔티브들이 무조건적 기본소득제가 사람들과 그들의 후생에 긍정적 영향 미친다는 것이 우리가 배우는 교훈이다. 기본소득이 현재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라트 의장은 기본소득제의 무조건성에 대해 "제도에 대한 개인의 신뢰를 구축하고 개선한다. 핀란드 실험 보면 기본소득을 받는 집단이 무조건적 소득을 받지 못했던 대조군에 비해 스트레스를 덜 받고 건강하다. 나미비아, 인도의 실험에서도 무조건적 소득은 건강, 교육, 자산구축, 권한 부여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무조건적 소득은 스스로 결정 내리는 권한을 준다는 점도 중요하다. 무조건적 소득은 자신을 대신해 외부인이 선택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을 한다. 투표에 있어서 선택, 행위주체성을 신뢰하는데 정작 국민 자신의 삶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모순적이다. 스스로 선택하게 했을 때 돈이 가장 필요한 곳으로 간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볼 수 있다.

또 소득 흐름에 대해 안정감을 느끼고, 결과적으로 스트레스 감소, 정신적 안녕으로 이어진다. 정신적 안녕이 있을 때 사회 전체의 건강이 개선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사회는 확실히 더 생산적이고, 창조적"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종종 기본소득에 대해 정부가 기본소득을 주고 손을 뗀다는 문제가 제기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보듯 정부는 기본소득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정 경제영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사라트 의장은 마지막으로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특별연설을 마쳤다. 그는 ▲자연이 우리에게 무조건적 풍요를 주었는데 우리는 왜 이런 조건적인 제도를 만들어냈을까? ▲초소비주의를 필요로 하는 성장중심 경제가 지구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할 것이라는 점 ▲기술 발전의 단계가 인공지능이 부를 만들 수 있는 단계가 됐는데 이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사유재산 제도를 많이 바꿔야 인류와 지구 모두에게 좋은 방식으로 분배될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지역화폐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역에너지, 자원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을 숙고해야 한다며 특별연설을 마쳤다.

▲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온라인 갈무리
▲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온라인 갈무리

이어진 토론에서는 세계적인 석학과 국내 기본소득 연구자 등이 모여 팬데믹 상황에서 기본소득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19 팬데믹, 우리 삶의 위기, 기본소득'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는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이 좌장을 맞고,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필리프 판 파레이스 명예공동의장, 영국 SOAS런던대학교 가이 스탠딩 전임연구교수, 영국 시민기본소득트러스트 애니 밀러 의장,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강남훈 공동위원장, 경기연구원 유영성 기본소득연구단장이 참여해 발제를 진행했다.

'21세기 기본소득' 저자 파레이스 교수는 팬데믹 상황에서 영구적인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에 접근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살펴봐야 할 점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임시적인 생존을 위한 소득, 둘째로 임시적인 회복을 위한 소득이 복지혜택으로 제공됐지만, 빠르고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다는 장점에 비해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지급돼 재원 낭비가 이뤄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파레이스 교수는 "영구적인 기본소득은 소득세 등을 통해 재원이 마련된다. 임시적인 생존 소득과 회복 소득은 (세금으로 재정을 확보하지 않아)재정 확보 방법이 영구적이지 못하다. 세제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받을 필요 없는데까지 지급되는 임시적인 소득과 관련한 단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실제로 팬데믹과 관련해 행정 복잡성 없이 시행 가능한 것은 영구적인 무조건 기본소득이다. 향후 코로나와 유사한 팬데믹 발생하면 영구적인 기본소득이 있는 상태라면 훨씬 회복이 빠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레이스 교수는 영구적 기본소득은 팬데믹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좋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 의료보건비용 등 팬데믹에서 필요한 다른 영역과 공공재원을 사용하기 위한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 생산성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극빈층 복지 등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체되는 것을 제외하고 순 비용을 봐야 한다. 의료공공투자, 인프라 투자 등에 대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재정을 배분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생산성 하락 측면은 일단 부유층의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는 것을 먼저 해야 한다. 또 기술의 진보를 잘 활용하면 생산성 하락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레이스 교수는 생산성 문제에 대해 "기본소득 제공되면 임금이 높지 않아도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21세기에는 실제 유연한 생산성이 더 필요한 시기다. 기본소득을 통해 평생 교육을 받을 수도 있고, 다시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며 생산성 측면의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이 스탠딩 교수는 기본소득이 포퓰리즘이라는 정치가들의 접근을 반박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적이라고 일축하지만, 이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반대로 금융재산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많은 소득이 흘러가는 지대자본주의를 해체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트레스, 부채가 현대사회의 심각한 문제인데 기본소득은 안정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스탠딩 교수는 "근본적으로 세제 개혁을 해야 하고, 생태학적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탄소세로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을 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공유제 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려면 세금에서 얻는 소득을 기본소득재배당의 형태로 배분해야 한다. 또 멸종의 위기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환경세가 필요하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베버리지 보고서에 따르면 베버리지는 질병, 나태, 무지, 불결함, 빈곤이 우리가 물리쳐야 하는 괴물이라고 말했다. 오늘날은 좋은 사회로 가는 것을 막는 불평등, 불안정성, 막대한 개인부채, 코로나와 같은 스트레스 팬데믹, 사회적도전으로 직멸할 멸종위기의 위험, 신파시즘적 포퓰리즘의 위험 등의 괴물이 있다.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본소득을 지금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새로운 정책은 언제나 과거에 없었던 것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애니 밀러 교수는 팬데믹 상황에서 기본소득이 해결할 수 있는 사회 문제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팬데믹과 관련한 상황에서 국가의 첫 책무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다. 최빈곤층이 이 상황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고, 빈곤과 건강 악화의 상관관계는 여러 자료를 통해 볼 수 있다. 심리적인 문제도 커지면서 가정 폭력도 심화되는데 피해자들이 탈출구가 없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본 소득은 분명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제, 저임금 형태의 노동자들, 소규모 자영업자는 장기 락다운을 견딜 수 없다. 이런 것을 고려할 때 기본소득은 팬데믹에 도움이 된다. 기본소득이 팬데믹 이전에 시행됐다면 물적 결여 문제가 미연에 방지됐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비즈니스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자영업 생존율을 상승시킨다면 팬데믹 이후 이들이 재기할 수 있을 것이다. 재택근무는 계속적인 트렌드가 될 것이고, 소매는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될 것이다. 도시의 시설들은 스포츠 문화 시설로 활용될 것이다. 새로운 이동, 방식이 팬데믹 이후 기본소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우리 사회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필요하고, 팬데믹은 핵심노동자들의 희생과 연민, 모든 사회구성원의 연민을 통해 이를 추동력으로 삼아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러 교수는 "기후위기는 여전히 위기 상황이고 인공지능과 자동화기술의 발전은 중하위 계층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재원을 감당할 수 없다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경제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물으면 그 대답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가 팬데믹을 통해 이 중요성을 깨닫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경제개혁수단으로서의 기본소득을 주제로 발제한 강남훈 교수는 "기본소득은 정치적으로 정책을 반영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탄소세 부과는 정치적으로 어렵다. 모든 물가가 오른다는 측면에서 서민들의 저항이 크다. 그런데 2019년 월스트리트저널에 발표한 기본소득 연구자들의 성명에서 탄소세 수입전액을 탄소배당으로 나눠줘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탄소세를 정치적으로 가능하게 하려면 그 배당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프랑스는 탄소세를 인상하려고 했지만, 시민들에게 나눠주지 않아 실패했지만, 스위스, 캐나다는 이를 기본소득 형태로 나눠주고 있어 세율을 8배나 올렸지만 정치적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부동산값이 폭등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에는 보유세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강 교수는 "부동산 불평등에 관한 가장 안 좋은 결과는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소득을 뺏는다는 것이다. 투기가 발달하면 인재들은 생산적인 분야가 아니라 투기적 분야에서 활동하게 된다는 것이 경제를 망치는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토지보유세는 소유자 모두의 불만이 일어나는 문제가 있는데, 인상한 부분을 기본소득으로 연결시키지 않는 것이 정당의 정치적 위기로 이어지는 것으로 봤다. "작은 기본소득이라도 스위스 탄소세처럼 배당한다면 가격 안정시키면서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기본소득 실험이 어떤 의의를 갖는지에 대한 유영성 단장의 발제가 마지막으로 이어졌다. 그는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전염병 유행은 사회를 변화시킨다. 대공황시기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잉태했고, 정부는 이때 고용 재난보조금 등을 주면서 개입하게 된다. 사회구조를 개편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도 새로운 전환을 위한 과감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 초석이 기본소득이 아닐까. 기본소득의 본질은 공유부의 정당한 나눔을 통한 인간의 경제적 자유를 확보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양극화, 일자리 부족, 기술혁신 등으로 기존 고용, 복지 패러다임이 무력화 되다 보니, 새로운 사회보장시스템의 요구가 증대된다"고 덧붙였다.

유 단장은 "이런 측면에서 경기도형 기본소득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는 만 24세 청년 17만 5천 명에게 1년만 4회 제공하고,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모두에게 주지 않고 특정 대상에 주는 범주형이고, 비정기적이며, 지역화폐를 주는 것을 택해 현실적 융통성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기본소득은 현금대신 지역화폐 써 지역 상권 소비를 진작한다는 의미에서 "이재명 지사는 '복지형 경제정책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참여한 토론자들은 이전부터 있었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활발하게 만든 코로나19 상황이 기본소득의 실제 적용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번 박람회는 30일까지 계속되며, 코로나19 방역원칙에 따라 일부 인원에게만 오프라인으로 공개되고, 원하는 사람들은 온라인 전시관 등을 통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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