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기본소득이 있다면? 공동체 회복도 가능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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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기본소득이 있다면? 공동체 회복도 가능해질까
농촌기본소득포럼, 농촌기본소득실험 앞두고 효과, 측정 방법 등 다뤄
  • 2021.04.21 14:06
  • by 김정란 기자
▲ 경기도 농촌소득실험을 앞두고 세 번째 정책포럼이 열렸다. 온라인 갈무리
▲ 경기도 농촌소득실험을 앞두고 세 번째 정책포럼이 열렸다. 온라인 갈무리

오는 7월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경기도는 이에 관한 사항들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을 준비하고 살펴보는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20일에는 세 번째 포럼 '자립과 공생의 지역순환경제를 위한 농촌기본소득의 역할'을 개최했다.

이날은 지역화폐를 활용한 기본소득실험이 어떠한 돈의 흐름을 만들어볼 수 있는지, 재원부족, 형평성 문제 등 농촌기본소득실험의 쟁점, 또 어떻게 효과성을 검증할 수 있을지, 검증 방법의 한계와 과제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포럼은 첫 세션인 발제와 두 번째 세션인 토론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발제는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의 진행으로 ▲정해일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농촌기본소득 검증을 위한 설문연구를 소개했고,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이 '지역화폐와 기본소득, 지역순환경제의 가능성'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맡았다. 인천대학교 ▲양준호 교수는 '농촌기본소득과 지역순환' ▲서재교 우리사회적경제연구소장(랩2050 연구위원)은 '농촌기본소득의 지역 승수효과 측정과 쟁점'을 Local Money Flow Multiplier3를 중심으로 발제했다.

정해일 교수는 기본소득 효과 측정을 위한 설문조사 소개를 통해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될지 보여줬다. 지역순환경제, 그 지역의 거주민, 커뮤니티에 경기도 농촌기본소득이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구에서 기본소득은 경제 및 고용효과, 주거효과, 가족건강성, 소비 및 여가활동, 포용성, 사회적자본, 지역경제순환, 지속거주의향 등에서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 및 정책적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선과정에서도 주요 정당의 유력 후보가 기본소득과 유사한 정책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급속한 확산에도 실행사례가 없고, 평가가 없다. 당위성은 충분히 논의되고 있지만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논의가 실증적으로 되지 않고 있다. 이 연구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방법으로 효과를 검증하려고 한다. 이 연구결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 확산이 지속됐으면 하는 것"이라고 연구의 목적에 대해 밝혔다.

또 "이 실험은 단순히 경기도만의 사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많은 교훈을 얻는다면 많은 정책 시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남훈 이사장은 기조발제를 통해 '지역화폐와 기본소득, 지역순환경제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 이사장은 "전통적으로 기본소득을 이야기할 때 대상으로 생각한 적이 별로 없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성남시의 청년 소득 실험은 우려와 달리 성공을 거뒀다. 이 실험에서 청년, 소상공인들이 정책에 대해 열성적으로 지지했고, 이후 경기도에서도 청년기본소득을 실시했다"고 이전의 기본소득정책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강 이사장은 기본소득정책이 얻는 것이 없으면서도 할 수밖에 없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일부 연구에 대해 "지역화폐는 남의 매출을 뺏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지역 내에서 대기업으로 몰리던 매출을 소상공인으로 이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대기업 상권이 지역에 들어서면서 동네 상권이 죽기 때문에, 영업시간, 설립장소 규제를 통해 살려보려다가 실패했다. 설령 타지역에서 매출 이전이 없다해도 적은 비용을 들여서 소상공인 매출이 발생하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죄수의 딜레마가 아니라 모두에게 이득이 되면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정언명령'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1차 재난지원금의 가장 큰 특징은 이후 국민 대상 설문조사에서 처음으로 43%가 '내 세금이 제대로 쓰인다고 믿게 됐다'고 답했다"며 "증세해 복지를 늘리자는 설득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정책으로, 저조세 저신뢰 저복지 악순환에 빠진 우리나라 정책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인천대학교 양준호 교수 지역순환경제 기반을 어떻게 조성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지역은 경제의 글로벌화로 지역 경제적 동력이 상실되고 있다. 양 교수는 "하지만 지역화폐 정책으로 지역화폐가 정책화되면서 지역에서 돈이 도는 경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볼펜공장이 있으면 원재료인 볼펜심과 스프링이 지역 내에서 납품되도록 하는 방식이 고민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순환경제의 조건은 내발적 지역경제라는 면을 충족해야 한다. 지역 외부, 특히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주민들 스스로 산업을 부흥시켜야 하고, 지역 내 수급 매칭을 선결과제다. 산업 연관과 커뮤니티 만들기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메커니즘 뿐 아니라 지역환경 생태 등이 담보돼야 하며, 지역주의에 갇히며 안되고, 지역 순환경제 출발점으로 주민 참여와 자치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핀란드, 인도, 나미비아 등 해외에서는 빈곤층 기본소득 실험을 하고 있는데 이는 부분적 기본소득제라는 지적이 있다. 7월 농촌기본소득 실험은 지역의 모든 주민이 대상이라는 점에서 무조건적, 보편적 복지"라고 평가했다.

서재교 우리사회적경제연구소장(랩2050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에서 '승수효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준비했다. 서 소장은 'LM3, 즉 Local Money Flow Multiplier 3'를 중심으로 측정 사례를 소개했다.

LM3는 영국신경제재단(NEF)이 개발한 영국 농촌지역 공공조달, 사회적기업, 로컬푸드 등이 지향하는 지역순환경제 효과를 살펴보기 위한 도구로, 조사대상기관 수입 총액, 조사기관이 고용한 지역주민과 지역 내 협력업체 지출 급여와 구매액, 조사대상기관에 고용된 지역 주민과 지역 내 협력업체가 지역에 지출한 금액을 더해 조사대상기관 수입 총액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측정한다. 2.5 이상되면 효과가 높다고 평가한다.

서 소장은 "25마일, 약 40km 정도 반경을 한 생활권으로 묶어 지역 범위를 결정하고, 자료 조사는 조사대상 기관 설문, 등을 통해 이뤄진다"며 NEF의 경우 이를 통해 실제 지역순환경제의 효과를 측정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 농촌기본소득 실험을 앞두고 열린 제 3회 정책포럼
▲ 농촌기본소득 실험을 앞두고 열린 제 3회 정책포럼

이어진 토론은 정건화 LAB2050 이사장을 좌장으로, 앞선 발제에서 소개된 설문조사 연구와 효과 측정에서의 과제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토론자로는 문진수 서울신용보증재단 상임이사 , 임경수 경기도 일자리재단 고용성장본부장, 서정희 군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길정아 고려대 정치학연구소 연구교수,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 등 5명의 토론자가 참여했다.

문진수 이사는 "보편적 기본소득은 현금 지급이 전제여서, 지역화폐를 쓰면 실질적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지역화폐 순환체계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 이 비판은 정당해질 수 있다"며 "이번 정부 들어 전국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모두 쓰고 있는 한국적 맥락에서 보면, 지역화폐와 기본소득 융합도가 굉장히 높다. 정부 정책 의지가 높다면 이 두가지를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정책 의지가 꺾이거나 새 정책으로 바뀌면 지금의 할인차액 보존 방식이 일몰될 경우 상당히 큰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또 "기본소득과 지역화폐의 결합을 위해서는 농촌이 대상이 돼야 하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 모두 공동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이라는 점이다. 지역화폐 성공적 사례는 대부분 도시 기반이 아니다. 일터와 삶터가 같이 연결된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곳에서 성공했다"고 말했다.

임경수 경기도 일자리재단 고용성장본부장은 "이번 실험에서 기본소득의 액수가 너무 낮으면 순환효과나 승수효과가 특정분야에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고민이 든다. 지역경제 순환은 돈을 비롯한 재화뿐 아니라 서비스가 순환하는 것이 지역경제순환이다. 이런 부분까지 지역경제순환에서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그런 측면에서 '일'에 대한 접근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지금 농촌은 대농이 아니면 농사로만 생계유지하기 힘든 상황으로 많은 농민이 겸업을 하고 있다. 겸업하는 일이 지역사회를 위한 일, 화폐로 연결되지 않는 일로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농촌기본소득은 농촌주민이 벌어야 하는 화폐총량을 경험하는 역할을 할 것이고 지역 내에서 사용해야 하니 그런 일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정희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실험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에서 고려해야 할 점을 강조했다. "경기도의 실험은 기본소득의 공동체 효과를 볼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기본소득 효과가 자기계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인가, 다른 일자리로 이직하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 시간 일부를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활동에 투자하는 것이 공동체 효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농촌기본소득실험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공동체의식, 효과가 정치에 대한 신뢰나 관심의 증대로 끝나는지 궁금하다", "승수효과가 기본소득 실험에서 지역사회 효과가 고용투자지출에 한정되는가, 그 이상을 볼 수는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등의 지적을 통해 측정 연구가 좀 더 면밀해지기를 기대했다.

길정아 고려대 정치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이 사회 실험은 상당한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되는 정책이다. 또 지역의 모든 농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찬성과 반대가 있을 수 있다"며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텐데, 특히 상당한 재원을 필요로 하고, 자원의 이전을 필요로 하는 정책은 정책 시행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원을 어디서 가져올지 어떻게 지급할지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추진비용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이 정책이 어떤 바람직한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본소득이 물질적인 효과뿐 아니라 삶과 웰빙으로 이어지고 지역의 내발적이고 자발적인 부분이 있다면 농촌기본소득 효과성 입증 실험이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책실험이 보다 일반적으로 효과를 가지고 온다고 이해되려면 다양한 대상에, 다양성을 주는 실험이 실행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혁진 보훈의료공단 관리이사는 "농산어촌 기본소득 제도 도입의 기본적 전제는 사회적 합의, 확고한 정책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고령화가 사회문제인 이유는 빈곤을 동반할 때인데 많은 농촌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동시에 빈곤이 병행되고 있다. 최근 농촌은 단독세대가 많아지고, 구매력 위축, 이동권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등장하는 등 근린서비스가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실험에 대해서는 "과거에 바우처 도입할 때 있던 논쟁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런 논쟁 벌어지면 병행전략으로 접근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기본소득을 주면서 다양한 근린서비스가 확장될 근거를 만들고, 사회적활동도 촉진하고 사회적서비스 늘려나가도록 하는 작업이 병행되면 어떨까"한다고 덧붙였다.

또 "전 국민 기본소득이라는 접근이 가능하면 좋겠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를 위한 전략적인 이행 방안도 많이 고민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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