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씨앗 가려내는 것이 우리 몫, 피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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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씨앗 가려내는 것이 우리 몫, 피피엘
중간지원조직 들여다보기(7)
  • 2019.11.15 17:43
  • by 김정란 기자
돈을 벌면서 사회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면 누군들 그 일을 거부할까? 실제로 그 일을 해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막상 '사업'에 도전하려니 '맨땅에 헤딩'이다. 사회적으로 유익하면서도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은 있지만 사업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사람들,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이다.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을 통한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을 운영 중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필두로 최근에는 이를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업체가 생겨나는 등 이들이 실제 사회적기업가가 되도록 도와주는 여러 중간지원조직들이 있다. 라이프인이 이들을 직접 만나 각 기관의 노하우와 최근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 상황, 앞으로의 과제 등을 직접 들어본다.

사단법인 피피엘(이하 피피엘)은 지난 2014년 법인을 설립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육성사업은 2015년부터 시작했다. 육성사업을 5년 지원하는 동안, 벌써 129개 팀이 피피엘을 거쳐갔다. 지난 7월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이용해 화제가 됐던 청각장애인 택시기사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 고요한택시도 피피엘의 육성사업에 참여한 팀 코액터스가 개발한 서비스다. 피피엘 한기선 사회적기업가 육성팀장은 "우리와 함께 한 팀들 중 유난히 상을 받은 팀들이 많았다. 다른 중간지원조직들도 그렇지만, 거쳐간 팀들 얘기하기 시작하면 다들 밤을 새울 것"이라며 육성팀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 팀장에게 육성사업 중간지원조직으로서 피피엘의 강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우리는 선발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드릴 수 있다. 특히 사전선발을 통해 지원자들을 오랫동안 보면서 선발하다보니 더 좋은 팀들을 만나게 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진흥원 육성사업에 참여하는 중간지원조직들은 연말 모집공고에 지원하는 팀을 선발하기도 하고, 조직에 따라 사전선발된 팀들을 육성사업으로 참여시키기도 한다. 한 팀장은 "이전에 비해 육성팀 본 선발도 훨씬 세심해졌지만, 사전선발을 하면 그보다 더 자세하게 지원자들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피피엘은 상당히 긴 기간에 걸쳐 사전선발할 팀들을 들여다본다. 한 팀장은 "사전선발할 팀들을 길게 들여다보는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찾아보면 여러 가지 방안이 있다. 특히 요즘은 지방자치단체나 대학에서 사회적기업 창업 육성에 대한 수요가 많다. 대학은 학생, 강의실 등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도 주민과 네트워크가 있다. 중간지원조직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은 창업팀 육성 노하우라는 소프트웨어다. 그 두 가지를 결합시키면 훨씬 깊이있게 지원팀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피엘은 현재 동국대학교 소셜앙트레 양성교육 등에 참여해 사회적기업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면서, 육성팀 사전선발도 겸하고 있다. 코액터스도 동국대에서 만난 팀들이 육성사업트랙으로 들어온 경우다.

한 팀장은 "육성은 트랙 안에 들어오면 우리가 지원하면서 전문 멘토를 통해 변화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선발 과정에서 애초에 잘못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사전선발 과정을 진행하다보면, 처음 봤을 때는 가능성을 잘 모르겠던 팀들이 성장하기도 하고, 반대로 괜찮았던 팀들이 중도이탈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다 보고 선발을 하는 것이 좋은 팀을 선발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결국 육성은 물론이고, 검증도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라며 선발 과정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육성팀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는 것이 중간지원조직이다. 중간지원조직으로서의 피피엘도 최근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지원자들의 변화를 느끼고 있을까?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보니 진정성 등 이전에 비해 우려를 하시는 분들이 많기도 하지만, 요즘 사회적기업 창업을 하겠다는 분들의 수준이 이전보다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사회적기업의 서비스나 제품이 별로여도 좋은 의도 때문에 소비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꽤 있었지만, 요즘은 창업팀들 스스로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좋지 않으면 구매가 일회성이 될 것이고, 그럼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부분은 정말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전했다. 한 팀장은 "IT업계 출신 경력단절여성이나 집중력이 뛰어난 발달장애인을 테스트 업무에 고용하는 '테스트웍스'처럼 취약계층의 무조건적 고용이 아니라 그들이 가장 생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등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재들이 많다"며 앞으로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단법인 피피엘 육성사업 참여팀들이 워크샵에 참여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제공=피피엘]

사회적경제 개념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10년여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 생태계도 양적, 질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지금, 한 팀장도 지원자들이나 종사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이제 사회적기업들도 다양해진 만큼 소셜벤처, 사회적기업을 너무 구분하고 가르기보다 서로 연대하고 네트워크를 마련할 때가 된 것 같다. 영리기업들이 최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처럼 사회적경제조직들도 이런 확장을 생각해볼 때"라는 당부를 내놓았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다양한 인재들을 맞이하는 만큼 중간지원조직으로서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한 팀장은 "최근 사회적경제 조직에 엄청난 스펙을 가졌으면서 진정성이 있는 인재들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만큼 중간지원조직도 더 나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긴장해야 한다. 중간지원조직 인재 역량 개발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인재 양성을 하려면 그에 맞는 처우가 필요한데 아직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어서 이 부분에 있어서도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피엘은 육성사업 외에도 지방자치단체 사회적경제 컨설팅, 소셜벤처허브 위탁운영 등을 통해 사회적경제조직의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한 팀장은 "이전에 비해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을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를 체감할 때마다 가슴이 뛴다"면서도 "육성팀들을 만나면 '사활을 걸지 않는 창업이 성공하는 건 로또맞는 것보다 어렵다'고 강조한다"며 "좋은 서비스와 제품을 통해 사회적기업이 제대로 평가받도록 노력하게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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