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과 실명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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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대선과 실명노동자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 공동기획 연재] 전수경(노동건강연대)
  • 2017.04.25 15:25
  • by 라이프인
전수경

19대 대통령선거 관련 뉴스 챙겨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계절에 대선을 치르기까지 지난 겨울을 생각해보면 재미있다는 표현이 맘에 안드는 분도 계시긴 할 거라 생각한다. 유력 후보가 사립유치원장들 앞에서 국공립 유치원 증설을 자제하겠다는 발언을 하고 나서 며칠간 인터넷을 달구는 유치원 논란을 봤다. 뒤늦게 이리 돌려 말하고 저리 돌려 말하면서 주워담으려 해도, 사립유치원장님들 표 생각해서 뱉어버린 후보의 속마음을 국민들은 간파한다. 한국정치사에서 희귀한 합리적 직업정치인으로 보이던 후보는 TV토론에 나와서 색깔론 프레임으로 자기 시간을 다 써버렸다. 그런데 경제, 안보, 복지 등의 대선 주요 의제에 비하면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것이 재난, 안전 관련 정책이다. 세월호가 올라오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여전히 세월호참사를 현재진행형으로 겪고 있는데도 재난, 안전에 대한 이슈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뉴스프로그램 중 신뢰도 1위라는 JTBC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가 직접 뉴스를 전하기도 했던 메탄올 실명 노동자들이 있다. 6명의 실명 피해자들은 병원치료를 해볼 여지도 없어서 눈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지는 않다. 네 명의 피해자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내기 위하여 집에서 홀로 또는 가족들과 함께 분투하고 있다. 메탄올이 시력만 앗아가는 게 아니라 신경손상 등 다른 장애를 일으키기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자도 두 분이다. 6명의 피해자들은 추적60분, 그것이알고싶다, 시사매거진2580, 시사기획창, EBS다큐프라임 까지... 지난 일년간 주요 시사프로그램의 단골출연자였다.

공장을 차리고 기계를 돌리는 사업주가 정해준 대로 일을 했다. 시력을 잃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 아니었다. 일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안된 노동자가 있고, 길어도 석달 남짓이었다. 이 공장에 일감을 주는 먹이사슬을 따라 올라가면 휴대폰을 생산하는 재벌기업이 나온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 제3의 당사자가 있다. 인력파견업체다. 인터넷의 구인사이트, 알바사이트에 올라오는 파견업체들의 광고를 보면 취업도 훅~되고 노력만 하면 급여도 괜찮게 주는 것으로 나온다. 실상을 보면 현재 법은 인력을 파견해서 수수료를 떼고 공장에 취업시키는 것은 아주 제한적으로만 할 수 있게 묶어 놓았다. 인력파견이라는 것은 노동에서 받은 급여를 떼어먹는 산업이다. 이런 식으로 취업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이 있다고 해도 권장할 만한 제도는 아니다. 그런데도 인력파견업체들은 성업중이다. 6개월에 한번씩 간판을 바꿔달며 일자리가 급해서 찾아오는 구직자, 청년들을 공장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공장으로 실려간 노동자들은 보험료가 아까우니 급여로 조금 더 받아가라는 유혹을 받거나, 4대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가 사고가 나고 나서야 보험료를 떼어먹혔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조금 나쁘거나 더 나쁘거나의 차이일까. 여기까지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단발성의 비극으로 보이는 이 사건에는 중요한 행위자가 숨어있다. 정부다. '이게 나라냐'고 할 때의 그 나라다. 1500여명의 근로감독관, 300여명의 산업안전감독관을 정부는 왜 공무원으로 고용하고 있을까. 이 사건에 대하여 노동부 산하기관은 왜 연구작업을 했을까. 메탄올 사용을 막고, 그로 인한 시각장애를 막아야 할 책임이 정부에게 있기 때문이다. 나쁜 기업과 착한 노동자들만의 작용으로 산재가 일어나고 직업병이 생기도록 둘 거라면 정부가 필요없다. 지난 겨울의 촛불에 메탄올 실명 노동자들은 참여하지 못했다. 오고 싶어했지만 데려다 줄 도우미를 구하지 못했다. 메탄올만 있겠는가. 공장에서 생산을 하고 월급을 받는 일이 불법일자리가 되어 수많은 청년이 난민처럼 이동한다. 이공장에서 저공장으로, 버티기 어려우면 하루, 길어도 석달...

사장들을 비난하는 건 쉬운 일이다. 망가진 일자리생태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최저선으로 라도 보호하는 일, 누가 해야 할까. 노동부 산하기관이 펴낸 메탄올 실명사건 관련 보고서에는 단기간 일자리를 좋아한다는 노동자, 안전관리자를 채용하지 않는 영세사업주가 등장한다. 구조적 요인을 규명하고 정부책임을 돌아볼 것이 아니라면 세금들여서 보고서는 왜 만들었을까.

메탄올실명노동자가 등장한 시사프로그램을 보고 한 네티즌이 한 말은

"여기는 여전히 난쏘공의 나라"

장미대선도 좋고 촛불대선도 좋다. 대선후보들은 답해야 한다.

6명의 메탄올실명노동자들은 국가의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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