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애경은 ‘사과하고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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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애경은 ‘사과하고 책임져라’
[강찬호의 위험사회 아웃(17)] 살인기업 처벌 촉구 5차 릴레이캠페인
  • 2017.07.25 13:18
  • by 강찬호
7월24일 구로역 애경백화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규탄 5차 릴레이 캠페인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애경의 사과와 책임을 촉구했다.  ⓒ 강홍구

한 주가 서둘러 온다. 월요일 낮 12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살인기업을 처벌해달라고 하는 릴레이캠페인이 있는 날. 2017년7월24일(월). 이날은 연속 5차 기자회견으로 애경이 목표였다.
 

여름 장맛비가 내렸다. 애경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적이 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한 적이 없는 것인지, 했는데 기억이 없는 것인지. 여하튼 나로서는 애경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규탄한 것은 처음이다. 12시에 구로동에 있는 애경산업 본사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없었다. 장소가 구로역 앞 애경백화점이었다. 장소를 확인하지 않고 급하게 간 결과였다. 헛발질이었다. 급히 택시를 타고 애경백화점 앞으로 갔다. 다행이 가까운 곳이라 5분여 만에 도착했다. 이미 기자회견은 시작됐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구호 소리가 들렸다. 반가웠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주었다.
 

소비자와 함께 50년 애경, 사랑하고 존경하는 대상이 누구?...소비자 VS 돈과 이윤...소비자 안전과 피해, 책임져야

‘애경은 나원이의 호소를 들어라. 애경은 사과하고, 책임져라’ 손 팻말로 구호가 적혀있다. 사람들은 한 글자씩 구호를 들고 애경을 규탄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김순복 사무처장이 발언 중이었다. 김 처장은 “애경은 SK케미컬로부터 납품을 받아 판매했기에 책임이 없다고 회피하고 있다. 165만개를 납품받아 애경 상표 부착해 판매하고 수익을 챙겼으면서 책임이 없다고 한다. 애경은 60여년간 영업하면서 대형백화점 여러 곳을 운영하고 있고 그 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고 위임을 받아 온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문제가 생긴 것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대한민국 소비자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안전성에 대한 검사를 했더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애경 홈페이지에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라고 내걸었는데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를 존경하는 것인지’가 없다. 누구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일까. 소비자가 아닌, 돈에 대해, 이익에 대해서 존경과 사랑을 표하는 것이다. 소비자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눈꼽만큼도 없다. 애경은 책임회피하지 말고 나원이, 다원이에게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 소비자 안전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사줄 필요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비판했다.
 

ⓒ 강홍구


이어, 피해자 대표로서 발언했다. “애경은 그동안 단 한 번도 피해자와 소비자들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 왜 이런 일이 한국에서만 벌어지는가. 미국이나 유럽처럼 징벌제가 없기 때문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징벌제와 함께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 노동현장에서 중대재해를 일으키는 기업을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일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옥시싹싹 이어 애경 가습기메이트 피해규모 두 번째...아직까지 피해자들에게 단 한 차례도 사과 없어...SK와 애경, 165만개 제품 판매..돈 벌고 피해는 쉬쉬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해 피해를 입은 피해규모는 옥시레킷벤키저 ‘옥시싹싹’에 이어 두 번째 규모이다. 지난 2016년도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에서 애경은 가습기살균제를 172만5천개를 판매했다고 보고됐다. 1997년부터 1999년 사이에 애경 ‘파란하늘맑은가습기’ 제품을 3년간 7만5천개를 판매했고, 2002년부터 2011년 사이에는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165만개를 판매한 것으로 보고됐다. 가습기메이트는 SK케미컬에서 제조해 공급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가 한국환경보건학회에 의뢰해 일반인구를 대상으로 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에서 가습기살균제 구매자 1,228명 중에서 36.5%가 애경 가습기메이트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나왔다. 이는 같은 조사에서 추산한 가습기살균제 사용인구에 적용하면 애경제품을 사용한 이들은 127만에서 146만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병원치료를 받은 건강피해자는 109,500~182,500명으로 추산된다고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옥시싹싹 가습기살균제에 이어 애경 가습기메이트는 두 번째로 많은 피해를 일으켰다. 애경은 단 한 차례도 피해자와 소비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동물독성시험에서 독성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부산 쌍둥이 자매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호소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하고 있다. ⓒ 강홍구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해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피해자는 부산에 사는 나원이, 다원이 사례이다. 쌍둥이 자매로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2011년도에 사용한 경우이다. 2011년도에 태어난 쌍둥이 자매는 가습기살균제 뉴스를 접하지 못했고, 그해 겨울 사용하다 피해를 입어 현재도 고통을 겪고 있다. 두 아이 모두 폐가 굳는 현상이 나타났고 호흡이 힘든 상황을 겪었다. 특히 나원이는 목을 절개하고 산소호흡기를 넣어 숨을 쉬고 있으며 ‘케놀라’라는 장치를 통해 가래를 뽑아내고 있다. 쌍둥이 엄마는 지난 6월5일 환경의날에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편지를 보내, ‘제발 외면하지 말아 달라’며, 문제해결을 요청했다. 나원이도 영상 편지로 ‘너무 아파요.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나원이, 대통령 할아버지 도와주세요...정부와 검찰, CMIT/MIT 조사해야

지난해 국정조사에 의하면 SK케미컬과 애경은 서로 간 거래에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가습기메이트에 사용된 CMIT/MIT 성분에 대한 동물독성실험 결과에서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에서 면죄부를 받고 있다. 동물독성실험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진행되고 있다. 독성실험 결과를 두고 쉬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반면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2014년 이후 가습기메이트 제품을 사용했다가 사망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점, 정부 판정에서도 1·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가 있는 점, CMIT/MIT 동물 노출실험 등에서 비염 발병이 확인되고 있는 연구논문이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사실 등을 근거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검찰 수사 등이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부가 정부 판정조사를 통해 피해자를 인정했음에도, 검찰은 수사할 만한 근거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동물독성실험을 근거로 삼겠다는 검찰의 입장과, 동물실험이 인간의 생체를 대신할 수 없음에도 환경부의 피해판정 결과를 외면하고 있는 점을 일부 전문가들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동물실험의 결과와 제품 사용으로 인한 피해사실, 둘 중에 하나의 피해가 확인된 경우라면, 검찰은 이를 근거로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판단과 일부 전문가들의 판단에서 간극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간극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옥시알비아웃(Oxyrb-OUT)'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대책 항의행동 및 소비자 불매운동 등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고자 하는 현장 활동에 대한 기록입니다. ‘옥시(알비)아웃’은 ‘위험사회에서 안전사회로’ 넘어가는 하나의 메시지입니다._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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