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최대 원료공급 업체, SK케미컬을 수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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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최대 원료공급 업체, SK케미컬을 수사하라
[강찬호의 위험사회 아웃(15)] 가습기넷·소비자단체·피해자들, ‘SK케미컬 등 살인기업 처벌하라’ 연속 캠페인 시작
  • 2017.06.27 14:17
  • by 강찬호
환경단체와 소비자단체, 피해자들이 26일 SK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해기업 처벌 촉구 연속 캠페인에 돌입했다. ⓒ강홍구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화학물질 관리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과 제도 마련의 실패에 기인했다. 동시에 기업이 안전하게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결과가 부른 참사였다. 반면 정부 부처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묻는 일은 진행되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일도 일부에 대해서만 진행됐다.

최대 가해기업으로 지목받고 있는 옥시레킷벤키저 前 대표이사는 1심에서 과실치사상 등의 이유로 7년형을 선고 받았다.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만든 제품을 만들었음에도 당시 최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7년형이었다. 고의적으로 죽고 다치게 한 것이 아니므로 살인죄 적용은 어렵고, 업무상 주의를 다하지 않은 이유를 들어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었다.

옥시레킷벤키저의 경우는 기소된 외국 임원이 무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외국에 있는 임원들은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레킷벤키저 본사의 임원도 처벌에서 제외됐다. 일부만 매를 맞았지만, 결과적으로 현행 법의 한계를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기업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모든 여건이 기업에게 유리하게 구성된 한국사회에서 소비자는 절대적 약자의 지위에 머물러 있다. 죽음이라는 엄청난 희생을 치렀음에도 그렇다.

참가자들이 SK 본사의 로고가 잡히도록 포즈를 취했다. ⓒ강홍구

가습기살균제 주 원료공급업체였던 SK케미컬은 왜 검찰 수사에서 빠졌나?...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 SK케미컬 수사해야

어디 옥시레킷벤키저 뿐일까. 가해기업의 이모저모를 살피면 처벌에서 곳곳이 구멍이다. 그 중에 SK케미컬이 있다. 94년도에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최초로 개발한 회사는 유공이다. 유공은 SK로 편입됐다. 현 SK케미컬의 전신이 유공인 것이다. SK케미컬이 가습기살균제가 제조, 판매되던 지난 18년간 전체 제품의 86.1%의 원료를 공급했다. 그럼에도 SK케미컬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18년간 원료를 공급했음에도 그 원료로 어떤 제품이 만들어 지고 있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SK케미컬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SK케미컬의 거짓말을 밝히는 것은 수사기관의 몫이다. 지난해 3월9일 피해자들과 환경단체들은 SK케미컬 전·현직 임원 14명을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그러나 SK케미컬은 자사가 개발한 제품인 가습기메이트의 살균제 성분인 MIT/CMIT의 독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 환경부는 CMIT/MIT 제품을 사용하고서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음에도, 검찰은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검찰이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이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에 대한 면죄부를 더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며 검찰에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강홍구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에 대한 면죄부를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움직임이 다시 시작됐다. SK케미컬의 거짓말을 수사해서 진실을 밝히라는 요구가 다시 등장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이하 가피모)는 6월26일(월) 낮 12시 종로1가 서린동 SK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습기살균제 참사 살인기업 처벌촉구 시리즈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첫 대상기업은 SK케미컬이었다. 가습기넷과 가피모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가습기살균제참사 원조살인기업 SK케미컬을 규탄한다’며, ‘왜 SK케미컬이 원조 살인기업인지’ 그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이유는 이렇다. SK에 흡수된 유공이 94년 최초로 개발한 ‘유공 엔크린 가습기메이트’는 2001년까지 8년간 판매됐다. SK케미컬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165만개의 ‘가습기메이트’ 완제품을 만들어 애경에 공급했다. SK케미컬은 94년부터 2011년까지 18년간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86.1% 원료(SKYBIO)를 공급했다. SK가 만든 ‘가습기메이트’ 제품을 사용해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자들이 있다. 95년 유공이 개발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해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도 2명이 있다. 94년 최초로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하고 인체에 무해하다고 언론에 광고했다. 지난해 국정조사에서 제품 개발과정과 원료공급 과정에서 제품안전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주장과 지적들이 제기되었다.

피해자와 시민단체들, 가해기업 상대로 시리즈 캠페인 전개하겠다...SK 케미컬 등 가해기업 응답하라

결국 몫은 검찰에 있다. 국정조사를 진행한 국회나 시민단체 등은 문제와 의혹을 제기할 수 있을 뿐이다. 수사를 해달라고 하는 ‘고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뿐이다.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검찰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관건이다. 가피모와 가습기넷이 이번 캠페인을 통해 검찰, 공정위, 감사원을 호명하는 것은 소비자의 안전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라고 하는 요구이다.

가피모와 가습기넷은 26일을 시작으로 매주 월요일 낮 12시에 가해기업들을 차례로 찾아가며 릴레이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7월3일은 삼성물산 앞(송파구 잠실 소재), 7월10일은 여의도 옥시 앞, 7월17일은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 7월24일은 애경 앞(구로 본사), 7월31일은 여의도 옥시 앞, 8월7일은 이마트 앞, 8월14일은 LG 앞(여의도 본사), 8월21일은 여의도 옥시 앞, 8월28일은 헨켈본사 앞, 9월4일은 코스트코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캠페인에서 최예용 소장은 “SK 앞에 네 다섯 번은 온 것 같다. 시리즈 캠페인의 첫 대상으로 SK케미컬을 지목하게 된 것은 가습기살균제를 유공이 개발했고, 유공은 SK로 흡수됐다. 38개 제품 중 가장 많이 팔린 10여개 제품의 대부분의 원료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SK에 대해서는 손끝하나 건들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하에 검찰 수사는 반에 반쪽도 미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 재수사를 포함해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이유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 스스로 피해 접수창구를 개설하고, 피해대책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데, 어느 기업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입을 딱 다물고 있다. 시리즈 캠페인을 통해 각 가해기업을 찾아다니며 책임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김순복 사무처장은 “SK케미컬은 응답해야 한다. 옥시, 애경 뒤에 숨어서 마치 자사는 아무 책임 없는 듯 아무 말도 안하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SK는 피해자와 잠재적 피해자 그리고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기업의 규모에 맞게 책임을 다해야 하는 기업인데, 소비자와 옥시 뒤에 숨어 있지 말고 책임 있는 응답을 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분노를 느껴야 한다. 우리 모두가 가습기살균제의 피해자이고, 잠재적 피해자였다. 우리 스스로 부끄럼을 느끼고, 나서야 한다. SK는 응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SK를 시장에서 퇴출시켜라. SK는 응답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한국소비자연맹,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소비자와 함께, 국제법률전문가협회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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