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in 한국] 지금 이 시대 왜 『자유론』을 읽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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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in 한국] 지금 이 시대 왜 『자유론』을 읽어야 할까
  • 2024.01.30 10:00
  • by 서병훈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시대 상황이 불확실할수록 자유에 대한 애착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자유를 온전히 누리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19세기 영국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의 『자유론(On Liberty)』을 읽으면서 참 자유인이 되는 길을 찾아보자.

『자유론』은 모두 5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 머리말
밀은 책의 첫머리를 '다수의 횡포'에 대한 경계로 연다. 밀은 그 무렵 막 등장하기 시작한 대중민주주의가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를 억압할 개연성에 걱정이 컸다. 왜냐하면 "그 횡포는...개인의 사사로운 삶 구석구석에 침투해, 마침내 그 영혼까지 통제하면서 도저히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는 이런 방법을 통해 다수의 삶의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 그 어떤 개별성도 발전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밀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횡포'를 방지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오늘날 '문자 폭탄'이나 '좌표 찍기' 등의 해악을 생각해보면 밀의 혜안이 놀라울 정도다.

1장에서는 '자유에 관한 아주 간단명료한 단 하나의 원리'가 소개된다. 그것은 남에게 해(harm)를 끼치지 않는 한 전적으로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개인이 절대적인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것이 자유의 기본원리다.

2장 생각과 토론의 자유
밀은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서 자기 생각이 절대 옳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생각의 자유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는 어떤 생각을 억압하면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의 인류에게까지, 그리고 그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반대하는 사람에게까지 강도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경고한다. 만일 그 의견이 옳다면 그러한 행위는 잘못을 드러내고 진리를 찾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설령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의견을 억압하는 것은 틀린 의견과 옳은 의견을 대비시킴으로써 진리를 더 생생하고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대단히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낳는다. 

중요한 것은, 서로 대립하는 두 주장 가운데 하나는 진리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것으로 확연히 구분되기보다는, 각각 어느 정도씩 진리를 담고 있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럴 때 통설이 채우지 못하는 진리의 빈 곳을 채울 수 있도록 비주류, 이설(異說)의 존재가 필요하다. 생각과 토론의 자유가 없으면 그 부족한 진리를 찾을 길이 없다. 이 대목에서 밀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두루 듣고 살피는 다면성(many-sidedness)의 소중함을 힘주어 설명한다. 사람들은 대개 한 쪽 측면(일면성)만 편향적으로 바라본다. 그러니 진리를 놓치는 것이다. 

같은 문제의식에서 밀은 정치에서도 "질서 또는 안정을 추구하는 정당과 진보 또는 개혁을 주장하는 정당 둘 다 있는 것이 건전한 정치적 삶을 위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대편이 존재하기 때문에 양쪽 모두가 이성과 건강한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경구(警句)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특히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밀은 2장에서도 거듭 '다수의 횡포'를 경계한다. 다수파가 여론이라고, 통설이라고 나머지 사람의 생각을 겁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론을 빌려 자유를 구속한다면 그것은 여론에 반해 자유를 구속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나쁜 것이다."

3장 개별성
밀이 『자유론』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개별성(individuality)일 것이다. 개별성이란 '각자가 자기 삶의 목표를 향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자기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다. 삶의 실험도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각자의 개성을 다양하게 꽃피울 수 있어야 한다. 누구든지 시도해보고 싶다면, 자기가 원하는 삶의 양식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실천적으로 증명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저 관습이니까, 전통이니까, 다른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간다면 그것은 살아있어도 산 것이 아니다.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자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개별성이다.
 
밀은 대중사회가 이런 개별성을 짓밟을 수 있다고 염려했다. 개별성의 싹이 다 잘리기 전에 그것의 소중함을 지켜내야 하겠다는 절박함에 『자유론』을 쓰게 된 것이다. 근육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정신이나 도덕적 힘도 자꾸 써야 커진다. 개별성도 의식적으로 자꾸 가꾸고 발휘해서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밀은 아주 중요한 말을 한다: "인간은 본성상 모형대로 찍어내고 그것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기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내면의 힘에 따라 사방으로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는 나무와 같은 존재다."
 
사람은 판형처럼 찍어내는 존재가 아니다. 사방으로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는 나무와 같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나무가 아무렇게나 뿌리를 뻗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내면의 힘'에 순응한다는 점이다. 밀의 『자유론』은 이런 정신 위에 서 있다. 개별성은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생명의 원리'에 부합되게 사는 것이 참 개별성이요, 진정한 자유이다. 

밀은 인간이 '북극성'을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고 권면했다. 그는 북극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 삶에서 각자를 인간이 이를 수 있는 최선의 상태에 최대한 가깝게 끌어올리는 것 이상으로 더 중요하거나 더 좋은 것이 무엇이겠는가? 반대로 이를 가로막는 것 이상 더 나쁜 일이 무엇이겠는가?" 인간이 최선을 다해 자기발전을 도모하는 것, 이것이 밀의 북극성이다. 따라서 그의 철학은 '방향이 있는 자유'로 요약될 수 있다. 

4장 사회가 개인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
이 장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본인이 자기 삶의 최종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거듭 말한다. 자기 이익은 당사자가 가장 잘 안다, 또 선의로 도와준다고 하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더 큰 손해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사회나 제 3자가 함부로 간섭해서는 안 된다.

밀은 이 장에서 '여성해방'도 역설한다. "인간 사회의 절반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쇠사슬을 덮어씌우는 것은 자유의 원칙을 위배하는 까닭에 결코 용납할 수가 없다"고 한다. 

5장 현실 적용
지금까지 설명한 이론을 현실 사례에 적용해서 다시 한번 설명한다.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그 자체가 나쁜 짓이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일괄 금지나 규제 같은 것은 피해야 한다. 
 

ⓒ책세상
ⓒ책세상

■ 생각거리

① 탈진실 시대 vs 『자유론』
오늘날 객관적 가치에 대한 믿음이 흐릿해지면서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관점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밀은 이런 시대 조류에 저항한다. 인간의 자기발전이 궁극적 가치이며 남과 더불어 사는 사회성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주장한다. 자유는 멋지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그 자유는 '방향이 전제된 자유'여야 한다.

② 선의의 간섭? 
밀은 누구든지 자기 방식대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 한편, 자유의 기본 원리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삶의 필요 때문에 이런저런 간섭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했다. 이 충돌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사실 이 지점은 밀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도 의견이 갈린다. 밀은 '방향 있는 자유'를 전제하기 때문에 간섭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러나 개별성과 자유가 포함되지 않은 방향은 방향도 아니다. 간섭은 방향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도에 국한되어야 한다. 

③ 한국 사회에 어떤 울림을 주는가?
한국 사회는 확증편향과 진영논리로 정신적 '내전상태'다. 밀은 진실을 향해 겸허한 자세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사안의 여러 측면을 두루 살피는 다면성 정신을 실천해야 한국 사회가 정신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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