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지속가능한 옷은 이미 옷장 안에 있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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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지속가능한 옷은 이미 옷장 안에 있는 옷"
두레생협연합회-다시입다연구소, 의류 교환 파티인 '21%파티' 진행 "지속 가능한 의생활을 위하여"
  • 2023.04.11 15:20
  • by 노윤정 기자
▲ 7일 서울 두레생협연합회 건물에서 진행된 '21%파티'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라이프인
▲ 7일 서울 두레생협연합회 건물에서 진행된 '21%파티'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라이프인

"바꿔 입고, 나눠 입는 옷으로 지구를 지키는 파티!"

다시입다연구소가 기획한 '21%파티'가 7일 서울시 구로구 두레생협연합회 건물에서 열렸다. 21%파티는 멀쩡하지만 입지 않는 옷들을 다른 사람들의 옷과 교환하고 수선하여 입음으로써 옷과 지구의 수명을 늘리자는 취지의 의류 교환 행사다. 행사 명칭은 다시입다연구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옷장 속 안 입는 옷의 비율'이 평균 21%로 나타난 데에서 착안했다.

21%파티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면 '굿바이 헬로우 태그'(Good bye Hello Tag)와 가져온 옷 가짓수만큼의 교환 쿠폰을 나누어 준다. 굿바이 헬로우 태그에는 자신이 이 옷을 언제 어디에서 왜 샀는지, 왜 더 이상 입지 않게 됐는지와 같이 옷에 얽힌 사연을 적으면 된다.
 

▲ 김영향 두레생협연합회 회장. ⓒ라이프인
▲ 김영향 두레생협연합회 회장. ⓒ라이프인

이날 행사는 두레생협연합회와 다시입다연구소가 함께 진행했다. 김영향 두레생협연합회 회장은 "태그를 쓰면서 '내가 이런 마음으로 이 옷을 구입했구나'라는 생각도 하고, 한 번 더 내 옷장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우리의 소비문화, 우리가 옷을 대하는 태도가 바뀔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교환 행사에 앞서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는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의류 재사용의 의미와 가치'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다시입다연구소는 2020년 설립된 비영리 스타트업으로, 패션 산업의 환경 영향을 알리고 지속 가능한 의생활을 제안하는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 다시입다연구소 정주연 대표. ⓒ라이프인
▲ 다시입다연구소 정주연 대표. ⓒ라이프인

정 대표는 강력한 환경 정책을 펼치는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은 결정적 계기는 스웨덴에서 시작된 숍스캄(Köpskam, 소비의 부끄러움) 운동으로, 그는 "젊은이들이 환경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어른으로서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청바지 한 벌 만드는 데 물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아는가. 약 7,500리터가 소요된다"는 말로 관심을 환기한 뒤 씨앗의 유전자 변형, 노동 착취, 미세 플라스틱 발생, 혼방 의류 재활용의 어려움 등 옷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전 과정에서 환경·노동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알렸다.

특히 그는 '우리가 입는 옷은 누가 만들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1,1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방글라데시의 라나 플라자 붕괴 사고(2013년)를 언급했다. 라나 플라자는 5개 의류공장이 입점해 있던 곳으로, 희생자 대부분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였다. 불법 증축, 붕괴 위험 경고에도 노동자들을 대피시키지 않은 공장주들, 이런 요인들이 중첩돼 불러온 대형 인명 사고였다. 현재 다시입다연구소는 붕괴 사고가 발생한 4월 24일이 있는 주간을 '21%파티 위크'(Week)로 정하고, 의류 교환에 참여를 원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21%파티 툴키트(Tool Kit)를 보내주고 있다.

또한 정 대표는 같은 데님 셔츠를 비교했을 때 미국에서 만들어진 셔츠와 방글라데시에서 만들어진 셔츠의 가격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들어 "왜 방글라데시 옷이 더 저렴할까. 인건비 차이다. 옷이 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저렴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헌옷 수출 규모 5위라는 점, 그렇게 수출된 헌옷의 40%가량이 쓰레기로 매립된다는 점을 설명한 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은 우리나라가 1960~70년대 그랬던 것처럼 노동집약적인 의류 산업으로 국가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헌옷이 너무 많이 수입되니 나라 경제 발전에 악영향이 미친다. 그래서 수입 금지 조치를 하면 강대국들은 경제 제재로 압박을 가한다"며 "결국 선진국이 버린 쓰레기가 개발도상국에 쌓여 그곳 주민들의 환경과 인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21%파티 참석자들이 작성한 '굿바이 헬로우 태그'. 태그에는 자신이 옷을 산 시점과 이유, 더이상 입지 않는 이유 등이 적혀 있다. ⓒ라이프인
▲ 21%파티 참석자들이 작성한 '굿바이 헬로우 태그'. 태그에는 자신이 옷을 산 시점과 이유, 더이상 입지 않는 이유 등이 적혀 있다. ⓒ라이프인

그렇다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옷이 만들어지고 버려질까? 맥킨지 연구 보고서(Style that's sustainable: A new fast-fashion formula, 2016)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옷은 약 1,000억 벌. 또한 같은 보고서에서는 다른 연구 자료들을 인용하여 사람들이 옷 한 벌을 입는 기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저렴한 옷들을 일회용으로 취급하며 평균 7~8회 입은 후 버린다고 말한다. 이렇게 폐기된 의류 직물 중 다시 새 옷으로 재활용되는 직물은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정 대표는 "패션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심한 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라고 밝히며 "의류 산업의 선형경제 체계를 순환경제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의생활을 위한 제언도 이어 갔다. 정 대표는 유럽연합(EU)이 지난해 발표한 '지속 가능한 순환 섬유 전략', 환경 행동을 실천하는 유명 배우들의 사례, 중고의류 시장 성장세 등을 들어 이미 갖고 있는 옷들을 재사용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며, 기업들이 내구성 있고 재활용이 쉬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이프인
ⓒ라이프인

21%파티 역시 이러한 취지를 담고 있다. 정 대표는 "요즘 재활용된 옷이라고 선전하는 제품들이 많은데 그 옷을 소비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친환경적일까. 물론 버려진 것을 재활용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버리기 전에 다시 사용하는 '리유즈'(Reuse, 재사용)가 최선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시입다연구소는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이 중고 옷을 경험하고 중고 옷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패션 브랜드 기업들이 재고 의류를 폐기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도록 입법 촉구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정 대표는 "가장 지속 가능한 옷은 이미 옷장 안에 있는 옷이다. 안 입는 옷들은 21%파티를 통해 친구에게 권하고, 가지고 있는 옷은 수선하면서 끝까지 입으려고 노력하자. 이러한 노력들이 바로 지속가능한 의생활이 아닌가 싶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후 참석자들은 자유롭게 행사장을 둘러보며 자신이 입지 않는 옷과 타인이 입지 않는 옷을 교환했으며, 한편에서는 'KBS 환경스페셜-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를 자유롭게 시청하며 행사의 취지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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