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마, 우리동생②] 혹시 '동물' 가족계획 세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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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마, 우리동생②] 혹시 '동물' 가족계획 세우셨나요?
동물과 사람 모두를 위해 동물 가족계획을 세워야
  • 2021.06.04 14:07
  • by 정애경(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이사)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 인구가 1,500만 명을 돌파했다. 638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사회이다.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 다양한 생명과 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맞닿고 있는 지금. 곳곳에서 반려동물 유기, 학대, 비윤리적 분양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마하트마 간디는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 나라의 수준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구의 생명 모두가 존중받고 행복한 사회가 도래해야 비로소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우리동생)은 '반려동물은 물론 지역사회 동물과 반려인들이 더욱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에 보탬이 되자'라는 소셜 미션을 가진다. 라이프인은 우리동생의 정애경 이사와 함께 반려동물과 더불어 잘 사는 법을 들여다보려 한다. 아프지 마! 우리 동생! [편집자 주]

 

지난 4월, 강남구와 중랑구에서 발생한 고양이 애니멀호딩 현장 두 곳을 다녀왔다.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은 동물을 수집하듯 모으면서도 중성화를 하지 않아 동물 수가 계속 늘어난 경우를 말한다. 동물의 수가 많아지면 필수적인 돌봄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동물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은 물론 본인의 삶까지 잃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20년 <서울시×우리동생 동물과 사람 통합복지 사업>에서 만난 사례 중에는 1마리를 양육함에도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동물이 방치된 경우도 있었다. 적절한 돌봄과 예방의학을 받지 못해 심장사상충에 감염되거나 혈변과 설사 등으로 치료가 필요함에도 방치되는 사례를 볼 때 애니멀호딩을 단순히 동물의 수로 규정할 수는 없다.)

최근 고양이 반려 인구가 늘어나면서 고양이 애니멀 호딩도 늘어나고 있다. 두 현장에서 발견된 고양이의 수는 무려 54마리. 위생 상태는 상상을 초월해 집안에 오물이 발목까지 쌓여있었고, 암모니아 냄새로 인해 집 안에 머물기조차 어려웠다. 

▲ 강남구 애니멀호딩 현장에는 오물로 뒤덮인 곳에 30여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었다.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 강남구 애니멀호딩 현장에는 오물로 뒤덮인 곳에 30여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었다.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새끼를 보고 싶다'라는 단순한 이유로 시작된 첫 번째 교배 이후, 중성화하지 않아 자가번식이 시작되었음에도 계속해서 중성화되지 않은 새로운 고양이를 집안으로 들였다. 중독에 걸린 듯 꾸준히 동물을 모은 것이다. 

동물 수가 늘어갈수록 가지고 있는 경제력도, 체력도 바닥나기 시작했다. 엄청난 양의 배설물들은 미처 치우지 못해 집안에 쌓여만 갔고, 악취는 현관문을 넘었다. 이 애니멀호더는 결국 집에서 내쫓기듯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애니멀 호딩 문제에서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중성화'다. 중성화만이라도 적절한 시기에 되었더라면 자가번식으로 인해 생기는 폭발적인 동물 수의 증가만이라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고 수많은 어린 생명이 죽어가는 상황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동물의 원치 않는 출산을 줄이고,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중성화는 필수항목이 되고 있다. 도시화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 된 셈이다.

또한 애니멀 호딩을 막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맞이할 시기가 되면 상상을 해보거나 계획을 세운다. '언제쯤이면 좋을까,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부터 '내가 좋은 양육자가 될 수 있을까'하는 걱정까지. 동물가족을 맞이하는 일도 똑같다.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많은 사항 중에 몇 마리 동물과 함께 살지, 동물 가족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펫재난구조전문가들은 위급한 상황일 때 함께 대피할 수 있는 동물 수를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물품까지 챙겨간다고 생각한다면 성인 1명당 1마리 최대 2마리 이상은 불가능하다. 즉, 생존과 동물 가족 중 선택을 해야 하는 극한적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 개와 고양이도 수명이 길어져 15년 이상을 산다. 이 긴 시간 동안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많이 달라진다. 우리 역시 나이를 먹어가고, 함께 살 동반자가 생기거나 아이가 생길 수도 있다. 혹은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닥칠 수도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 늘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닥칠 힘든 시간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동물입양을 다시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동물과 사람이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삶에 균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균형을 잡아야 하는 역할을 하는 ‘보호자’가 나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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