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사람의 연결고리, 끊지 말고 이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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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의 연결고리, 끊지 말고 이어 주세요
동물의 복지와 사람의 복지를 함께 생각하는 이유
  • 2020.07.27 16:56
  • by 전윤서 기자

마포구 성산동, 이 조용한 마을에 고즈넉하게 앉아 있는 2층 양옥집이 눈에 띈다. 이곳은 세계 최초 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는 동물병원인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다. 어렵기도 한 이 이름은 줄여서 '우리동생'이라고 부른다. 

2013년 설립된 우리동생은 '사람을 위한 의료 협동조합은 있는데, 동물을 위한 의료협동조합은 왜 없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동물의 생명권, 동물의 복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동생은 '반려동물은 물론 지역사회 동물과 반려인들이 더욱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에 보탬이 되자'라는 설립 취지에 따라 꾸준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라이프인은 우리동생의 정애경 조직담당이사를 만나 우리동생이 그간 지역사회의 일원인 저소득층과 함께 걸어온 발자취를 살펴보았다. 

▲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左)정애경 조직담당이사 (右) 김현주 상무이사 ⓒ라이프인
▲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左)정애경 조직담당이사 (右) 김현주 상무이사 ⓒ라이프인

■ 동물복지와 사람복지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동생이 설립 취지 일환으로 2017년 처음 시작한 사업은 바로 '저소득층 주민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 지원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우리동생이 가진 사회적 가치를 보여주는 공익사업으로 적절한 예방과 더불어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를 목표로 한다.

우리동생은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그동안 저소득층 주민들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깨기 위해 '저소득 주민 반려동물 양육현황 조사'를 실시했다. 저소득층 주민 100명과 우리동생 조합원 100명을 대조군으로 현황을 살펴본 결과, '저소득층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이 없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반려견을 사랑하고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소득의 차이를 떠나 똑같았다. 반면에 정보 접근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졌고 양육 스킬이 부족하다는 점이 달랐다. 또한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는 바로 지난달 서울시가 발표한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이 실태조사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장애인 등 604명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자들은 동물을 좋아해서(29.7%), 외로워서(20.4%), 우연한 계기(17.6%)로 반려동물을 키우게 됐으며, 반려동물로 인해 책임감 증가, 외로움 감소, 삶의 만족, 생활의 활기, 긍정적 사고, 스트레스 감소, 운동량 증가, 대화증가, 건강 향상, 자신감 향상 순으로 긍정적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것은 반려인과 반려동물 간의 유대감과 교감이 깊기 때문이다. 또한 취약계층은 반려동물 양육을 위해 생활비를 줄이거나(37.7%), 신용카드로 처리(22.7%)하며, 심지어 돈을 빌리거나(7.8%)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4.5%)까지 있었고, 조사자의 62.1%가 반려동물 관련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고 응답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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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은 70대 할아버지께서 9살 강아지를 우리동생에 데리고 오셨다. 딸 같은 강아지에게 중성화가 필요한지 몰랐던 할아버지께서 이미 염증으로 가득 부풀어 오른 배 때문에 찾아온 것이다. 수술하는 데에만 100만 원 이상의 돈이 드는데 할아버지 소득은 한 달에 100만 원 이하였다. 큰돈이라 할아버지께서는 눈물을 머금으며 망설이다 병원을 나가셨는데, 5분 만에 다시 돌아와 수술하겠다고 하셨다."

이 이야기는 우리동생 정애경 이사가 들려준 이야기이다.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은 갑작스럽게 맞이한 큰 금액의 수술비가 감당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가족처럼 여기는 반려동물을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우리동생을 찾아온 할아버지는 우리동생 의료나눔지원을 통해 50% 지원을 받고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우리동생에서 자체적으로 시작한 의료나눔 사업은 마포구 일대의 저소득가정 반려동물에게 무상진료와 동물등록을 지원했다. 2018년과 2019년 우리동생은 자체 사업과 별도로 서울시가 진행하는 취약계층 의료지원사업에 협력 병원으로 참여했다. 우리동생은 거듭 진행되었던 저소득층 지원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대가 필요한 돌봄의 사각지대를 마주하게 된다. 정 이사는 "신청자들이 병원에 방문하면 동물치료 치료 후 '건강하게 잘 살렴'하고 돌려보냈다. 이렇게 몇 해 진행해보니 일회성으로 끝나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똑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기도 하고 건강이 좋지 않아 보였던 반려인의 안부가 궁금해지기도 했다"며 "동물과 사람의 복지를 분리해서 생각했기 때문에 생기는 아쉬움이 항상 있었다. 결국, 사람의 복지와 연결되어야지 해결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역복지관들과 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 반려인과 반려견의 건강, 그리고 애니멀호더를 예방하는 저소득층 지원 

6월 8일부터 시작한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더불어 건강하게'라는 사업은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으로 제안되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올해 사업은 우리동생이 겪은 그간의 경험을 잘 녹여낸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 꾸준히 진행해오던 사업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의료지원 사업을 통해 서울시의 정책으로 사업이 유지될 수 있는 바람을 담아 제안됐다. 또한 교육 스킬이 부족한 반려인에게는 행동 교육, 건강교육, 공공장소에서 반려동물이 지켜야 할 예의인 '펫티켓' 등 교육과정을 만들어 일상 돌봄을 실천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정 이사는 "반려동물의 행동에 문제가 있는 경우, 반려인이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저소득층은 반려동물 양육 지식에 대한 정보 접근도가 떨어져 반려동물 교육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교육과정을 구상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저소득층 대상에 부합한다면 복지관 추천, 개인 신청을 통해 사업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때 사업 참여하는 반려인에게 기초조사를 하게 된다. 방문 조사로 실시되는 기초조사에서 우리동생은 동물과 어떤 유대관계를 가지고 사는지, 왜 입양을 하게 되었는지, 반려동물을 어떻게 양육하는지 양육 현황을 점검한다. 혹여 반려인이 건강상 혹은 정서적 불안과 우울, 고립감을 호소한다면 살림의료사협, 함께걸음의료사협, 36.6℃ 의료생협에서 상담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거나 약을 먹어야 하는 등 심각한 수준을 보이면 지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끔 돕고 있다. 

또한 일종의 저장 강박의 한 형태로 나타나는 애니멀호더(animal hoarder)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고 있다. 애니멀호더란 책임감 없이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많은 동물을 사육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개인의 정서적 불안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빈번히 소음, 배변 냄새로 이웃에게 피해가 발생해 지역의 문제로 퍼진다. 우리동생의 저소득층 지원사업으로 이러한 지역사회의 문제를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더불어 건강하게' 사업의 선순환. ⓒ라이프인
▲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더불어 건강하게' 사업의 선순환. ⓒ라이프인

정 이사는 "'동물에게 어려움이 있습니다'라고 하면 사람이 우선이라는 인식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다. 운 좋게 아픈 동물의 치료가 끝나더라도 돌봄의 문제가 남는다. 그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사람이고, 결국 같이 사는 사람이 건강해야 동물도 건강할 수 있다. 모두의 건강이 중요하다"라며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우리동생이 실시하고 있는 사업으로 인해 지역에서 동물복지와 연결된 사람복지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 함께 하겠다고 하는 지역복지관과 시민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복지망이 촘촘해져 지역중심의 커뮤니티케어 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요즘 그 체계 안에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의 건강 또한 살펴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편,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더불어 건강하게' 사업은 마포구, 은평구, 서대문구, 노원구에 거주하고 있는 저소득 주민이라면 지역 내 복지관과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블로그 안내를 통해서 참여할 수 있다. 우리동생은 2,124명의 사람 조합원과 3,701마리의 동물 조합원이 가입되어 있으며 현재, 마포구와 강남구에 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반려동물과 지역사회를 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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