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첩] 북한 화장품의 불시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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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첩] 북한 화장품의 불시착
  • 2021.02.17 19:56
  • by 송소연 기자

북한 화장품을 선물 받았다. 난생처음 북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보는 것이기에 더욱 설레는 언박싱(unboxing)이었다. 상자에 들어 있는 물건을 꺼내니 신의주화장품공장의 '봄향기' 5종 세트를 만날 수 있었다.

'북한경제와 협동하자', '북한도시이야기' 연재를 담당하며 유일하게 갖고 싶은 북한 제품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화장품. 신의주화장품공장은 공기 좋고 물 맑은 석화산지구에서 위치해 있으며 제품은 합성유화제를 사용하지 않고 '고려인삼'의 추출물을 주원료로 수십 가지의 한방 약재를 배합해 만든다는 것이다. 

평소 스킨케어를 좋아하는 필자는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절대 놓치지 않을 거예요'를 외쳤다. 통일되어서나 구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어떻게 알고 중국에 있는 지인이 보내줬다. 중국 인터넷에서 검색되는데 개당 100~600위안에 판매된다고 한다.

'봄향기'는 봄을 떠올리게 하는 파란 하늘과 진달래가 그려진 박스에 나름 고급스러운 유리 용기에 패키징되어 있었다. 화장품에 대한 특징이 적힌 종이가 있었는데 굉장히 뉴트로스러우면서 재미있었다. 분크림을 "분장을 위한 기초화장품으로서 퍼짐성이 좋으면서도 미세한 얼굴 흠집을 은폐시키기 위한 은근한 분장효과와 함께 자외선, 습기, 먼지로부터 피부를 보호합니다"라고 설명했는데 화장을 한 듯 하지 않은듯한 자연스러운 피부 보정 효과를 주는 파운데이션 혹은 톤업크림, 비비크림이 아닐까 싶다.

봄향기 5종 세트는 살결물, 물크림, 크림, 밤크림, 분크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화장품을 부르는 단어들도 생경했다. '살결물'은 스킨, '물크림'은 로션인데, 스킨은 살결로 번역했지만, 크림은 대체할만한 단어가 없었던 모양이다.

데이크림과 나이트크림이 같이 구성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남한의 5종 세트는 보통 스킨, 로션, 에센스, 아이크림, 크림으로 구성되어 기능성이 강조되는데 북한은 추운 날씨 때문인지 보습에 집중한 구성한 것 같았다. 

▲ 봄향기 5종 세트 ⓒ라이프인
▲ 봄향기 5종 세트 ⓒ라이프인

90년대 화장품 느낌이 났지만, 오~ 생각보다 사용감이 괜찮았다. 인삼이 들어간 기능성 화장품이다 보니 인삼향이 날 줄 알았는데 향은 은은했다. 닦토(화장솜에 닦아 쓰는 토너)를 평소 선호하지만, 살결물은 손에 일정량을 덜어 바르는 것이 흡수도 더 잘 되는 것 같고 좋았다. 

보습 라인 3종(물크림, 크림, 밤크림)은 하루에 다 사용하기보다 계절별에 맞춰 사용할 것 같다. 물크림은 수분크림과 비슷하고, 크림은 물크림보다 조금 더 쫀득쫀득한 느낌, 밤크림은 밤(Balm)타입크림처럼 보였다. 지금같이 춥고 건조한 날씨에는 크림을 여러 번 덧바르거나 오일을 섞어서 사용하는데, 크림을 한 번만 발라도 보습력이 괜찮았다. 제형 때문에 발림성이 안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잘 발릴뿐더러 분크림이 밀리지 않았다. 

만약 구매할 기회가 있다면 좋은 성분에 가격도 저렴하니 살결물과 밤크림은 여러 개 구매해 놓고 싶다. 특히 밤크림은 별도의 에센스 없이 바르고 자도 아침에 보송하고 촉촉한 느낌이 좋았다. 전성분 표시가 없어 구체적으로 어떤 재료가 사용되고 어떤 효과를 주는지 몰라 아쉬웠지만, ISO9001과 GMP 인증이 받았다고 하니 품질에 대한 신뢰는 갔다. 북한에서도 품질경영시스템과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을 관리한다는 사실이 신기했는데 아무래도 봄향기가 중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 20개국에 수출되어 품질을 관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밤(Night)이 아니라 밤(Balm)같은 밤크림 ⓒ라이프인
▲ 밤(Night)이 아니라 밤(Balm)같은 밤크림 ⓒ라이프인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손예진은 사택마을 언니들과 간 장마당에서 자신의 브랜드 '세리스초이스'의 앰플이 북한까지 진출했다며 감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북에서 남한 화장품은 수입 금지 품목이지만, 실제로 한류 열풍으로 일본이나 미국·유럽 화장품에 비해서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북한에서 화장품은 흔하지 않은 인기 혼수품인데 한국산 화장품을 받은 신부가 가장 시집을 잘 갔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극 중에서 남으로 무사히 돌아온 손예진은 언니들의 얼굴을 담은 리미티드 에디션 '그리움'을 출시하고, 그 화장품을 받게 된 언니들은 손예진이 아주 도덕이 없는 동무는 아니었다며 그리워한다. 그동안 남북경협이 어렵게 느껴졌는데 북한 화장품을 사용해 보니 남과 북이 생산하고 사용하는 제품이 오고 감이 남북경협이지 않을까 싶었다. '봄향기(春香)'는 고전소설인 '춘향전'에서 가져와 젊은 봄 향기와 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봄향기처럼 새롭고 따뜻한 소식이 남과 북에 들리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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