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 이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공정과 정의가 무엇인지에 관해 먼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각자가 공정함과 정의로움에 대해 나름대로의 관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는 공정이라는 가치에 꽤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동시에 한편에서 '공정'의 잣대가 약자를 공격하는 수단이 되는 경우를 목격하고는 한다. 일례로서, 장애인 이동권 투쟁 시위를 시민의 불편을 야기하는 행위로 규정하는 시각은 정말로 공정한가?
정원섭 경남대학교 교수는 1월 31일 진행된 '2024년 희망한국 만들기 수요세미나: 자유와 공정의 사상' 네 번째 강의에서 존 롤스의 『정의론』을 강연하며 롤스의 정의관과 공정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 교수는 롤스 정의관의 핵심을 ▲공리주의에 대한 대안적 정의관 제시 ▲사회계약론 사상에 기초하여 공정한 사회제도 건설 ▲민주사회를 위한 가장 적합한 도덕적 기초 제시 등으로 설명했다. 특히 롤스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 사조에 비판적이었는데, 이를 두고 정 교수는 "롤스의 정의론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공정함으로서의 정의'(Justice as fairness)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정함이란 무엇인가. 정 교수는 롤스가 말하는 공정함을 "단순히 이익을 주고받는 것뿐 아니라 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의 입장을 향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롤스는 각자가 가진 천부적인 재능과 사회적 지위 모두 정당하고 도덕적인 근거 없이 우연히 주어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 교수는 롤스가 구상한 '공정함으로의 정의'의 출발점은 "행운의 가치를 높여주면서 불운이 우리 삶에 끼어들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 정의론의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의를 구상하는 방법으로서 롤스가 이야기한 개념이 바로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이다. 이는 쉽게 말하여 개인이 가진 여건과 배경에서 벗어난 상태, 즉 선천적인 능력이나 사회적 배경이 개별 합의당사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가린 상태를 의미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공정함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롤스는 무지의 베일을 쓴 합리적 시민들이 선택할 정의의 원칙으로서 ▲제1원칙: 평등한 정치적 자유의 원칙 ▲제2원칙: 차등의 원칙(기회균등의 원칙, 최소 수혜자 우선성의 원칙) 등을 이야기했다. 특히 정 교수는 "롤스가 말하는 '최소 수혜자 우선성의 원칙'은 연대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연대는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들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장치"라고 부연했다.
또한 정 교수는 롤스가 이처럼 무지의 베일을 강조한 이유와 왜 정치공동체 안에서의 시민 연대와 최소 수혜자 우선성의 원칙이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설명하며 "나도 가난해질 수 있고, 최소 수혜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롤스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공리주의자들이 사회를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으로 바라봤다면 롤스는 각자의 자리에 필수 불가결하게 존재하는 개인의 협력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봤다"고 밝혔다.
존 롤스의 정의론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정원섭 교수의 기고([희망 in 한국] 롤즈: 평화의 정치 철학①)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2024년 희망한국 만들기 수요세미나: 자유와 공정의 사상'은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가 라이프인, 소셜임팩트뉴스와 함께 운영하며, 1월 10일부터 2월 14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9시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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