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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 빌바오의 변신, "도시에 남을 미래 세대를 생각하라"리팔루 전 시장, 사가르뒤 부시장 방한에 단체장들 뜨거운 관심
▲ 사가르뒤 빌바오 부시장과 리팔루 말뫼 전 시장이 한국을 찾아 단체장들에게 도시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라이프인

도시재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교과서 같은 사례, 스페인 빌바오와 스웨덴의 말뫼 이야기를 우리나라에서 들을 수 있는 자리에 국내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앞다퉈 달려왔다. 13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해외 도시혁신 우수사례 전문가 초청 만찬 간담회에는 19년간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말뫼의 변신을 이끈 일마 리팔루 전 시장과 약사 출신으로 빌바오의 경제와 거버넌스를 담당하고 있는 빌바오 고초네 사가르뒤 부시장이 연사로 나서 그들의 도시혁신 사례를 들려주었다. 

리팔루 전 시장은 토목공학, 건축학을 전공하고 1970년부터 도시계획가로 말뫼 도시 계획에 참여해 1994년부터 2013년까지는 무려 19년간 말뫼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말뫼 혁신을 이끌었다. 사가르뒤 부시장은 약학학사 출신이지만 이후 노동, 경영, 마케팅, 관광 등 다양한 학문을 공부한 뒤 공공서비스에 뛰어들어 바스크 지방정부에서 경험을 쌓았다. 2017년 4월 빌바오 제1부시장으로 임명돼 굿거버넌스, 재정, 시민참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강연자로 나선 이날 행사는 전국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이하 협의회)와 랩2050이 주최한 자리로 협의회장인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비롯한 십여 명의 단체장들이 참석해 두 도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 일마 리팔루 말뫼 전 시장.ⓒ라이프인

■말뫼와 빌바오 혁신의 키워드 "젊은이, 지속가능성, 연대"

말뫼와 빌바오는 모두 한때 영광을 누렸던 도시들이다. 두 도시 모두 지역 경제를 이끌던 조선업 등 중공업이 쇠퇴하면서 지역 경제 붕괴 위기를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웨덴 말뫼는 19세기 후반 들어서는 조선업 쇠퇴로 지역 주민들이 떠나가며 도시가 쇠락했고, 스페인 바스크 중심부의 빌바오는 역시 조선업과 금융의 중심지였지만, 1920년 철강자원 고갈, 1970년 세계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편으로 이 위기에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도시를 혁신하는 기회로 삼아 지금은 더 젊고 지속가능성이 큰 도시로 탈바꿈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국내에도 조선업이 지역 경제를 이끌던 군산, 거제 등 지역이 최근 이들 사업의 쇠퇴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날 연사로 나선 리팔루 전 시장과 사가르뒤 부시장이 들려준 성공한 도시 혁신 과정은 이들 국내 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이날 강연에 나선 두 연사는 "당장, 혹은 단기적인 미래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사가르뒤 부시장은 "시장의 임기는 짧다. 도시재생이 끝났을 때 시장, 부시장은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도시가 남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환을 준비하고 긴 안목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사가르뒤 부시장은 "도시 혁신의 성공사례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 역시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 단계는 전환을 다시 새롭게 상상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두 도시는 어떻게 가라앉던 도시를 부활시켰을까? 사람이 빠져나가는 도시는 지속될 수 없다. 말뫼와 빌바오는 죽어가는 도시를 혁신하기 위해 젊은 층의 유입에 힘썼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대학교를 유치해 젊은 층을 유입시키는 것은 물론, 인재에 대한 수요를 가진 기업들을 유치하는 것을 도시 혁신의 한 방법으로 꼽았다. 리팔루 전 시장은 "말뫼대학에는 현재 25,000명의 학생이 있고, 이런 과정을 통해 말뫼는 29세 이하 시민이 40%나 되는 젊은 도시가 됐다"고 강조했다.

두 연사가 강조한 도시 혁신 계획에서 중요한 점 또 한 가지는 도시혁신이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이어야 했다는 점이다. 이미 쇠퇴한 중공업 중심의 지역경제로 되돌릴 수 없을뿐더러, 돌아갈 수 있다 해도 이들 산업으로 인해 생기는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큰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도시를 준비해야만 했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조건으로 설계된 말뫼의 '미래도시(City or Tomorrow)'는 재생에너지와 지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100% 공급하는 에너지 자급도시로 설계됐고, 빌바오가 2012년부터 추진한 복합지구 '소로차우레(강변 모래톱에 수로를 파 섬으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 사가르뒤 빌바오 부시장. ⓒ라이프인

다만 혁신이 가져오는 낯섦에 대한 불안이나 거부감 역시 세계적인 공통점이라는 데에 이들도 인식을 같이했다. 사가르뒤 부시장은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에 대해 아무도 반가워하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설득하고 제안할 수밖에 없었다"며 혁신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 미술관은 이제 우리가 투자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되돌려주고 있다"고 밝혀 지난한 과정을 겪은 혁신이 성공하기는 과정은 길고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모두의 만족감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모든 이들의 연대가 성공의 열쇠라는 점이다. 도시의 부활은 몇 사람만의 힘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리팔루 전 시장은 "말뫼 변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던 초기 4, 5개월 동안 거의 무급으로 말뫼의 부활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준 비전그룹이 도시 혁신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빌바오는 빈민촌에 거주하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아이디어를 내게 하기도 했다. 사가르뒤 부시장은 "주정부, 중앙정부, 빌바오의 경우 더 나아가 유럽연합에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설득해 재원을 마련하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말뫼, 빌바오의 성공? 혁신은 끝나지 않는 것

▲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장 정원오 성동구청장.
ⓒ라이프인

이날 참석한 단체장들은 두 도시의 사례 중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위해 앞다퉈 질문을 내놓는 모습이었다. 경북 문경 고윤환 시장은 "문경이 한때 석탄, 시멘트 산업이 지역경제를 이끌었지만 이제 두 가지 다 문을 닫았고, 절박하게 혁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선업이 쇠퇴했던 두 도시와 비슷한 점이 있다"며 투자 재원 확보와 변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두 연사에게 물었고, 경기도 화성 서철모 시장은 "대학 설립, 산업단지 구축 등을 시에서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이 어느 정도 있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성공적인 결과를 낸 두 공직자는 "그럼에도 혁신은 끝난 것이 아니라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가르뒤 부시장은 "다음 단계는 새로운 전환을 상상하는 것"이라며 빌바오 내 생활, 일, 놀이 복합지구인 '소로차우레' 계획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소극장, 스튜디오 등 창의적인 시설과 의과대학, 공과대학 등 인재양성에 필요한 대학시설 등이 들어선다"고 밝혔다.

리팔루 전 시장은 "조심해라.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에 맞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경고'를 남기기도 했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도시에 뭐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덤볐다가 일어날 수 있는 재원 낭비와 그로 인한 도시 혁신의 후퇴 등에 대한 경고였다. 

김정란 기자  inat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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