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사각지대 공제(共濟)로 함께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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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사각지대 공제(共濟)로 함께 건너다
노동자의 좋은 삶과 생활 속 연대 : 노동공제운동의 의의
  • 2021.05.29 09:26
  • by 송소연 기자
05:22

공제(共濟)는 함께 건넌다는 뜻을 담고 있다. 노동공제는 노동자들이 적은 갹출금을 공동으로 모아 위험에 대비하는 협동조합 방식의 보험이다. 

그동안 상호부조에 기반한 자조적인 안전망은 안산·시흥지역 노동자 생활공제회 '좋은이웃', 전국화학식품섬유노조 '봉제인공제회', 지역별 자활공동체 기반 '주민협동회', 공익활동가 사회적 협동조합 '동행' 등이 있었다.

그리고 올해 1월 드디어 노동공제연합 풀빵이 설립됐다. 노동공제연합 풀빵은 노동공제 사업을 통해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및 플랫폼 종사자 등 기존 고용·복지 체제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의 삶의 질 개선과 사회적 연대를 위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27일 청년재단에서 개최된 노동공제연합 풀빵 창립보고대회는 "오래된 미래, 노동공제 : 노동자의,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에 의한 생활 속의 노동복지연대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기조발표를 맡은 김형미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자의 좋은 삶과 생활의 속의 연대"를 통해 노동공제운동의 의의를 공유했다.

▲ 기조발표김형미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자의 좋은 삶과 생활의 속의 연대"를 통해 노동공제운동의 의의를 공유했다. ⓒ라이프인  
▲ 김형미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기조발표를 통해 노동공제운동의 의의를 공유했다. ⓒ라이프인  

김 교수는 "노동운동은 연대와 협력을 통해서 일하는 사람들의 자유 확장을 가로막는 부자유를 제거해 노동자의 좋은 삶을 실현하는 사회운동의 사명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노동자의 권리와 고용을 투쟁해 왔다면 이제는 사회보장과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일다운 일(ILO 1999년 공표)을 보장하려는 노동운동의 확장이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사회보장과 사회적 대화의 디딤돌을 놓는 노동공제운동
노동공제운동은 노동자들이 공동체를 구성해 자조적인 힘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노동자의 좋은 삶을 위한 복지의 출발점이다. 노동자의 좋은 삶을 위협하는 질병, 실직과 같은 상황을 상호부조로 대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 내용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좋은 삶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이라는 점에서 자유의 확장을 의미한다.

개발도상국의 여성이 국가와 가족이 무력하더라도 소액대출로 식품을 제조해 협동조합에 출하한다면 이는 도약의 발판이 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노총의 사회연대 전략 : 스웨덴의 경험
1930년 스웨덴은 대공항과 2차 세계대전이라는 위기 속에서 복지국가를 건설했다. 그 계기는 노총과 경총, 정부의 살트세바덴 협약(1938년)이다. 노동조합은 기업의 경영권을 보장하고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했다. 기업은 고용과 기술투자에 노력해 이익금을 사회보장 재원으로 내놓았고, 이는 복지제도의 기틀이 됐다. 1951년에는 노총이 연대임금정책(렌-메이드네르 모델)을 채택해 규모와 매출에 상관없이 동일노동 동일노동을 지급하는 사회적 협약을 맺었다. 대신 정부는 도산하는 기업의 노동자들이 실직할 때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교육과 재훈련을 지원했다. 

노동자의 자기결정권의 확장
단체주의 발상에서 노동조합의 가입은 노동조합으로 뭉쳐야 힘을 지닌다는 단결지상주의를 중시했다면, 지금은 개인의 자유 확대와 주권의식의 발달, 민주주의 경험이 축적으로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의지에 기반한 연대와 자치를 중시한다. 

이러한 흐름은 노동, 인권, 복지 분야에서 자기 결정과 참여를 통해 공동생산(지역사회에서 서비스 공급자, 수혜자, 가족, 주민이 공동으로 협력해 설계하고 관리하고 생산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공동육아, 부모협동조합 유치원, 발달장애인 가족 협동조합이 그 예로 자기결정권에 기반한 생활 속 연대를 통해 모두가 주역으로 참여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노동자들의 공제운동과 상호부조 차원의 복지도 자신들에게 맞는 복지 서비스를 동료들과 함께 생산하기 때문에 생활 속 연대로 볼 수 있다. 

# 해외 사례 1 : 스웨덴은 금융위기에 국가 아이돌봄서비스를 민간에게 이양해 3,500개의 새로운 아이돌봄 협동조합이 생겼다. 이탈리아의 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사회의 어린이, 장애인, 고령자 돌봄을 수행해 지역주민과 당사자가 참여하는 복지서비스 체계를 만들었다. 

# 해외 사례 2 : 일본, 스웨덴, 미국에도 노동조합, 노동자 조직이 공제 사업을 수행한다. 미국의 프리랜서 조합은 52,000명의 조합원에게 의료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샌프란시스코의 미시온 구 어센펀드는 이민 노동자와 저소득 노동자에게 무이자 소액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 '동주공제(同舟共濟)'는 손자(孫子) 구지편(九地編)에 나오는 이야기로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뜻'으로 이해와 어려움을 함께 한다는 의미이다.
▲ '동주공제(同舟共濟)'는 손자(孫子) 구지편(九地編)에 나오는 이야기로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뜻'으로 이해와 어려움을 함께 한다는 의미이다.

노동공제는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의 뿌리
노동자의 상호부조와 공제운동은 우애조합, 상호부조협회와 같은 상호부조조직을 만들어 질병과 장애, 실업, 사망 등의 위험에 대처했으며, 이들 조직이 이후 협동조합, 공제조합, 노동조합으로 분화했다.

1970년 석유 파동으로 북유럽, 서유럽에서는 국가 중심의 사회 서비스를 제공을 어려워졌고, 시민들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비영리 조직을 통해 상호부조와 복지 서비스를 공동생산하는 활동을 활발히 진행했다. 중남미에서는 도산하는 기업을 노동자들이 인수해 일자리와 산업을 회복하는 회복기업과 지역화폐, 공동체경제가 일어났다. 

노동공제 운동은 이직, 실질, 퇴직하더라도 질병과 노화로 자립하기 어려운 시기에도 돌봄의 안전망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공제사업은 실직, 질병 시 부조와 생활자금 대출 등의 금융서비스 중심으로 실행될 것이다. 하지만 점차 규모가 커지면 의료, 주택, 교육 등 노동자의 생활 안전망을 강하게 만들 것이다. 

김 교수는 "스스로 참여하고 함께 결정하여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실현해 나가는 공동체만큼 강한 복지는 없다. 노동운동은 노동자의,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에 의한 복지를 노동공제운동을 통해 만들어 갈 수 있다"라고 강조하고, 노동공제운동은 기존 노동운동의 새로운 확장할 뿐만 아니라 국적으로도, 미래세대가 보더라도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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