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업에게 생태계는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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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업에게 생태계는 도움이 될까?
[볼로냐에서 배우다 ⑩] 연합회의 적극적인 역할 그리고 자금공급을 하는 협동금융기업(CFI)과 기업금융협동조합(SOFICOOP)
  • 2019.12.16 14:41
  • by 정원각 상임이사(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경남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해외연수가 이번이 처음이니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많이 늦은 편이다.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를 볼 수 있는 볼로냐 지역을 선정했는데, 일정은 참석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두 번의 강의와 다섯 곳의 현장방문을 진행했다. 주요 연수 내용을 정원각 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가 라이프인에 소개한다.


모든 제도와 법이 주식회사로 대변되는 자본기업 중심으로 되어 있는 사회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의 생존과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조직과 제도들을 흔히 사회적경제 생태계라고 한다. 그 가운데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해 만든 연합회와 자금 공급을 하는 조직은 생태계 가운데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볼로냐 연수에서는 연합회와 CFI(Cooperazione Finanza Impresa, 협동금융기업), SOFICOOP(SOcieta FInanz COOP, 기업금융협동조합) 등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세 곳을 직접 방문하지는 않았지만 현장 기업들의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세 조직의 역할과 협동조합들과 관계 등을 알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는 대표적인 협동조합 연합회가 2개 있고 규모가 작은 2개의 독자적인 연합회가 있다. 물론 2015년 이 4개의 연합회를 하나로 묶는 총연합회가 출범했다. 이런 연합회의 역할과 정부투자 조직으로서 자금 공급과 컨설팅을 하는 CFI와 SOFICOOP에 대해 살펴보았다.

▲ 레가쿱 로고 ⓒ정원각

먼저 연합회의 역할이다. 이탈리아에서 대표적인 연합회가 진보적인 좌파들이 중심인 레가(LEGA)협동조합연합회와 가톨릭 계통의 협동조합들이 만든 컨프쿱(CONFOOP)연합회다. 연합회는 먼저 협동조합을 만들 때 인큐베이팅을 한다. 앞의 기사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건축 바닥 마감재를 생산하는 가조티가 주식회사에서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할 때 CFI에 제출하는 사업 계획서의 작성과 협동조합을 만드는 프로세스를 컨설팅한 곳은 레가협동조합연합회였다. 그리고 커뮤니티쿱 포이아톤다를 인큐베이팅 하면서 자금이 필요할 때에 신협을 연결시켜주는 등의 역할을 한 곳이 컨프쿱연합회다. 

이렇게 연합회가 하는 일이 명확하고 협동조합에 도움이 되니까 협동조합들은 연합회에 회비를 당연하게 낸다. 신생 포이아톤다가 1년에 컨프쿱연합회에 내는 회비가 2천5백 유로(한화 약 325만원)라고 하니 월 27만 원정도 된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더구나 회계 문제 등이 발생했을 때 특별 컨설팅을 받을 때에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한다고 한다. 그리고 연합회는 이렇게 회원 조합에서 내는 회비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연합회에 가입한 협동조합들은 조직의 사업 규모에 따라 회비를 낸다. 회원 협동조합들은 연합회에 회비를 내고 연합회는 회원 조합들에게 사업, 정책 등에 대한 도움을 제공한다.  

베라 자마니 교수는 연합회와 회원 협동조합과의 관계에 대해 일상적인 컨설팅, 협력만 아니라 감사로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하였다. 서유럽에서는 드물게 협동조합 관련 법이 많은 편인 이탈리아에서는 협동조합에 대해 정부가 개입을 하지는 않지만 연합회가 회원 협동조합을 감사한다는 것이다. 즉, 단위 협동조합들은 감사를 받아야 하는데 연합회에 속해 있는 협동조합들은 각 연합회의 감사를 받으며 4개의 연합회 어디에도 가입하지 않은 협동조합은 정부가 감사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협동조합에 개입하거나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으로 CFI와 SOFICOOP에 대한 설명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유는 한국에서도 채택을 고민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남과 같이 산업위기, 고용위기 등으로 노동자들의 일자리 유지, 창출이 중요한 지역에서는 새로운 협동조합이 설립될 때 ‘법과 제도가 어떻게 작용하는가?’하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조티라는 자본기업이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과정 속에서 큰 도움을 준 것은 레가협동조합연합회의 컨설팅과 이탈리아 마르코라법의 적용이었다. 그런데 이 마르코라법이 CFI와 SOFICOOP을 통해 시행된 것이다.

▲ CFI 로고 ⓒCooperazione Finanza Impresa

CFI는 Cooperazione(협동), Finanza(금융), Impresa(기업)이라는 의미이며 이탈리아 경제부의 자회사 성격으로 자본의 98.37%가 정부가 출자했다. 여기에 참여한 곳은 이탈리아 정부(경제부), 3개 협동조합연합회의 상호부조기금과 325개의 협동조합 등이며, CFI는 세계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CICOPA)에 참여하고 있다. CFI를 설립한 목적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전하고 새로 만드는 것이며 이를 위해 CFI는 노동자협동조합 등의 기업들의 투자계획, 장기간 금융지원, 사업 실현, 감수 등을 한다.  

SOFICOOP는 Societa(기업), Finanza(금융, Cooperativa(협동조합)이며 84개의 협동조합과 1,500개 일자리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이 협동조합도 이탈리아 경제부가 99.70% 출자하여 만들었다. CFI가 금융을 중심으로 컨설팅을 한다면 SOFICOOP은 협동조합 운영을 중심으로 컨설팅을 한다. 노동자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과 발전에 기여했다. 이 두 기관은 모두 1985년 제정되어 1986년 시행된 마르코라법과 깊은 관계가 있다. 마르코라법은 노동자들이 노동자협동조합을 만들 때 정부가 자금을 함께 투자하여 사업을 할 수 있게 한 법이다. 

▲  SOFICOOP가 만드는 임팩트 ⓒ SOcieta FInanz COOP

마르코라법은 1986년 처음 시행될 때에 노동자들이 조성한 자금의 3배를 매칭했으나 유럽연합이 '이탈리아 정부가 시장에 지나친 개입으로 인한 경쟁 위반'이라는 지적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조성한 자금과 같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투자의 방법도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방법에서 CFI나 SOFICOOP과 같은 곳을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다시 정리를 하면 노동자들의 노동자협동조합과 같은 기업을 만들거나 자본기업을 인수할 때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데 노동자들이 조성한 금액과 같은 금액을 투자한다. 투자는 CFI, SOFICOOP을 통해서 하며 이 두 조직은 사업 계획을 검토하여 투자를 결정하며 이후 컨설팅도 함께 지원한다. 

CFI와 SOFICOOP의 성과에 대해 다시 정리를 하면 먼저 CFI는 30년 동안 156억 원(1천2백만 유로)을 투자하여 2019년 4월 기준으로 390개의 기업과 1,900개의 일자리를 창출 또는 유지했다. SOFICOOP는 같은 기간 84개의 협동조합과 1,500개의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만드는 일에 지원을 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통계를 내는 '10억 원 투입에 대해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내는가?' 즉, 고용유발계수를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다. 2016년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산, IT기업이 10억 원 투입했을 때 13명의 일자리, 협동조합 분야에서는 38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탈리아 CFI는 10억 원 투입에 121명의 일자리를 창출 또는 유지한 것으로 한국의 자본기업에 비해 10배, 한국의 협동조합에 비해 4배의 효과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조사와 연구 그리고 한국, 경남에 적용 가능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 Coop Alleanza의 이벤트 장면, Coop 브랜드 제품 구매액의 1%가 커뮤니티의 사회 활동 자금에 기부되고, 협동조합 회원인 경우 4 %를 할인해 준다는 내용. ⓒ정원각

지금까지 경남의 사회적경제 기업, 중간지원 조직, 도의원들, 공무원들이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5일까지 이탈리아 볼로냐에 사회적경제연수를 가서 방문하고 교육을 받은 내용을 정리하였다. 참석자 대부분 연수에 대해 만족하고 큰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당장 경남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시간을 가지고 적용해야 할 내용도 있었다. 연수가 다녀온 사람들의 경험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사업, 도의 정책, 의회의 조례 제정 등으로 이어져 경남의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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