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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자존감은 노동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을까?[볼로냐에서 배우다 ⑧] 취약 계층 고용과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니마 사회적협동조합과 침(CIM) 사회적협동조합
  • 정원각 상임이사(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 승인 2019.11.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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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해외연수가 이번이 처음이니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많이 늦은 편이다.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를 볼 수 있는 볼로냐 지역을 선정했는데, 일정은 참석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두 번의 강의와 다섯 곳의 현장방문을 진행했다. 주요 연수 내용을 정원각 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가 라이프인에 소개한다.


2018년 우리나라 공중파 방송에 도쿄의 한 특이한 식당이 소개된 적이 있다. 그 식당에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는 사람들은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다. 그런데 식당 안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손님이 주문을 한 음식과 나온 음식이 다르다. 주문을 받은 사람과 음식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 분명히 같은 사람인데... 놀라운 일은 화를 내야할 손님이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면서 그 음식을 즐긴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모두 치매노인인 것이다. 찾아오는 손님도 이것을 안다. 그래서 주문 내용과 다른 음식이 나오는데도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즐거워한다. 의사, 전문가들은 이 이상한 식당에서 근무하는 치매노인들의 치료나 삶의 만족도가 일반 치매노인들에 비해 훨씬 높다고 보고한다.

경남 사회적경제 연수단이 방문해 식사를 한 로칸다 스메랄디 레스토랑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이 레스토랑은 트립어드바이저에 등록된 벤티볼리오 지역의 16개 레스토랑 가운데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서빙을 하는 다수의 종업원들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도쿄의 식당과 같이 주문 것과 다른 음식이 나오지는 않고 종업원들은 젊은 20-30대의 청년들이다. 단지 손님에게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주는 일에 대해 '조금 어려워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정도다. 하지만 음식을 나르는 장애인 노동자의 얼굴에서는 일에 대한 진지함과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이 로칸다 스메랄디 레스토랑은 취약계층 고용형인 아니마(Anima)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곳이다.  

2007년 장애인 특수학교 교사 5명이 모여서 처음 시작한 사회적협동조합 아니마는 '영혼이 있는'이라는 뜻으로 지방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레스토랑과 텃밭을 운영하는 사업부터 시작했다. 취약계층인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B형사회적협동조합으로 현재는 75명의 직원이 있는데 이중에 장애인이 60명이고 비장애인이 15명이다. 조합원은 20명인데 7명이 장애인이고 13명이 비장애인이다. 60명의 장애인 직원 중에 조합원이 7명밖에 되지 않는 이유는 '협동조합은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여 출자를 해야 하는데 장애인들이 그런 판단을 하는 것과 출자금을 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 경남 사회적경제 연수단이 방문해 식사를 한 로칸다 스메랄디 레스토랑.
▲ 이나미 사회적협동조합이 키우고 있는 가축들.

초기 레스토랑과 텃밭에서 시작한 사업은 현재, 과수원, 가축 키우기, 농업박물관 청소 관리, 조경, 양봉, 장애인 학생 캠프 등 다양한 사업을 한다. 레스토랑의 규모는 30명이 들어가는 크기에서 지금은 20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아니마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미션은 우선 고객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장애인 등의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직원 중에 비장애인의 인건비는 시설 운영으로 자체 조달을 하고 장애인의 인건비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아니마에 장애인이 연결되면 해당 장애인의 특징을 빨리 찾아서 가장 적절한 일자리를 매칭해 주고 있다. 

▲ 음식을 나르는 장애인 노동자의 얼굴에서는 일에 대한 진지함과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CoopSocialeAnima

아니마를 운영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첫째, 손님들이 직원들의 상태에 대해 물어볼 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또는 '꼭 설명을 해야 하는가?'하는 점이다. 일하는 장애인 직원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질문은 매우 곤혹스럽다. 둘째, 외부에서 토요일, 일요일 케이터링 요청이 올 때에 대한 대응이다. 아니마는 토, 일요일은 일을 하지 않는데 일반인들에게 케이터링 업체가 토요일과 일요일에 쉰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도 시간이 많이 든다. 셋째, 조합원에 장애인을 늘려 나가는 것이 어렵다. 이유는 장애인들이 보호자 없이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에 대해 장애인들도 그리고 부모들도 쉽지 않다. 그리고 출자금을 내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을 가지고 있어서 장애인 조합원 확대가 더디다. 

사회적협동조합 아니마는 레스토랑 이외에도 과수원, 양봉, 가축 사육 등을 하여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식재료 일부를 공급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더욱 큰 신뢰를 받고 장애인들의 만족도도 높다. 한편 위에 서술한 사업 외에도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캠프를 한다. 학교에서 6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방학을 하는데 다른 곳에 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캠프를 하는데 반응이 좋은 편이다. 아니마에서 일을 하는 장애인 직원들은 스스로 알아서 출퇴근을 한다. 

▲ 경남 사회적경제 연수단원들과 아니마 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아니마에는 세 가지의 핵심 가치가 있다. 첫째, 일은 인간에게 정체성과 인간존엄성(신성함)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 믿는 것이다. 둘째, 장애인도 노동자 교육을 통해 적절한 환경에 배치되어 노동에 어려움 없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모든 활동은 각각의 능력을 찾는 것이며 목표는 장애인이 사회에 포용되고 참여하는 것이다. 셋째, 아니마는 두 배의 가치를 가지는 제품을 제공한다. 먼저 아니마는 좋은 상품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아니마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해당 상품 구입만 아니라 사회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 침(CIM) 사회적협동조합.

레스토랑 비버는 연수단이 정식으로 섭외하여 방문한 곳이 아니라 볼로냐 대학의 코디가 연수단이 점심을 먹기 위해 예약한 곳이다. 비버를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은 침(CIM)인데 1988년에 가톨릭교회가 중심이 되어 설립한 곳이다. 장애인 취약계층 고용을 목적으로 시작해 지금은 자활 교육장 등도 함께 운영하는 혼합형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조합원은 30명인데 이 사업장에 노동하는 사람들은 15명이고 다른 15명은 침을 후원하는 개인, 법인, 교회, 단체 등이다. 이 사업장에 상시 근무하는 사람들은 35명 정도이며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15명이 조합원이고 20명은 조합원이 아니다. 상시 근무하는 사람 외에 일시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을 포함하면 하루에 보통 60명 정도다.

▲ 침(CIM) 사회적협동조합 제품들.

침의 장애인들은 주로 인지장애인이 많지만 육체장애인, 알콜중독자도 있는데 침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판단은 공기관이 한다. 사업으로는 케이터링과 레스토랑 운영 그리고 농업 생산과 식품 가공, 수공예 제품 생산 등을 한다. 장애인들은 노동을 하고 그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받음으로서 '나도 세금을 내는 사람'이라는 자부심, 감흥 등이 스스로를 치유한다. 장애인들이 침에 들어오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가족들이 당사자의 상태를 의사와 상담을 하면 그 상담을 바탕으로 공적 사회서비스 기관이 장애인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사회적협동조합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개개인들의 치료 프로그램은 별도로 있다. 그리고 침의 재원은 먼저 케이터링, 식당 운영, 농업, 수공예 제품 판매 등의 자체 사업이 있고 자원봉사자, 의료기관, 기업, 종교 기관의 후원과 지방정부의 지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번에 소개한 시타베르데 그리고 이번에 소개하는 아니마와 침 등 세 곳은 모두 장애인 중심의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후 장애인 교육까지 포함하는 혼합형 사회적협동조합이 되었다. 이탈리아는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과 함께 서구 유럽 중에서는 신자유주의를 비교적 많이 받아들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복지도 북유럽은 물론이고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보다 약한 편이다. 그런데 취약한 국가 복지라는 토양이 그 나름의 돌파구를 만들었는데 그 돌파구 중의 하나가 사회적협동조합을 탄생시켰는데 취약계층 고용과 사회서비스 제공의 사업을 한다.

이탈리아의 사회적협동조합 콘텐츠가 우리나라에 2007년 사회적기업이라는 영미식 이름과 결합해 법제화되었고 시행되었다. 그리고 2011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법인과 사회적기업이라는 인증이 공존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해 제도과잉 또는 정부 지원 등의 부정적 평가가 없는 바는 아니지만 기업 생존과 취약계층 고용 등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정착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경남에서도 사회적기업은 10년이 넘었고 사회적협동조합도 이제 7년을 넘기고 있다. 이제 스케일업하고 안정적인 사업체로 성장해야할 시기를 맞고 있다. 이를 위해 당사자, 당사자 협의체, 중간지원 조직, 공무원, 연구자, 대학, 시민사회 등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정원각 상임이사(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jwonga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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