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화합, 협동조합으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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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화합, 협동조합으로 가능할까?
[볼로냐에서 배우다 ②] 세계의 불평등한 현황과 이에 대응하는 협동조합2
  • 2019.10.09 17:59
  • by 정원각 상임이사(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08:20

경남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해외연수가 이번이 처음이니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많이 늦은 편이다.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를 볼 수 있는 볼로냐 지역을 선정했는데, 일정은 참석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두 번의 강의와 다섯 곳의 현장방문을 진행했다. 주요 연수 내용을 정원각 경남사회연대경제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가 라이프인에 소개한다.


볼로냐대학 경제학과 델 보노 교수의 강의를 통해 현재 지구촌의 심각한 불평등의 내용, 그 불평등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 협동조합의 중요성 등을 들을 수 있었다.

▲ 볼로냐대학의 델 보노 교수.

유럽 정부가 예산을 가장 많이 쓰는 분야는 농업이고 그 다음이 사회 통합이다. 사회 통합을 위한 예산은 유럽 평균 소득의 60%가 안 되는 나라와 지역에 주로 사용한다. 예를 들면 소득 평균의 60%가 안 되는 과거 공산권의 나라 그리고 나라 전체는 60% 이상이 되는데 특정 지역이 60%가 안 되는 곳에 사회 통합을 위한 예산을 투입한다. 

우리 커뮤니티, 지역사회는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가?

한편 내가 사는 지역이 살기 좋은 곳인가를 살펴보려면 두 가지 지표를 봐야 한다. 하나는 '소득이 얼마나 높은가?'이고 다른 하나는 '불평등이 얼마나 적은가?'이다. 소득은 어느 정도 높아야 하고 불평등은 적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의 통합이 유지되고 화합이 된다.

한 커뮤니티에 4명이 살고 있다. A그룹(9-2-1-0)과 B그룹(5-3-2-2) 평균은 3으로 같지만 그 내부의 소득격차는 서로 다르다. B그룹의 통합성은 훨씬 높다. 우리는 모든 사람의 소득이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의 통합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빈부의 차이가 적어야 한다.

이탈리아에서 롬바르디아, 밀라노, 에밀리아로마냐, 라치오 등이 소득이 높다. 하지만 사회적 통합력을 보면 에밀리아로마냐가 1위다. 그 다음이 롬바르디아, 밀라노이고 라치오는 7위 정도다. 이는 불평등 지수가 작을수록 사회의 통합, 화합이 잘 되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 민주적인 나라들이 사회의 화합, 통합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가?

중앙정부, 지방정부(레조날레(주), 프라빈스(현), 로컬(시))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 째, 권력을 통해 세금을 걷는 것과 둘 째, 나눠주는 일이다. 과거에는 GDP에 비해 세금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유럽에서 35~50%가 세금이며 스칸디나비아의 경우 60% 수준이다. 각각의 정부는 이 세금을 사회통합을 위해 복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협동조합이 사회의 통합을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자.

일반적으로 기업의 목적은 이윤을 내는 것인데 어떤 기업은 사회적 통합, 화합을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도 기업이므로 이익을 내야 한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그 이익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그리고 이익이 나면 그 이익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쓰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이 각 나라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은데 이탈리아에서는 8%, 에밀리아로마냐는 16%를 차지한다. 그리고 에밀리아로마냐 주에서는 노동자 7명 중에 1명 즉, 16세~65세 전체 노동자 1,750,000명 중에 250,000명이 협동조합 기업에 근무를 하고 그 25만 명 중에 70%는 조합원이다. 작은 협동조합일수록 조합원 비율이 높고 대규모일수록 조합원 비율이 낮은 편이다.

협동조합에는 노동, 농민, 소비자 등이 중심이 되어 참여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취약계층을 고용한다. 장인들이 만든 협동조합과 농민들이 주도하는 농업협동조합은 생산물, 농산물 출하를 목적으로 한다. 협동조합은 개인의 소득을 올리면서 사회 통합은 강화하여 불평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

에밀리아로마냐 특징에는 교육이 있다. 1950년대 가정에 3~4명의 자녀가 있고 남자가 돈을 벌러 나가며 부인은 집에서 양육과 가사 노동을 하는 형태로 경제에 참여를 할 수 없었다. 이 시기에 기초 자치체인 시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지금은 광역이 담당) 시가 어린이집을 만들어 여성이 가사에서 벗어나 사회로 진출하게 했다.

이런 정책은 여성의 사회 참여를 촉진해 가계 소득을 높여서 경제 활성화, 직업 확대, 세금 증대 등의 효과를 가져왔다. 협동조합은 이런 경제, 노동 환경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 이유는 일반 기업이 여성 고용을 꺼린 것에 비해 협동조합은 차별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에밀리아로마냐 주는 이탈리아에서 공공기관이 유아 교육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며 지금도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제 협동조합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인들이 중요한가를 살펴보자.

첫 번째, 협동조합의 필요성이다. 이 필요성은 수요와 공급 모두 해당된다. 소비자협동조합은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으려고 하는 소비자들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농업에서는 생산한 농산물을 좋은 가격에 받으며 출하하고 싶어 한다. 이와 같이 수요와 공급에서 각자의 능력을 합할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경제적 이익을 넘는 연대와 협력의 의지다. 협동조합은 필요성만으로는 잘 되지 않는다. 그 필요성 외에 서로 협력하고 연대할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종교적 요소와 정치적 요소가 필요하다. 이 요소들은 협동조합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가치와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문화를 반영한다.

▲ 경남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해외 연수 참가자들이 델 보노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그동안 협동조합이 불평등을 낮추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보자.

첫 번째 협동조합은 경제 공황이 왔을 때 임금을 낮추는 경우는 있어도 좀처럼 노동자를 해고 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연대, 함께 극복하자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즉, 기업에서 매출이 10~20% 줄어드는 상황에 닥치면 자본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노동자를 해고하여 경영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택한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노동자 전체 임금을 줄여서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협동조합 기업은 기업이 잘 나갈 때 노동자나 주주들에게 다 배당하지 않고 내부 유보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500대 자본기업들은 평소에 이익의 70%를 배당하여 2010년 세계 경제위기 때에 충격을 극복할 자금의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이익의 5%만 배당하고 유보하여 어려울 때를 대비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협동조합이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이유는 임금의 격차에 있다. 자본기업 특히,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영향을 크데 받은 국가, 지역의 자본에서는 기업의 최저임금과 최고임금의 격차가 수백 배에서 수천 배(스톡옵셥 포함하면)까지 난다. 하지만 협동조합 기업에서는 다르다. 레가협동조합의 경우 최저임금과 최고임금의 격차는 8배 수준이다. 이는 비슷한 매출의 자본기업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적은 임금격차다. 참고로 몬드라곤협동조합의 경우도 레가협동조합과 비슷하다. 노동자 조합원 규모가 작은 단위 노동자협동조합에서는 최저임금과 최고임금이 3~6배나고 몬드라곤협동조합 전체에서는 9배까지 허용하고 있다.

강의 후에 "협동조합이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경제적 수준에 이루어야 하는가?" 질의에 대해 델 보노 교수는 개별 기업만 봐서는 안 되고 커뮤니티, 지역사회 전체를 봐야 한다고 했다. 하나의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만 아니라 범죄, 사람들 간의 관계, 문화 등을 봐야 하는데 어느 정도 경제 수준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탈리아와 같이 복지 사회가 되기 전에 협동조합을 받아들인 사회가 아닌 한국과 같이 정부의 복지 정책이 먼저 들어온 상황에서 협동조합의 역할은 어떤 것이어야 하고 협동조합의 활성화를 위해 자치단체의 역할을 묻는 대해서는 "그럴 경우에 협동조합은 최저임금, 최고임금 격차를 줄이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지방정부는 협동조합에 인센티브, 지방세 혜택을 고려할 필요 있으며 사회적협동조합과 공공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볼로냐의 시민들 중에 사회적경제, 협동조합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생각은 정치적, 문화적, 지역적으로 다르며 이탈리아에서는 북부가 남부에 비해 강하다"고 했다. 그리고 가난했던 아일랜드와 에밀리아로마냐가 부유하게 되는데 협동조합, 사회적경제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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