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피해 인정기준은 넓히고, 보건센터는 국립기관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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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피해 인정기준은 넓히고, 보건센터는 국립기관에 맡겨야.
[강찬호의 위험사회 아웃(4)] 가습기살균제구제특별법 및 시행령 이슈(2) : 건강피해인정기준 및 보건센터
  • 2017.05.02 16:07
  • by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특별법(이하 특별법) 시행령 공청회가 2017년4월27일(목) 오후1시30분 명동 포스트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환경부 이호중 국장이 시행령안에 대해서 제안설명을 했다. 김판기 환경보건학회장이 좌장을 맡았고, 설동근 변호사, 임현술 동국대 교수,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참석해 토론했다.

환경부는 특별법 시행령에 대해 4월12일부터 5월23일까지 입법예고기간을 두고 있다. 특별법은 지난 1월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월8일 법률 제정이 공포됐다. 법은 오는 8월9일 시행예정이다. 특별법 제정과 환경부에서 시행령을 마련해 가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쟁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옥시불매시즌2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구제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을 마련 중이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 특별법과 시행령에서 가장 큰 쟁점 중에 하나는 ‘건강피해인정’ 기준이다. 건강피해 인정기준은 ‘피해구제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환경부 장관이 결정한다. 건강피해 인정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심의하는 각 위원회에 누가 참여하느냐가 중요하다. 또한 기준을 마련하는 가이드라인이 무엇인가도 중요하다.

특별법에서는 건강피해를 인정받으려는 신청자(법에서는 ‘인정신청자’라함)가 구비서류를 갖춰 신청한 경우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 판정(피해자 인정 여부 및 등급)해야 하고, 이것이 곤란한 경우 30일을 연장할 수 있다.

시행령(안)에서는 피해인정기준에 대해 역학조사 결과와 독성시험 등의 연구 결과와 노출에 의한 건강피해의 시간적 선후관계가 확인된 경우로서, 개별적 피해를 판별할 수 있는 경우 피해자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역학조사를 통해 건강피해와 관련성이 확인된 경우로서 해당 질환에 대한 가습기살균제 관련 특이적 진단이 가능한 경우에도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법과 시행령이 정한 건강피해 인정기준은 각 요건을 충족한 경우로서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환경부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제한적 시각을 시행령안에서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환경부는 애초에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인정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최 소장은 “담을 수 있는 최대치를 담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의학적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협소한 기준은 문제가 있다. (건강피해 기준을) ‘앤드(and)' 조항에서 ’또는(or)' 조항으로 열어놓고 가야 한다. 현재의 판정기준이 특이성에 국한하는 측면이 강한데, 비특이적인 경우의 건강피해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또 “피해입증이 피해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데, 가해기업이 입증책임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며 접근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현술 동국대 의대교수는 “건강피해 인정기준에 대해 ‘원인적 인과성’ 개념 보다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로 규정한 것에 대해 동의한다. 현재 수준에서 파악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추정할 수 있도록 열어놓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 교수는 “건강피해를 일으킨 해당 물질들이 독성시험에서 발암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동물실험과 사람은 다르다. 추후 발암성이 확인되는 경우 건강피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특별구제계정위원회 피해인정 기준에서도 개별피해를 ‘확인’하는 개념보다는 ‘추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보건센터를 설치해 장기연구를 수행함으로서 건강피해에서 만성질환을 어떻게 일으키는지, 수명감소에 영향을 미치는지, 기존 질환을 악화시키는지, 발암물질인지를 장기적으로 추적해 경로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건강피해 산정기준’에 대해서 매년 검토하도록 했다. 건강피해 산정기준에 있어서 변동 요건이 발생할 경우 반영토록 했다.

‘건강피해 인정의 유효기간’은 5년으로 하고, 유효기간 내에 나을 가망성이 없을 경우 유효기간 만료 4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 청구를 하도록 했다. 건강피해 등급에 대해서도 피해구제위원회 심의를 거쳐 환경부 장관이 정하도록 했다. 5년 기간을 부여한 것은 피해자 관리의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따라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지점이다. 장기적인 건강피해를 추적 관찰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는 만큼 건강피해의 양상을 규정하는 것이 쟁점이 될 수 있다. 법과 시행령에서는 피해자 인정 유효기간에 따라 피해자 지위가 변동될 경우 피해구제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고 당사자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안에서는 노력성 폐활량 등을 평가해 폐 손상에 대해서만 ‘건강피해 등급’을 정하도록 규정했다. 현재 기준에서 인정된 질환이 폐 손상의 경우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추가 질환이 인정될 경우, 별도로 추가 등급기준을 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피해인정기준은 특별구제계정위원회 운용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구제계정운영위는 역학조사, 독성시험 등 관련 연구에서 가습기살균제와 건강피해 관련성이 확인되고, 노출에 의한 건강피해의 시간적 선후관계가 확인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로서 개별적 피해를 판별할 수 없는 인정신청자에 대하여 구제급여에 상당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예용 소장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인정기준과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기준을 정하는 방식이 아닌 구제계정위의 인정기준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인정에 대한 인과관계를 규정함에 있어서 관련성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뜨거운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시행령안에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기에 피해자들과 환경단체에서 불만을 표시하고 이견을 제시하는 이유이다.

이날 시행령 공청회에서는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를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됐다.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는 “보건센터에 대해서 민간병원에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며, 컨트롤타워는 국립병원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용 소장도 “보건센터를 민간병원에 두는 것에 대한 문제점에 동의한다.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많고 피해자들에 대한 연구 자료도 많이 축적되고 있다. 중요한 자료들이다. 컨트롤타워는 국립병원이 되어야 하고 궁극적으로 환경과학원 수준으로 기능하도록 되어야 한다. 민간병원은 보완기능을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호중 환경부 환경정책관은 보건센터를 국립기관에서 맡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환경과학원의 경우는 인력확대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미나마타병연구소’처럼 가는 방식도 고민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진행되어 온 민간주도 피해판정 흐름을 감안하면서 예산 수반이 이뤄져야 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분담금 부담과 관련해서도 언급됐다. 1,250억원이 조성 목표액이다. 설동근 변호사는 영업양도하거나 회사형태를 전환하거나 합병한 경우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의심이 된다며, 권리와 의무를 승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현술 교수는 기업의 분담에 대해 죄질이 나쁜 경우에 해달이 되므로 부담액이 크면 클수록 좋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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