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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모바일 시장의 성장과 '사우티 아프리카'[아프리카 소셜벤처 기행②] 동아프리카 보따리상인의 정보창고, 사우티 아프리카
  •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 승인 2019.03.2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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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이전에 'M-PESA'가 있었다
필자는 2012년부터 2013년에 걸쳐 케냐에 머물렀다. 케냐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 날, 수도에 방문했다가 갑작스런 사고로 병원에 가게 된 일이 있었다. 현지인 친구가 곁에 있어 수속과 치료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처방을 받고 병원을 나서려니 가벼운 지갑이 발목을 잡았다.

별다른 용무 없이 친구를 만나러 이동한 터라 현금을 많이 들고 있지 않다. 애초에 카드 결제가 되는 곳이 없으니 카드는 들고 나올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곁에 있는 친구도 주머니에 먼지 날리기는 마찬가지. 하우스메이트에게 연락해서 "내 방에서 돈을 찾아들고, 두 시간 버스를 타고 나이로비에 와서, 다시 미니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날 찾아와서, 그 돈을 전해줄 수 있겠니"하고 전화를 해야하나 깊은 갈등에 빠져 있는데 그 친구가 말했다. "M-PESA 쓰면 되잖아!"

그렇다. 당시 나는 'M알못'이었다. 거리마다 간판이 붙은 걸 보면서도 써 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낯선 문화였다. 'M-PESA'에서 M은 모바일을 의미하고 PESA(페사)는 케냐에서 쓰는 언어인 스와힐리어로 돈을 의미한다. 즉,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현금 거래 서비스가 M-PESA이다.

 

케냐의 흔한 M-PESA 에이전트 샵. 이런 에이전트 샵에서 일정 수수료를 받고 현금을 모바일 머니로 전환해준다.

 

2019년의 한국은 카카오뱅크 등 모바일 기반 금융 서비스가 보편화되어 있지만, 2012년은 모바일로 은행 앱도 많이 쓰지 않던 시절이었다. 2017년만 해도 주변 지인들이 '불안하다'며 토스 및 카카오뱅크 등 모바일 기반 금융 서비스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친구에게 M-PESA 사용 방법을 듣고, 그대로 하우스메이트에게 전화해서 부탁했다. 그리고 '전화번호 하나만으로' 병원비를 순식간에 받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당시 내가 들고 있던 휴대폰은 스마트폰도 아니였다.

'IT 강국' 한국보다 모바일 잘 쓰는 케냐 사람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모바일(휴대폰) 사용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다. 국제모바일커뮤니케이션시스템협회(GSMA, 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 Association)에서 2018년 발표한 몇가지 흥미로운 사실(참고 기사)을 옮겨본다. 

1.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인구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숫자가 심카드에 연결되었다. 개통된 번호는 약 7억 7400만 개다.
2. 이 지역 모바일 가입자는 4억 4천 4백만 명이며, 이는 전세계 모바일 이용의 9% 정도에 해당한다.
3.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모바일 인터넷 가입자 수는 지난 10년 동안 4배로 늘었다. 많은 사용자들에게 모바일이 온라인에 접속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4. 2018년 상반기에만 6개의 새로운 4G 네트워크가 출시되었다. 사하라 이남 지역에는 현재 120개의 네트워크가 있다.
5. 2017년 말 기준, 39개 국가에서 135개 모바일 화폐 서비스가 사용되고 있으며, 1억 2천 2백만 개의 계정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필자가 케냐에 있었던 2012년을 떠올려보면, 도시와 멀리 떨어진 마을에 사는 마사이 사람들도 전통 옷 입고 지팡이 짚고 있으면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모바일을 사용해 돈을 보내고, 페이스북을 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케냐는 핀테크를 비롯한 모바일 기반 서비스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으며, SNS를 활용한 소규모 비즈니스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별도의 홈페이지를 제작하지 않아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의 비즈니스를 알리고, 모바일 화폐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환경을 바탕으로, 소규모 비즈니스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소셜벤처는 소규모 판매자 및 중간거래상을 위한 모바일 정보 플랫폼이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마사이 목동의 모습. 케냐의 마사이 거주 지역에 가면 매우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사진출처-vodafon 홈페이지의 M-PESA 페이지)

 

동아프리카 보따리상인의 정보창고 '사우티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경제의 한 축은 소규모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과 이들의 주요 고객층인 중산층 이하의 소비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위 저소득층 경제(BOP, bottom of pyramid)라 일컫는 이 층위는 비공식적인 거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집계가 어렵다. 동시에 법이나 규칙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국경을 넘나들며 생필품 등 물자를 들여오는 '보따리 장사'를 하는 여성들은 거래 뿐 아니라 국경에서 각종 뇌물 요구와 성희롱에 시달리는 일이 빈번하다. 

사우티 아프리카는 이런 소규모 상공인, 특히 여성 상공인들에게 환율, 관세, 관련 법규 등의 정보를 공유하여 이들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모바일 정보 플랫폼이다. 사우티(sauti)는 스와힐리어로 '목소리'라는 뜻인데, 이 단체는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자신의 권익을 이야기하자'는 의미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사진 출처 - 사우티 아프리카 홈페이지(http://sautiafrica.org/)

 

사우티 아프리카의 솔루션은 저렴한 비용으로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우티 아프리카의 자료에 따르면, 기존 소상공인들이 시장을 조사하는데 약 3.5~13달러를 지출하며 5~50시간을 소비하는데 비해 사우티 아프리카를 이용하면서 주당 0.5달러의 정보 네트워크 접근 비용만 들이는 정도로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사우티 아프리카를 이용하는 소상공인들은 4,30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나이지리아,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구글의 임팩트 챌린지의 아프리카 첫 수상팀들이 선정되었는데, 사우티 아프리카도 케냐에서 선정된 12팀 중 하나이다. 이로써 사우티 아프리카는 새로운 도전과 성장의 국면을 맞이했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기술의 면모를 기대해보자.

 

엄소희
케냐와 카메룬에서 각각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됐다. 좋아하는 것(먹는 것과 관련된 일)과 하고 싶은 것(보람 있는 일), 잘하는 것(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의 접점을 찾다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아프리카 음식점을 열었다. 르완다 청년들과 일하며 '아프리카 청춘'을 누리는 중이다.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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