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의 힘으로 도약하는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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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의 힘으로 도약하는 아프리카
[아프리카 소셜벤처 기행 ⑨] 2019 사회적기업월드포럼(Social Enterprise World Forum) 참가 후기
  • 2019.11.19 11:47
  • by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10월 중에 아프리카의 르완다와 에티오피아에서 연달아 '아프리카와 청년', '아프리카와 사회적 기업'을 살펴볼 수 있는 국제 행사가 열렸다. 필자는 르완다에서 활동하는 소셜벤처 '키자미테이블'을 대표하여 각 행사에 참석했는데, 각 행사에서 경험하고 느낀 부분을 라이프인을 통해 공유한다.


사회적 기업은 어디에나 있다

이례적인 행사였다고 했다. 2019년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2019년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되었다.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최초 개최이며, 행사 중에도 각종 기록이 쏟아졌다. 본 행사 최초로 연사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다. 최단기로 티켓 1,000매가 매진되었는데, 행사 시작 50일 전에 이미 1,000매가 팔려 나가 추가 판매가 이루어졌다. (얼리버드 티켓이 한화 30만원 수준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굉장한 흥행이다.) 절반에 가까운 연사가 아프리카인으로 채워진 것도 최초였다고 한다.

사회적기업월드포럼(Social Enterprise World Forum, SEWF)은 사회적 기업가 정신과 사회적 투자에 대한 국제 교류와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연례 행사이며, 사회적 기업가를 비롯해 투자자, 정부 기관 등의 이해관계자가 참석하는 국제 행사이다. 올해가 12번째 개최였는데, 에티오피아에서 개최하면서 지역적인 특성이 행사 전반에 많이 반영되었다. 아프리카, 국제개발과 사회적 기업, 청년 등의 주제가 포럼 전반에 걸쳐 다루어졌다.
 

▲ 2019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이 열린 회의장(UNECA) 모습 ⓒ엄소희


사회적 기업 모델이 자본주의 극단에 있는 선진국가에서만 유효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개발도상국에서 또한 사회적 기업이 개발의 방법이 되기도 하고 대안이 되기도 한다. 이번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은 선진국의 사회적 기업 사례와 개발도상국 사회적 기업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하면서 이들이 각각의 사회에서 어떤 의미와 영향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공유했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사회적 기업 숫자가 5만5천 여개에 이른다고 발표했는데, 에티오피아에서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규정과 법제가 최근에서야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협동조합 및 마을 기반 비즈니스 등이 모두 포함된 결과이다. 사회적 기업이 여전히 생소하긴 하지만, 5만5천 개의 비즈니스가 스스로를 사회적 기업이라 규정하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낙관적인 전망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프리카, 국제개발, 그리고 사회적경제

이전 사회적기업월드포럼에 참석한 경험이 없어서 직접 비교를 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은 예년에 비해 더 많은 ‘개발’ 논의를 다루었다. 연사의 대부분이 아프리카 사회적 기업 또는 유관 기관(지원 기관 등)이다보니, 아프리카의 맥락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사회적 기업이 국제 개발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만들 수 있을지, 지원(특히 개발 자금)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어떻게 재정적 독립을 이룰 수 있을지 등의 논의는 아프리카 지역 사회적 기업들이 많이 모였기 때문에 대두된 주제들이지 않았나 싶다.

다양한 논의 가운데 눈에 띈 점은 규모가 크지 않아도 지속적인 임팩트를 창출하는 사례나 특정 문제에 집중한 사례들이 많이 다루어졌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 벤처 발표회에 가면 새로운 기술이나 확장성에 집중한 사례가 많은 데 비해서, 이번 행사에서는 보다 지역 집중, 문제 해결 집중형 사례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여성 고용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에티오피아의 레스토랑 Temsalet은 테이블 수가 10개도 되지 않는 작은 레스토랑이지만 에티오피아에서 거의 유일한 ‘여성 직원만 있는’ 레스토랑이다. 이들은 ‘남성이 없으면 (특히 서비스 직군의) 비즈니스가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깨고 성업 중이다. 르완다의 신발 제조업 Uzuri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폐타이어, 인조가죽을 활용해 동물친화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신발을 생산한다. 신발을 만드는 기술을 청년들에게 전수하고, 소규모 비즈니스 창업을 돕는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에코 비즈니스가 선진국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 인조가죽과 폐타이어로 신발은 만드는 UZURI K&Y ⓒUZURI K&Y


청년을 미래로 밀어내지 말라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이 개최된 주간에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일자리, 교육, 정치 참여 등을 주제로 논의하는 ‘청년 주간(Youth Week)’도 함께 열렸다. 전세계 100개국 이상의 청년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석했고, 포럼 기간 중에는 청년을 주제로 한 포럼과 토론이 열려 사회적기업과 청년의 접점을 늘리고자 하는 시도가 느껴졌다. 포럼의 폐막식 때 에티오피아, 케냐, 호주의 청년 대표(청년 대표라기 보다는 청소년 대표라는 것이 적합할 듯한 10대들이었다.)들이 청년 주간에 대한 활동 보고와 소감 발표를 했는데, 이들의 마지막 발언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단지 미래가 아닙니다.
우리는 현재입니다.
We are not just future,
we are present.
 

 

▲ 청년주간 결과 발표를 하고 있는 청년 대표들 모습 ⓒ엄소희

우리는 (특히 기성 세대들은) 청년들을 ‘미래’라 부르며 그들이 이끌어갈 순간이 온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청년이 미래’라는 말은 청년들에게 주도권을 주는 순간을 뒤로 미룸으로써 현재의 시점에서 주도권을 가지는 것은 기성세대임을 공고히하는 말이기도 하다. 단상 앞에 선 앳된 얼굴의 청소년들에게서 ‘우리는 현재입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뒷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렇다. 이들은 현재다. 기성 세대는 자꾸 호혜를 배풀듯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복지와 정치 참여의 기회를 준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응당 청년이 가져야할 지금의 권리이다. 청년들이 사회 안에서 충분히 그들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 사회가 ‘미래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회적 기업, 사회적경제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기존 사회의 맹점과 한계에 도전하는 사회적 기업의 속성은 청년들의 도전 정신과 맞물리면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아프리카 대륙은 그런 점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청년과 사회적 기업의 시너지에 아프리카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오길 기대한다.


엄소희
케냐와 카메룬에서 각각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됐다. 좋아하는 것(먹는 것과 관련된 일)과 하고 싶은 것(보람 있는 일), 잘하는 것(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의 접점을 찾다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아프리카 음식점을 열었다. 르완다 청년들과 일하며 '아프리카 청춘'을 누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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