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건강을 지키는 사회적기업 '엠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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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건강을 지키는 사회적기업 '엠파마'
[아프리카 소셜벤처 기행③] 약품, '전자 처방 시스템'으로 저렴하고 안전하게
  • 2019.04.16 20:03
  • by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지금 생각해도 참 무서운 이야기다. 케냐에서 지낼 때였다. 해변으로 휴가를 갔다가 헤나 타투(천연 헤나 가루를 물에 개어 피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피부에 착색이 되어 약 5~7일 정도 유지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팔에 작은 타투를 그렸었다. 

 

당시에 한국에서도 헤나 타투가 유행이었기 때문에 큰 고민없이 받았었는데, 휴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며칠 뒤부터 그림을 그린 자리가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해당 식물에 알러지가 있었던 것이다. 미칠 듯한 가려움증은 접어두고라도, 부풀어오른 자리에서 물집이 잡히기 시작하면서 진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무언가게 감염된 것은 아닌지 겁이 났다.

 

▲문제의 그 헤나 타투. 그릴 때는 참 좋았는데…

 

당시 내가 머무르던 곳은 읍내 정도에 해당하는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에 작은 클리닉이 하나 있었는데,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찾아갔다. 의사의 진단은 피부 알러지. 주사와 약을 모두 처방해야 빨리 가라앉을 거라고 말했다. 처방해주는 대로 받겠다고 대답하자, 의사가 하는 말.

"당신은 여기에서 쓰는 약을 믿을 수 있나요?"

가능하면 한국에서 필요한 약을 가져오라면서, 의사는 자신조차 이 약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순간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약을 처방하는 의사가 약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을 하다니. 그런 신뢰할 수 없는 약을 쓰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니. 그 믿을 수 없는 약을 받거나 고통을 참으면서 저절로 낫길 바라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두려움에 떨면서 주사를 맞고 약을 받아왔다.

 

다행히도 부작용은 없었다. 약이 독하다는 것이 느껴졌지만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현지인들이 얼마나 질병과 건강 관리에 취약한 환경에 놓여있는지를 절실하게 체험한 순간이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매 시간 100명 이상이 수인성(water-borne infection) 질병으로 사망한다. 전세계 5세 미만 영아 사망의 절반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일어난다. 질병이 사망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 시스템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치료 방법이나 약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고혈압, 당뇨병, 말라리아 등 주요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만큼 약은 충분하다. 문제는 이 약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공급망에 있다. 이와 같은 의료 정보와 의약품 공급, 네트워크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가나의 엠파마(mPharma)이다.

 

사진 출처 - mPharma 홈페이지

 

엠파마는 안전하고 이용가능한 헬스케어에 대한 접근이 전세계 인류의 권리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는 많은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들이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그들의 생활 수준에 비해 의약품 비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 비용 문제는 대부분 비효율적인 유통망에서 발생한다. 공급망이 투명하지 않으니 저렴한 가격의 가짜약이 성행한다.

 

엠파마는 '전자 처방 시스템'을 통해 정보와 가격의 문제를 모두 해결한다. 이들의 솔루션을 도식화하면 이와 같다. 

 

엠파마의 의약품 전자 처방 시스템 (사진출처 - https://medium.com/)

 

엠파마는 환자와 의사, 약국을 하나로 연결하는 온라인 네트워트와 이를 통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과정은 이렇다. 먼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한다. 의사는 질병에 대한 처방전을 엠파마에 등록하고, 엠파마는 해당 처방에 대해 최적의 약국 정보를 찾아 환자에게 제공한다. 동시에 이 정보는 약국에게도 전달된다. 환자가 이 약국을 방문하면, 약국은 엠파마를 통해 전달받은 처방에 기초하여 약을 제공한다. 어떤 약이 제공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다시 엠파마에 기록된다. 만약 약국에서 처방에 대한 의문이 있거나 확인하고 싶은 사항이 있을 때, 환자를 다시 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약국에서 직접 의사와 채팅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서 엠파마는 아프리카의 의료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먼저 환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의 약을 공급 받을 수 있다.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 역시 효율적인 공급을 통해 생산과 판매를 늘릴 수 있다. 의사와 약국은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통해 안심하고 좋은 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엠파마가 관여하는 의료 산업 네트워크 (출처 - innovation village)

 

실시간으로 구축되는 대량의 데이터는 또다른 효과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특정 약이 얼마나 처방되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약품의 수요 뿐 아니라 지역별, 인구 통계별 실시간 질병 프로파일을 확인하고 추적할 수 있다. 이 네트워크가 확장되면 단순 반응형 의료 전달 시스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전 대책 및 예방 시스템 구축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엠파마는 이같은 혁신을 통해 가나에서 출발하여 나이지리아, 잠비아, 짐바브웨, 케냐 등에 진출하며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벤처 투자 캐피탈이나 스타트업 투자자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으며 잠비아의 경우에는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보건복지부에 전국 디지털 처방 시스템을 제공하기도 했다. 보건 및 의료 분야는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엠파마의 행보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는 이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모두가 누리는 공평한 정보와 평등한 혜택, 이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의 모든 사람들이 좀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엄소희
케냐와 카메룬에서 각각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됐다. 좋아하는 것(먹는 것과 관련된 일)과 하고 싶은 것(보람 있는 일), 잘하는 것(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의 접점을 찾다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아프리카 음식점을 열었다. 르완다 청년들과 일하며 '아프리카 청춘'을 누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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