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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플라스틱'의 미래가 궁금하다면[아프리카 소셜벤처 기행 ⑥] 비닐 없는 나라 르완다, 쓰레기를 연료로 활용하는 르완다 기업 '하보나'
  •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 승인 2019.08.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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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현재, 환경 캠페인의 화두는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의 모습이 환경 단체의 포스터에 등장하고 수년이 지났다.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는 화장품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되고 있고, 플라스틱 빨대가 카페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비닐봉지 유상 제공이 일상화되었으며, 에코백이나 텀블러 사용 캠페인도 흔하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일회용 플라스틱은 가볍고 저렴하고 편리하지만, 분해되지 않아 '쓰레기 적재'를 유발한다. 토양에 묻히면 토양 오염, 해양으로 흘러가면 해양 오염, 소각하면 대기 오염의 주범이 된다. 일회적 사용 이후에 다른 대안 없이 오염원이 된다니, 어떻게 계산을 해보아도 플라스틱의 효용성만으로 사용을 지속하긴 어려운 일이 됐다.

정책적으로 비닐봉지 등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국가가 전 세계적으로 40여 국이 넘는다. 국가의 수도, 제한의 범위도 넓어지는 추세다. 이에 대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지지하고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난색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개 삶의 곳곳에 '플라스틱의 편의성'이 녹아 있는 경우가 그렇다. 비닐봉지가 유상 제공이래도 잔돈 얼마 더 보태고 비닐 봉지를 받아 사용한다. 시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것은 번거로우니까. 텀블러를 들고 오면 음료 할인이 된다지만 그냥 제 값을 내고 음료를 마신다. 몇 백원을 더 내더라도 그것이 더 편리한 것이다. 이들은 말한다. 일회용품 규제해봐야 일회용품을 안 쓰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고.

규제를 한다 한들, 플라스틱이 범람하는 이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일상 생활 곳곳에 자리잡은 플라스틱을 지워낼 수 있을까? 상상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그런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나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북아메리카나 북유럽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르완다가 그 주인공이다.

플라스틱 규제를 전세계 최초로 시작한 곳은 방글라데시다. 개발도상국이 이런 정책에 적극적인 것이 의외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환경오염이나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고통 받는 것이 이들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이런 규제가 이들의 '생존' 자체를 위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르완다는 그로부터 몇 년 뒤 2006년에 비닐봉지(일회용 플라스틱 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초기에는 진통이 적지 않았다. 비닐봉지를 대체할 재료가 많지 않았고, 시민들은 교체 비용을 부담스러워했다. 정부는 이 시기에 흔들림 없이 강력하게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종이봉투 등 친환경 자재를 중심으로 한 사업들이 자리잡았고, 작은 구멍가게에서부터 대형마트까지 종이봉투와 종이포장을 사용하는 것이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르완다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인상적인 부분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르완다에 도착하자마자 비닐 봉지를 회수하는 것이다. 공항에서는 면세품 구입 봉투를 비롯해 손에 든 모든 비닐을 제거하여 가방에 넣거나 종이 봉투에 옮겨 담아야 한다. 우간다나 콩고 등 육로 접경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닐봉지의 유입, 수입, 판매 및 구매를 국경에서부터 단속한다.
 

콩고-르완다 국경에 설치된 비닐봉지 수거함 ⓒ AlJazeera


르완다는 2020년까지 '지속가능한 국가(sustainable nation)'를 건설하는 목표를 두고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다양한 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다음 단계의 목표로 플라스틱 전면 금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과거 10년 간 비닐 봉지를 퇴출하기 위해 추진하고 실천한 과정을 보면, 플라스틱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비닐봉지를 없애고 플라스틱을 제한하면서 만들어낸 다른 효과들도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환경 분야에 일찌감치 눈을 뜬 현지 청년사업가들을 (간접적으로) 양성했다는 점이다. 르완다의 젊은 기업가 장 보스코(Jean Bosco Nzeyimana)는 19세에 친환경 연료 기업을 세웠다. 그는 르완다의 변두리 지역 작은 마을에서 살았는데, 매 끼니마다 부모님들이 장작을 구하기 위해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연료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무 연료는 계속해서 삼림을 파괴시키고 태울 때 많은 연기가 발생한다. 그리고 지속 시간이 길지도 않다. 장은 이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쓰레기에서 찾았다. 쓰레기 중에서 불에 타면서도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것들을 모아 친환경 연료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는 곧 Habona Ltd.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친환경연료를 연구하고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Habona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연탄 ⓒ Habona


Habona는 쓰레기를 재처리하여 연탄을 비롯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쓰레기를 줄임과 동시에 부산물로 유기질 비료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쓰레기 문제 해결과 친환경 연료 생산, 농업 생산성 확대까지 가져오는 일석삼조의 사업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던 당시, 장은 마을에 작은 폐기물 처리장을 만들었다. 소규모 팀을 꾸려 사람들이 가정마다 방문하여 쓰레기를 모으고, 이것을 폐기물 처리장으로 옮겼다. '쓸모 있는 쓰레기'의 기준은 두가지였다. 첫째 분해 가능한가. 분해 가능한 물질은 비료, 연탄 및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기 위한 재료로 구분되었다. 두번째 기준은 재사용 가능한 물질인가이다. 분해가 되지 않는 물질 중에서도 재사용이 가능한 것들은 재활용이나 업사이클링을 위해 구분하여 재판매하였다.

초기 사업 모델은 작은 마을 기업이었지만 그의 사업은 금세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프리카 혁신상(Africa Innovation Prize)를 비롯해 젊은 혁신가상(Young Innovator Award) 등을 수상하였으며, 다수의 재단에서 지원금과 투자를 받으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 정부에서 운영하는 통합 폐기물 처리 공장의 운영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Habona는 지역 주민들에게 한화 약 300원 정도에 1kg의 친환경 연탄을 판매한다. 이 연탄의 효율은 기존 장작의 3배 이상이다. Habona에서 생산하는 유기질 비료는 토양의 생산성을 높일 뿐 아니라, 토양의 지속가능한 사용을 가능하게 하면서 농민들이 무분별하게 산지를 개간하는 것을 방지한다. 산지가 많은 르완다에서 농민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산지를 개간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농지를 잘 써야 한다는 접근이다. 아프리카의 작은 내륙 국가 르완다는 정부의 추진력뿐 아니라 젊은 기업가들의 혁신성까지 더하며 환경 선진국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플라스틱이 없는 미래는 마냥 '불편한 사회'일까? 르완다가 보여주는 가능성은 우리가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모습들을 그릴 수 있게 한다. 플라스틱 없이도, 우리는 잘 살 수 있다. 어쩌면 '더' 잘 살 수 있을지 모른다. 앞서서 도전하고 경험하는 르완다에서, 부디 '유토피아'의 조각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엄소희
케냐와 카메룬에서 각각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아프리카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됐다. 좋아하는 것(먹는 것과 관련된 일)과 하고 싶은 것(보람 있는 일), 잘하는 것(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의 접점을 찾다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아프리카 음식점을 열었다. 르완다 청년들과 일하며 '아프리카 청춘'을 누리는 중이다.

 

 

엄소희(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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