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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협동조합 사례③] '협동조합의 협동'으로 마을만들기어렵지만 아름다운 협동 - 쇼나이마을만들기협동조합 '니지'
  • 이은선(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국제협력부문)
  • 승인 2018.10.1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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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가타현의 갓산(月山)(사진출처-위키피아)

생협과 지역 단체들의 협동을 통한 마을만들기 현장을 보기위해 일본 츠루오카(鶴岡)로 향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센다이 공항에 내려 기차로 센다이역으로, 다시 직행버스로 2시간 40분을 달리면 멀리 갓산(月山)의 봉우리와 그 앞에 펼쳐진 일본 농촌의 고즈넉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츠루오카는 지방의 작은 도시이지만 일본에서 꽤나 유명하다. '쇼나이마을만들기협동조합 니지(庄内まちづくり協同組合'虹', 이하 니지)'사례는 한국에서도 이미 몇 권의 책으로 소개된바 있다. 현재 협동조합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의 하나의 대안으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종협동조합간의 협동이나 협동조합생태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어 2018년 아이쿱생협 일본연수단은 '니지' 통해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 사업화 사례를 둘러보았다.

츠루오카에도 일본 지방도시의 그늘이
고령화, 인구감소, 지방경제 쇠퇴는 일본의 지방이 안고 있는 큰 문제이다. 일본 동북부에 있는 야마가타현(山形県)의 중심도시인 츠루오카시는 2005년에 6개의 시가 합병해서 만들어진 시이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서쪽은 동해에 인접해 있으며 넓게 펼쳐진 쇼나이평야는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풍성한 식문화를 만들어 내어 일본 최초로 음식문화 분야에서 유네스코에 등재되기도 하였다.

그런 츠루오카도 인구감소, 고령화를 피해갈 수 없었다. 5년에 한 번씩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1989년~2010년까지의 인구추이를 보면 5천 명 씩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현재 인구는 약 13만 명이고 그 중 27.5%가 65세 이상 인구이다. 제1차 산업이 중심이던 경제는 쇠퇴하였고, 기대했던 2차 산업은 중국의 싼 노동력을 찾아 공장이 떠나면서 현지 고등학교 졸업생의 1/3만 지역에 고용되는 상황이 되었다.

마을만들기협동조합 니지의 7개 구성 단체

츠루오카의 생협들은 이런 지역의 문제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이 지역에서 만들어낸 대안은 바로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을 통한 사업만들기와 지역활성화였다. 이런 고민을 함께 공유한 지역의 협동조합과 단체 7곳(생협쿄리츠샤(生協共立社), 의료생활협동조합야마가타(医療生協山形), 사회복지법인 야먀가타무지개회(山形虹の会), 고령자복지생협(高齢者福祉生協), (주)코프개발센터(コープ開発センター), 농사조합법인 쇼나이산직센터(農事組合法人庄内産直センター), 일반사단법인 파르마네트야마가타(ファルマネット山形,약국))이 모여 2004년에 사업협동조합으로 니지를 만들었다.

2013년 니지의 주요 사업과 사업액(2011년)

니지의 설립 목적에 대해 마츠모토 마사히로(松本政裕) 이사장은 "츠루오카를 언제까지나 안심하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마을로 만들고 싶다. 계속 살 수 있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이 필요하다. 먹거리와 의료·복지, 지역산 먹거리 등 이종의 벽을 넘어 협동조합이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일을 만들고 고령자의 생활에도 공헌해야 한다. 사람들의 생활에 협동조합이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고 들려주었다. 니지는 노인요양사업, 급식 및 배식사업, 송영사업, 청소사업 등을 펼치고 있는데, 2011년 현재 직원은 235명이고 전체 사업액은 728억 엔, 잉여는 2,250만 엔이다. 

니지를 찾으면서 제일 궁금했던 점은 이곳에서 협동조합 사이의 협동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배경이었다. 협동은 아름답지만 협동의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높은 조합원 조직율 - 지역에서 신뢰받는 생협 마츠모토 
마츠모토 마사히로 이사장은 협동이 잘 이뤄지는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는 강고한 조합원 기반이다. 츠루오카시에는 츠루오카생협과 쇼나이의료생협이라는 조합원 기반이 튼튼한 2개의 생협이 있다. 각각 츠루오카 내 조직율은 70%와 60%이다. 조합원들은 이 두 생협에 중복 가입해 동시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구매생협인 츠루오카생협은 1955년에 만들어진 6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생협이다. 우리에게는 일본에서 최초로 ‘반’모임을 만든 생협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생협의 시작은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에 제대로 된 의료 시설이 없어 조합원들 사이에서 의료시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던 차에 1964년에 큰 지진이 발생했다. 전국의 생협 조합원들로부터 의연금이 답지했고, 지원을 위해 의료생협 직원들이 달려왔다. 이들의 헌신적인 모습에 감명을 받은 츠루오카생협 조합원들이 중심이 되어 의연금 중 10만 엔을 설립 준비금으로 삼아 쇼나이의료생협을 설립했다.

● 일상적인 교류와 지역 현안에 대한 연대 협력
두 번째 배경엔 두 생협이 일상적인 교류나 지역의 현안을 두고 함께 싸우며 연대해 왔다는 점이다. 1974년에 시작한 등유재판, 76년의 대형마트 진출 반대 운동, 학교급식의 생우유 대체운동 등을 지역에서 함께 전개했다. 또 조합원 투쟁 속에서 정치혁신의 필요성을 통감해 시장선거나 현지사 선거 때는 생협·의료생협 조합원이 지역의 단체들과 함께 공동투쟁을 만들어 냈다.

● 공동이 과제를 함께 사업화해 온 경험
1988년 츠루오카생협과 쇼나이의료생협은 기존에 있던 생활센터를 3000만 엔을 들여 개조해 조합원활동시설인 오야마 협동의집을 열었다. 1992년에는 어르신들의 생활상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주는 유상자원봉사모임인 서로돕기모임(くらしのたすけあいの会)을 결성했다. 현재는 츠루오카생협, 의료생협야마가타, 고령자복지생협, 야마가타무지개회에서 함께 운영하며 야마가타현 5개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다.

또 조합원 사이에서 고령화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행정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자는 생각으로 1995년 사회복지법인 야마가타무지개회를 조직하고 노인보건시설 카케하시(かけはし)를 오픈했다. 건설 자금은 두 생협 조합원이 8개월 동안 4,700여 명이 참가해 1억 원을 모금했다. 카케하시는 주간보호, 단기요양돌봄, 병원, 인지장애 노인용 노인요양시설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후 2000년에 우리의 노인장기요양보험에 해당하는 개호보험(介護保険)이 시작되는 것에 대비해 1997년 생협쿄리츠샤, 쇼나이의료생협, 고령자협동조합, 야마가타무지개회가 4단체협의회(四者協)을 설치해 복지·의료 관련 협력체제를 갖추고 대표자들의 정례 회의를 진행했다. 2001년에 쇼나이의료생협 현립재활병원이 이전하게 되자 이를 리뉴얼해 종합개호센터 후타바(総合介護センターふたば)를 오픈했다. 이곳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달려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을 목표로 했다.

종합개호센터 후타바 (출처 : 의료생협야마가타 홈페이지)
2004년 니지 설립총회(출처 : 니지 홈페이지)

공적개호보험제도가 도입되고도 여전히 시설대기자가 500명이 넘는 현실에서 4단체협의회는 고령자주택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구상을 하면서 4단체협의회에 조제 약국인 파르마야마가타(ファルマネット山形)와 손해보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코프개발센터(コープ開発センター)가 참여해 2004년 2월 쇼나이마을만들기협동조합 니지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니지의 성장과 지역사회 만들기
니지의 사업이 설립 초기부터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49명의 직원, 1억 9000만 엔의 자본금으로 첫 사업인 서비스제공 고령자주택 '무지개집 코코로'의 운영과 급식 배식 사업을 시작했는데 매출이 1억 엔인데 적자가 3,000만 엔 정도 되는 시기가 5년 정도 이어졌다. 일반 사업체였다면 벌써 사업을 접었겠지만 이 사업의 필요성과 개별 사업자로는 실현할 수 없는 것을 협력·협동의 모델로 해결해 나간다는 마음으로 쇼나이의료생협이 재가요양지업사업, 헬퍼스테이션, 주간돌봄, 단기체재를 담당하고 생협쿄리츠샤가 복지용품 대여사업을 하고 고령자복지생협이 배식사업을 담당하면서 협동조합 전체로 수지의 밸런스를 구축하였다. 덕분에 2009년에 적자를 해소할 수 있었다.

이후에 급식과 배식의 식재료로 지역농산물을 더 많이 활용하기 위해 쇼나이산직센터가 니지에 들어왔고, 송영사업을 시작하며 중장년층을 채용해 새로운 삶의 보람을 제공하고 있다. 시설의 청소와 관리사업도 사업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이 안정화 되면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그 사람이 자립해서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질 높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공동의 연수 프로그램과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인재 양성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 인재들이 니지의 돌봄시설 뿐 아니라 지역의 각 돌봄시설로 돌아가 그 곳에서 질 높은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마을만들기협동조합 니지가 첫 사업으로 건설한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 '무지개집 코코로'

니지의 모델을 현 전체로 확대하기
생협쿄리츠샤와 의료생협야마가타는 지금까지 각 생협이 담당해 온 활동을 창조적으로 발전시키고 지역주민의 생활을 지원하는 생협운동을 현 전체로 확대하기 위해 ‘지역에 종합생활보장 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생협운동 추진 협정서’를 체결했다. 구체적으로는 상호 구성원이 참가하는 상설연계협의회를 설치하고 협의회에서 제기된 과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조합원간, 직원간 학동학습과 교류를 추진하며 니지의 종합적인 발전을 촉진하고 그 외 농협을 비롯한 협동조합, 주민조직과의 연계를 강화해 나갈 것을 협약했다. 생협이 공익 조직을 넘어 지역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야마가타의료생협이 운영하는 협립재활병원을 방문한 후에 걸어서 주변의 요양시설들을 돌아보았다. 걸어서 5~10 거리 내에 니지와 의료생협이 운영하는 돌봄시설들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가 마치 협동의 마을 같다고 느낌을 전달했더니 안내해주던 의료생협야마가타 쿠로코 카즈히코(黒子和彦) 전무는 "그게 바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마을"이라고 대답했다. 5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쿠로코 전무는 자신을 협동조합 3세대라고 말했다. 60년이 넘는 츠루오카에서의 협동조합의 역사는 끊임없는 연대와 협력의 역사였고 그들이 실현해 낸 많은 성과 중에는 이런 3세대 협동조합의 인재들의 양성해 낸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협동의 힘으로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복지서비스를 협동조합이 제공하고, 이것으로 고용 창출과 지역 산업에 활기를 불어 넣은 점은 협동조합간 협동으로 이룬 성과의 모습이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지방의 쇠퇴 속에서 협동조합이 지역사회의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고민과 실천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가져올 것인가, 우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쇼나이마을만들기협동조합 니지 https://www.shonai-niji.jp/
생협쿄리츠샤 http://www.yamagata.coop/
의료생협야마가타 http://y-mcoop.com/

이은선(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국제협력부문)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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