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협동조합 사례②] 지역의 문제는 우리 손으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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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협동조합 사례②] 지역의 문제는 우리 손으로 해결한다!
생활클럽도쿄의 다세대교류공간 '파스레르호야'
  • 2018.08.30 18:33
  • by 이은선(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국제협력부문)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협동조합은 1884년 영국의 로치데일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직물공장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에서 시작됐다. 이렇게 시작한 협동조합이 이제는 107개국, 307개 회원기관, 전세계 인구의 6분의 1인 12억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세계 최대의 비정부 기구로 성장했다. 세계 4대 통신사로 손꼽히는 미국 AP통신과 고급 오렌지의 대명사인 선키스트, 스페인 FC바르셀로나, 뉴질랜드의 키위 수출업체 제스프리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모두가 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협동조합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 협동조합은 13688개(일반협동조합 12588개, 일반협동조합연합회 61개, 사회적협동조합 1031개,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8개)가 설립됐다. (2018년 8월 기준) 

대표적인 협동조합으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을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 생협은 1980년대에 탄생했다. 당시 한국은 경제성장을 통해 대량생산·소비 사회에 진입하면서 농약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이었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욕구가 커진 도시 소비자들이 농산물 직거래 운동 등에 나선 것이 생협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생협이 걸어온 길은 순탄치 못했다. 생협을 경제 사업이 아닌 공동체 운동 차원에서 접근하다보니, 경영 실패가 잇달았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전후로 231개 지역생협 중 66.7%인 154개가 해체됐다. 이후, 지역 생협끼리 연합해 공동물류를 이뤄낸 후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는 값싸고 질 좋은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면서 생협은 자리를 잡게 됐다. 

안전한 먹거리로 조합원의 목소리에 부응해 온 생협이지만 최근 복지나 육아 등 생활 전반으로 조합원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생협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생협 운동은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이다. 라이프인은 우리보다 오랜 역사와 큰 규모를 가진 생협들은 이런 조합원의 요구에 어떻게 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 생협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가족의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 생협의 문을 두드렸던 조합원들은 이제 4·50대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먹거리 안심을 넘어 생활 안심”을 요구하며 의료와 돌봄도 생협의 역할로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조합원 의식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지역 복지에 대해 공부나 국내외 복지사업 사례 연수 등으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커뮤니티케어' 사례로 생활클럽생협도쿄가 운영하는 '파스레르호야'를 소개해 본다.  생활클럽사업연합생활협동조합연합회(이하 생활클럽생협)는 ‘시민이 주역이 되는 사회시스템과 지역만들기’를 목표로 전국 21개 도도부현에서 33개의 지역생협이 사업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합원 수는 2017년 기준으로 39만 명이며 매출 규모는 872억 엔(한화로 약 8,748억)이다.

생활클럽생협이 지향하는 복지

1967년 탈지유와 가공유가 주류이던 시절, 가공하지 않은 우유를 요구하며 도쿄 세타가야에서 100엔 우유를 만들어 공동구입을 시작한 것이 생활클럽생협의 시작이었다. 이후에도 생활클럽생협은 환경에 무리를 주는 합성세재를 대신할 천연비누 사용 운동이나 조합원의 대표를 정치의 장으로 보내 우리의 요구를 정치 속에서 실현해 내는 생활정치운동(대리인운동), 조합원과 주민이 지혜와 돈과 노동을 모아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을 만들어 가는 워커즈콜렉티브 운동 등 ‘참가·분권·자치’를 핵심 키워드로 한 생협운동을 활발하게 펼쳐 왔다. 생활클럽은 복지사업에서도 자신들에게 필요한 복지를 조합원의 참가와 자치, 협동과 상조를 기반으로 지역에서 만들어 오고 있다. 

생활클럽생협 분포도

일본은 2000년에 공적개호보험제도가 시작되면서 돌봄의 사회화가 시작됐다. 개호보험은 국제적으로는 장기간병보험으로 불리며, 일상생활 속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로하는 사람들에게 각종 간병서비스를 보장하는 사회보험이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시혜의 차원이었던 복지가 40세 이상 국민이 개호보험의 피보험자가 되어 보험료를 부담하고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 핵가족화, 평균수명 연장 등으로 혼자 사는 노인이 늘면서 공적 복지시스템 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공 바깥에 있는 복지영역도 늘어났다.

생활클럽생협은 참가와 상조를 통해 지역복지의 최적수준을 달성하고자 노력해 왔는데 이것을 ‘커뮤니티 옵티멈 복지’라고 한다. 이 커뮤니티 옵티멈 복지에 입각해 참가형 지역복지를 현장에서 추진해 나가고 있는 주체가 워커즈콜렉티브(이하 워커즈) 노동이다. 자신들이 출자하고 노동해서 이익을 함께 나누는 새로운 노동방식인 워커즈는, 참가하는 구성원들이 무리하지 않고 자신이 가능한 때에 가능한 만큼 돈과 지혜와 노동을 내어 지역의 복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이 복지사업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보면 ‘언젠가 나도 돌봄을 받는 입장이 될 것이다. 그때 내가 어떤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할까’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생활클럽도쿄의 복지시설 ‘파스레르호야’

'파스레르호야(パスレル保谷)'는 도쿄도 안의 니시도쿄에 위치해 있다. 니시도쿄는 도쿄 중심에서 사철(私鉄)과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가야하는데, 주간과 야간 인구가 40,000명이나 차이나는 전형적인 베드타인 지역이다(도쿄도에서 3번째).

'파스레스호야'의 전경

'파스레스호야'는 원래 생활클럽도쿄의 배송센터가 있던 곳이다. 도시계획에 따라 배송센터로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되어 철거가 예정되어 있었다. 조합원들은 모처럼 생협 시설이 있던 곳을 그냥 없앨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로 만들자는 의견을 내었다. 이후 조합원들이 중심이 되어 어떤 시설이 들어가면 좋을지 의견을 모은 결과, 지역주민을 위한 복지공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3년여에 걸쳐 생협·시민사업자·기업·NPO·입주자·시민 등 각기 다른 입장의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거듭한 끝에 2007년 10월 다세대 교류 광장 ‘파스레르호야’가 오픈하게 되었다. 필요 자금의 일부는 조합원의 차입으로 충당했다.

이곳은 현재 1층에는 생협 매장과 어린이집이 있고, 2층에는 데이서비스센터와 다목적 강의실, 셰어오피스 공간이 있다. 3,4층은 주택으로 개조해 일반인에게 분양하고 있다.

'파스레르호야'를 거점으로한 지역복지 실천

파스레르호야에 입주해 이 시설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7개의 워커즈이다. 1층에 있는 생활클럽 매장(데포 니시도쿄 점)은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면서 다양한 활동과 정보를 교환하는 조합원들의 만남의 공간이 되고 있다. 매장 옆에는 자그마한 카페가 있어 가볍게 차를 마시면서 담소도 나눌수 있는 공간으로 저녁에는 실버 세대들의 만남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렌탈 박스

카페 한편에는 렌탈 박스(가로 39.5×세로 27.5× 깊이 27.5㎝)가 있어 주민들이 한 칸씩 임대하여(월 510엔) 직접 만든 다양한 수제품들을 진열해 팔고 있다.

매장 운영은 조합원 26명으로 구성된 '워커즈콜렉티브 마도카'가 맡고 있고 카페 운영은 'NPO 플러스 드 니시도쿄'가 맡고 있다

어린이집 '포무'

어린이집 '포무'

매장 옆에는 생활클럽의 어린이집 '포무'가 있다. 2007년 10월 오픈한 '포무'는 0세아 6명, 1세아 6명, 2세아 10명이 다니는 가족적인 어린이집이다. 운영은 'NPO법인 워커즈콜렉티브 치로린무라'가 맡고 있다. 생협의 물품을 이용해 급식을 제공하고, 식생활교육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2층에 있는 데이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과의 교류의 시간도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과 어르신들 간의 세대간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데이케어센터 

데이케어센터

2층에는 앞에서 말한 주간보호시설인 데이케어센터가 있다. 이곳의 운영은 'NPO법인 다스케아이 워커즈 허밍'이 맡고 있다. 워커즈 허밍은 주로 개호보험의 방문요양서비스와 장애인 자립지원서비스를 해 왔는데 새롭게 주간보호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또 개호보험 수혜자들에게 그들에 맞는 케어플랜을 짜주고 상담를 해 주는 케어매니저들로 구성된 '워커즈 NPO법인 ACT 니시도쿄 거택(주택)돌봄지원사업소'와 이동이 어려운 사람들의 이동을 도와주는 '워커즈 NPO 이동서포트 하리코마'가 2층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셰어오피스

2층 데이케어센터 옆에는 이벤트 공간 ‘플러스 드 파스레르’가 있어 연중 다양한 기획 강좌나 강연회, 전시회, 영화상영이 이루어지고, 개인 파티나 생일파티 등에도 이용된다. 이곳의 운영은 1층 카페 운영을 맡고 있는 'NPO 플러스 드 니시도쿄'가 맡고 있다. 이 워커즈는 파스레르호야 건물 전체의 관리도 담당하고 있다. 파스레르호야를 거점으로 지역과 파스레르호야를 잇는 활동도 이곳이 담당한다. 2층에는 또 셰어오피스 공간이 있어 지역에서 새로운 시민사업을 만들거나 활동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다.

3, 4층은 53m2~80m2 규모의 분양주택이 10가구 있다. 건물 안과 주변에 생활을 지원해주는 시민사업이 충실하게 갖추어져 있어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젊은 육아세대들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다.

이외에도 입주자들이나 데이케어센터에 식사를 제공하는 '워커즈 유메'가 있다. 유메는 지역에 사는 65세 이상의 어르신 가정에 점심과 저녁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이렇게 파스레르호야를 중심으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부터 장애가 있는 사람들, 아이들 그리고 건강한 어르신까지 모두가 지역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지역의 복지시스템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은 '내가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있으니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이 들었을 때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을 마을 안에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사업의 기본에 있는 것은 ‘지역의 문제는 우리 손으로 해결한다’, ‘시민이 자치한다’는 것이며, 조직의 운영도 스스로 출자하고 운영하고 노동하는 워커즈콜렉티브의 형태로 해 나가고 있다.

생활클럽생협은 ‘파스레르호야’와 같은 복지 거점을 생활클럽생협이 있는 모든 지역에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주민이 주체가 된 복지시스템을 전국에 씨실과 날실로 엮어 가려고 한다. 현재 생활클럽의 지역복지 시설 현황을 보면 홋카이도에서 아이치현까지 전국에 775개(2013년 3월 기준)의 복지사업소를 가지고 있다. 등록된 이용자 수는 약 5만 6천 명이고, 이용액은 총 150억 3천만 엔에 이른다. 돌봄 시간수로 보면 119만 시간(2014년)이고, 15,700명이 복지사업에 종사하고 있어 단연 일본 생협 중 최고이다.

조합원들은 지방에 홀로 사시는 부모님이 걱정되면 언제든 해당 지역의 생활클럽 복지사업소를 검색해 부모님의 케어를 맡길 수 있다.

이렇게 생활클럽생협도쿄의 복지사업을 지탱하는 주축은 직원과 더불어 지역에 사는 조합원들이다. 자신들이 돈과 시간과 지혜를 내어 워커즈라는 협동노동 사업체를 만들어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복지를 담당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공적 개호보험 사업도 담당하고 있고, 공적복지의 바깥에 있는 대상들을 지원하기 위해 생협의 서로 돕기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생협을 기반으로 조합원들이 작은 사업체들을 만들어 지역의 복지를 맡아가는 생활클럽의 복지사업 모델은 우리의 복지모델을 만들어 가는데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파스레스호야' 홈페이지 : http://www.passerelle.or.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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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국제협력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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