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협동조합 사례①] 협동조합으로 보는 일본의 돌봄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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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협동조합 사례①] 협동조합으로 보는 일본의 돌봄모델
나라코프의 복지와 협동복지회의 복지사업
  • 2018.08.14 13:12
  • by 이은선(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국제협력파트)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협동조합은 1884년 영국의 로치데일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직물공장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에서 시작됐다. 이렇게 시작한 협동조합이 이제는 107개국, 307개 회원기관, 전세계 인구의 6분의 1인 12억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세계 최대의 비정부 기구로 성장했다. 세계 4대 통신사로 손꼽히는 미국 AP통신과 고급 오렌지의 대명사인 선키스트, 스페인 FC바르셀로나, 뉴질랜드의 키위 수출업체 제스프리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모두가 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협동조합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 협동조합은 13688개(일반협동조합 12588개, 일반협동조합연합회 61개, 사회적협동조합 1031개,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8개)가 설립됐다. (2018년 8월 기준) 

대표적인 협동조합으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을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 생협은 1980년대에 탄생했다. 당시 한국은 경제성장을 통해 대량생산·소비 사회에 진입하면서 농약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이었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욕구가 커진 도시 소비자들이 농산물 직거래 운동 등에 나선 것이 생협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생협이 걸어온 길은 순탄치 못했다. 생협을 경제 사업이 아닌 공동체 운동 차원에서 접근하다보니, 경영 실패가 잇달았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전후로 231개 지역생협 중 66.7%인 154개가 해체됐다. 이후, 지역 생협끼리 연합해 공동물류를 이뤄낸 후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는 값싸고 질 좋은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면서 생협은 자리를 잡게 됐다. 

안전한 먹거리로 조합원의 목소리에 부응해 온 생협이지만 최근 복지나 육아 등 생활 전반으로 조합원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생협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생협 운동은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이다. 라이프인은 우리보다 오랜 역사와 큰 규모를 가진 생협들은 이런 조합원의 요구에 어떻게 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 생협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스카문명의 꽃을 피웠던 도시 나라(奈良)는 들쑥날쑥한 스카이라인의 서울과 달리 나지막하고 고즈넉한 도시였다. 오사카역에서 킨테츠선(近鉄線) 열차를 타고 1시간 남짓 달리면 나라를 만날 수 있다.

나라(奈良)는 도시의 80%가 산지인데다 남쪽에 집중되어 있어 북서부 나라분지에 인구의 90%가 모여 살고 있다. 나라코프의 조합원수는 26.9만 명(세대 수 58만 세대, 인구는 130만 명)으로 조직율이 무려 46%(2017년 3월 현재)라고 한다.

조합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시작한 복지사업

70년대와 80년대 비약적으로 성장한 일본 생협의 주축은 여성 조합원들이었다. 일본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65세 인구 1970년대 7%, 1994년에는 14%, 2017년 27%)와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일과 노인 수발을 함께 감당해야 하는 여성의 부담은 날로 커져갔고 당연히 조합원 사이에서 복지사업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2000년 공적보험인 개호보험제도(우리나라의 장기노인요양보험에 해당하는 제도)가 시작되기 전까지 일본에서 어르신 수발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장남의 며느리 몫이었다.

나라코프(1974년 설립, 사업액 386.5억 엔, 이사장 나카노 모토코)는 1989년에 조합원들끼리 생활 속의 어려움을 서로 도와주는 '생활서로돕기모임(生活助け合い会)'으로 처음 복지사업을 시작했다. 1991년에는 매장을 중심으로 한 달에 한 번 식사를 제공하는 식사서비스도 시작했다. 이후 1994년에 복지사업의 추진 방향을 잡기 위해 프로젝트팀을 꾸렸는데 여기서 복지정책의 방향을 조합원 활동을 중시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 그리고 사회복지법인을 만들어 복지사업을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1996년 제23차 정기총회에서 복지사업을 추진할 사회복지법인 협동복지회를 건설할 것을 결의하면서 그 해를 '복지원년'으로 선언했다. 나라코프는 이렇게 1990년대 본격적인 복지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복지사업을 시작할 때는 해오던 물품사업이나 충실히 하면 되지 왜 복지사업을 하려고 하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복지시설이 들어설 지역 자치회에서는 복지시설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복지시설 건설을 거부하는 반대 결의도 일어났다. 그러나 이런 난관들을 하나하나 극복한 것은 조합원의 참여였다. 첫 복지시설인 아스나라원을 만들기 위해 조합원 모금활동을 시작한 것이 그 사례이다.

조합원이 주체가 되어 지역으로 들어가 직접 주민의 목소리를 모으다

조합원들은 직접 공급차량에 동승해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복지사업의 의미를 설명하고 모금 동참을 호소했다. 반대결의를 한 자치회를 찾아가 복지시설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런 열정과 노력이 결실을 맺어 1년 만에 반대결의를 했던 지자체는 그 결의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4년에 걸친 모금운동에는 총 5만 명이 참가했고, 3억 7천만 엔을 모금할 수 있었다. 여기에 나라코프가 5천만 엔을 출자하고, 정부지원과 융자로 6억 5천만 엔을 조달해 나라코프의 최초의 복지시설인 아스나라원을 1999년 9월 오픈했다.

일본정부의 복지 방향 - 지역포괄케어시스템

일본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는 돌봄과 간병 비용의 급속한 증가를 가져왔다. 개호보험이 처음 도입된 2000년 4월에 약 150만 명이었던 이용자가 2015년에는 250만 명으로 늘어났다.

예상을 넘어서는 급속한 고령화로 간병, 돌봄 비용이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는 비중이 커지자 단카이세대(제2베이비붐세대, 약 800만 명)가 75세가 되는 2025년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한 시점에서 일본정부는 급부범위 적정화, 서비스 효율화와 중점화를 꾀하고, 보험료 증대를 억제하면서 지역의 역할을 강조하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란 지역의 실정에 맞추어 고령자가 가능한 한 익숙한 지역에서 그가 가진 능력에 맞춰 자립하여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 요양보호, 요양 예방, 주거, 자립된 일상생활을 포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건강한 어르신이 걸어서 20~3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범위, 인구는 1만 명 규모, 초・중학교 1개가 있는 정도의 구역을 일상생활권역으로 삼아 지역포괄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지역에 맞게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의료·요양보호·생활지원을 담당할 주체가 확보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문제가 제기됐고, 그나마 오랫동안 지역에서 사업과 활동으로 지역의 신뢰를 확보해 온 생협에게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나라코프의 사단복지법인 협동복지회를 통한 지역의 복지모델 만들기

나라코프는 복지사업을 담당하는 사단복지법인 협동복지회를 통해 나라 지역에 새로운 복지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아스나라안심시스템이라고 하는 안심케어시스템과 안심지원시스템을 합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지역 안에서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안심케어시스템은 요개호(일본의 개호보험에서는 지원 등급을 요지원 2등급, 요개호 5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요지원 1등급이 가장 낮고 요개호 5등급이 가장 개호도가 높다) 대상자를 상대로 개호보험사업을 해나가는 것이다. 방문요양 등 지역으로 나가는 서비스와 데이서비스, 단기체재, 중증치매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거주형 노인요양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지원시스템으로 어르신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살롱, 식사모임 등을 통해 개호가 필요한 사람만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까지 누구 하나 고립되거나 탈락하지 않고 함께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지역을 만들고자 한다.

아스나라원으로 시작한 협동복지회 산하의 복지시설은 현재 14개까지 늘어났다. 이 시설을 지역의 거점으로 삼아 지자체, 주민들과 협력하여 각 지역에 아스나라안심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이를 함께 키우는 지역만들기에 도전

협동복지회는 또한 여성이 안심하고 육아를 하면서 직장생활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이런 지향을 가지고 만든 것이 아스나라 어린이집이다.

아스나라 어린이집 역시 조합원의 참가로 만들어졌다. 2010년 나라코프와 협동복지회가 협력해 '아스나라 어린이집을 만드는 모임'을 만들고 1-2-3 운동이라는 운동방침을 내걸었다. ▲모임 회원을 100명 이상 모집한다 ▲2000만 엔 이상을 모금한다 ▲3000명 이상이 학습 모임에 참가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아스나라 어린이집은 준비모임 회원수 313명, 모금액 2650만 원, 학습회 참가자 수 4181명 등 목표치를 훨씬 뛰어 넘는 참여로 2011년 4월 개원했다. 이 어린이집은 365일 쉬지 않고 운영한다. 휴일보육, 연장보육은 추가비용 없이 직원들은 이용할 수 있다.

지역이 함께 힘을 합쳐 만들어 가는 지역의 복지

출처 : 아스나라원 홈페이지

협동복지회는 지역의 복지를 만들어 가는데 생협 혼자서는 할 수 없으며, 지자체, 복지사업자, 주민의 협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15년에 신축한 본부 사업 건물 아스나라 하이츠코이노쿠보를 보면 나라코프와 지역 단체들의 협동이 잘 드러난다. 나라코프가 생활재를 공급하고, 나라코프의 서로돕기모임이 유상 자원봉사를 통해 가사지원, 이동지원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협동복지회가 안심케어시스템을 통해 복지서비스를 지원하며 나라현의료복지생협이 의료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협동복지회 기본 케어 10 

ⓛ 환기를 한다.
② 바닥에 다리를 대고 의자에 앉는다(힐체어를 탄 채 생활하지 않는다)
③ 변기에 앉는다(기저귀를 사용하지 않는다)
④ 따뜻한 식사를 한다
⑤ 일반 욕조에 들어가 목욕한다(기계를 이용한 목욕을 하지 않는다)
⑥ 앉아서 대화를 한다
⑦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만든다
⑧ 마을로 외출을 나간다 
⑨ 케어 회의를 한다(24시간 팀케어를 할 수 있는 체재를 만든다)
⑩ 터미널 케어를 한다(방문간호강화, 지역의료와 연계해서 자택에서 80% 케어할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협동복지회의 케어

협동복지회는 복지시설 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서도 인간 존엄을 존중한 서비스로 전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전국에 중증치매어르신 대상 거주요양시설이 8천여 개가 있는데 기저귀, 기계목욕, 휠체어 사용자가 한 명도 없는 곳은 이곳뿐이다. 협동복지회의 복지서비스는 일본의 복지종사자 사이에서도 유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보기 위해 연수를 오고 있다.

2015년 10월에 아이쿱 연수단이 이 곳을 방문했을 때 무라키 마사시(村木正)이사장(사회복지법인 협동복지회)은 한국의 복지현실에 우려를 표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보여준 일본을 추월하여 한국이 고령화되고 있다. 2014년 현재 일본의 고령화율은 23%, 한국은 12% 수준이지만 2025년이 되면 일본과 한국 모두 고령화 비율이 35%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남은 10년 동안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대책을 세워두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생협과 같은 조직이 좀 더 복지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협동복지회 사이트 : http://www.asunaraen.or.jp/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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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국제협력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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