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밭 노순호 대표, 발달장애인 문제를 '기업'의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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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밭 노순호 대표, 발달장애인 문제를 '기업'의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 이유는
'모두의 사회적경제×ESG 콘퍼런스', 7~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
노순호 ㈜동구밭 대표 "사회적기업,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인식하는 데서 시작"
"발달장애인 특성 고려하여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하는 조직 많아져야"
  • 2023.12.10 10:16
  • by 노윤정 기자
▲ 노순호 (주)동구밭 대표. ⓒ라이프인
▲ 노순호 (주)동구밭 대표. ⓒ라이프인

'모두의 사회적경제×ESG 콘퍼런스'가 7일과 8일 양일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KINTEX) 제1전시장에서 열렸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주최·주관한 이번 행사는 개막 행사를 비롯하여 ▲모두의 사회적경제 콘퍼런스 ▲모두의 ESG 콘퍼런스 ▲사업성과 공유회 ▲미니포럼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7일 개막 행사에 참여한 노순호 ㈜동구밭 대표는 '왜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는 오래 일하지 못할까?'라는 주제로, 사업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해 가는 사회적기업의 이야기를 전했다.

노 대표는 "앞으로 기업은 사회적기업화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운을 뗀 뒤 "고객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이 기성 기업이었다면, 지금의 기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창업가, 특히 사회적기업 창업가는 시장과 사업 소재를 고민하는 동시에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를 고민해야 한다. 해당 질문에 노 대표는 "발달장애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답하며 동구밭을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노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달장애인들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해 관심을 가졌고, 곧 한 가지 의문에 도달했다. 바로 이날 발표 주제이기도 한 "왜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는 오래 일하지 못할까?"였다.

그는 "현재 동구밭에 50명 이상의 발달장애 사원이 일하고 있다. 그중 20명 이상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런데 1년 이상 바리스타로 일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왜 그럴까? 노 대표는 "발달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적으로 과거에 해결되지 않은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표가 말하는 '악순환'이란 발달장애인 문제를 청년 실업 문제와 같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문제다. 즉, 고용률만 높아지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여기는 관점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카페는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다. 사회성 기술이 부족한 발달장애인에게 카페처럼 개방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곳은 일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 노 대표는 이처럼 발달장애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문제 접근 방식을 지적했다.

또한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일'이란 생계 수단이라는 의미 외에도, 타인과 접하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도 있다. 노 대표는 "발달장애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고정적인 공간이 해체된다. 그렇기에 새로운 소통 공간에 대한 니(Needs)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꼭 창업의 형태여야 할까. 노 대표는 "발달장애인 고용 수는 적더라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조직이 많아져야 발달장애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 이 신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이나 후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의 방식이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사회적기업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를 인식하는 데에서 시작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 모델로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게 된다. 문제를 해결할 적합한 아이템을 찾는 것이 마지막 단계다"고 말했다. 아이템과 비즈니스모델을 먼저 고민하는 일반적인 영리기업과는 차별화된다. 그는 "이렇게 (사업을 구상하는) 순서가 다르더라도 기업이 아닌 것은 아니다. 이 점을 우리가 증명해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이어 노 대표는 발달장애인과 농사를 짓는 사업 모델에서 현재의 제조업 분야로 전환할 때,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인가? ▲발달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유통기한이 긴 아이템인가? ▲1등 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인가?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선정한 아이템이 천연비누다.

당시에도 발달장애인을 고용해서 천연비누를 제조하는 기업들은 있었다. 그들 대다수가 화장품업계 대기업과 경쟁 구도를 이루고자 했다. 하지만 동구밭은 관점을 전환하여 "대기업의 경쟁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을 고객사로 두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 대표는 "우리가 특별한 일을 하지는 않았다. 상식만 지켰다. 품질이 고객의 요구에 미치지 못할 때 '천연이라서 그렇다', '발달장애인이 만든 제품이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말자고 했다. 그렇게 상식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초기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노 대표는 "최근 동구밭을 처음 접하는 고객들은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는 이 모든 일들을 발달장애인을 한 명이라도 더 고용하고 오래 고용하기 위해서 하고 있다"며 "우리의 비전은 외국에 사는 발달장애인 가족이 동구밭이 부러워서 이민 오고 싶어 하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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