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 지원 예산이 사라지면, 청소년‧지도교사는 어디로 갈까?
상태바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예산이 사라지면, 청소년‧지도교사는 어디로 갈까?
9월 7일, 성남시 학교 밖 청소년 정책 포럼 개최
  • 2023.09.08 13:00
  • by 정화령 기자

경기도 성남시에서만 매년 700명 이상 청소년이 위기 상황으로 학교를 벗어난다. 그동안 성남시는 공적 지원기구인 꿈드림 센터와 5개 민간단체가 협업하여 '학교 밖 청소년 배움터'를 운영해 왔다. 배움터는 대안 교육기관으로 그동안 성남시의 지원으로 유지되었으나, 내년부터 예산 지원 중단이 예정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 상황에 대한 분석과 정확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전문가와 현장의 여러 목소리를 모으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9월 7일 오후 3시, 성남시의회 세미나실에서 성남학교밖청소년배움터협의회 주관으로 '2023 성남시 학교 밖 청소년 정책 포럼'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성남시의회 행정교육위원회 협조로 열려 많은 시의회 의원이 참석했다. 
 

ⓒ라이프인.
ⓒ라이프인.

포럼 진행에 앞서 성남시의회 박경희 위원장은 "아직 내년부터 예산이 없어진다는 정식으로 보고는 없지만 관련한 이야기들이 있다. 학교 밖 배움터가 그동안 해온 역사적 역할을 돌아보고, 예산뿐 아니라 앞으로 성남시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평가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행사 취지를 전했다. 그리고 "학교 안과 밖이 다르지 않다, 헌법으로 보장된 교육의 권리가 사라진다면, 사각지대 청소년이 겪을 어려움이 걱정된다"라는 우려를 이야기했다. 

 

▲ 박성근 회장. ⓒ라이프인.
▲ 박성근 회장. ⓒ라이프인.

첫 번째 발표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성남시 학교 밖 청소년 배움터 현황과 성과'에 대해 성남 학교밖청소년배움터협의회 박성근 회장이 설명했다.

그는 배움터를 찾는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다양한 요인으로 ▲은둔과 사회 단절 ▲우울증, 정신과 치료 ▲느린 학습(경계선 지능) ▲비행 ▲빈곤가정, 생계형 알바 ▲부모와 가족 역할의 부재 등을 꼽았다. 

지난해 공적 기관인 꿈드림에서 약 290명, 5개 대안 교육기관에서 120명 내외를 지원했는데, 박 회장은 "배움터는 장기간에 걸쳐 밀착해서 성장 단계별로 지원한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969명이 일상생활을 회복하고 위기 상황을 개선했다"라며 배움터를 통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은 비율이 높다는 걸 설명했다. 

 

▲ 최연수 상임이사. ⓒ라이프인.
▲ 최연수 상임이사. ⓒ라이프인.

이어서 한빛청소년재단 최연수 상임이사가 송파지역 사례를 소개했다. 전직 교사인 그는 야학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을 처음 만났다. 30년간 송파구에서 학교 밖 청소년과 함께해 온 그를 거친 청년은 약 2천 명이다.

최 상임이사는 "재작년까지 서울시에서 서울형 대안학교를 지원했으나, 작년에 12월 말에 지원이 중단되고 올해 교육부로 예산이 이관되면서 지원이 재개되기까지 5개월간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동안 예산이 없어서 7개 정도 기관이 문을 닫았다"라며 서울의 상황을 알렸다. 

그리고 "검정고시 지원 기관은 많지만, 그 이후가 중요하다. 울타리가 튼튼한 경우는 부모와 논의하면 되지만 그럴 상대가 없는 청소년은 고향이나 집처럼 오갈 수 있는 곳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 공간이 가지는 가치가 있기에, 플랫폼의 기능 간소화만을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지속해야 한다. 단기적인 예산 절약과 장기적인 효과를 잘 비교하고 판단해야 한다"라고 존속이 필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 윤철경 소장. ⓒ라이프인.
▲ 윤철경 소장. ⓒ라이프인.

마지막 발제로는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자 G'L 학교밖청소년연구소 윤철경 소장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정책 현황 및 향후 과제'를 이어갔다. 그녀는 먼저 학교 밖 청소년의 '무업 비율'을 지적했다. 현재 고졸미만 20~24세 무업 비율이 최고치이며, 은둔형 외톨이 비율이 높은 상황을 우려했다.

그리고 성남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의 가장 좋은 지표를 찾은 곳은 배움터 같은 대안 교육기관이었다. 하지만 시설 수가 적고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성남시는 2013년, 여가부의 학교 밖 청소년 지원법보다도 앞서 지원조례를 제정했고, 그 안에 대안 교육기관 지원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정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원을 중단한다는 건 인적 자원의 소실과 대안교육의 맥이 끊기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제 후에는 ▲성남시 남자청소년 중장기쉼터 장가람 소장 ▲배움터인 일하는학교 소속 이아진 청년 ▲성남시의회 행정교육위원회 김윤환 의원이 참여하여 토론이 이어졌다. 
 

▲ (왼쪽부터)이아진 청년, 장가람 소장, 김윤환 의원. ⓒ라이프인.
▲ (왼쪽부터)이아진 청년, 장가람 소장, 김윤환 의원. ⓒ라이프인.

김윤환 의원은 "2019년 미인가 교육기관의 재정 지원은 부적절하다고 여가부에서 해석이 있었다"라며, 작년부터 대안 교육기관으로 등록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애초에 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손을 떼겠다는 건 아니라며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대책을 강구하고 학교 밖 배움터에 대한 대안 교육기관의 제도화를 국회의원과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장가람 소장은 "최근 일어나는 많은 범죄 피의자가 '은둔형 외톨이'로 살았다는 게 밝혀지면서, 그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깊다"라며 현장에서 청소년을 지도하며 느낀 고민을 공유했다. "쉼터에서 고등학교 졸업은 했지만, 사회에 나가는 게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경계성 지능 등 사회 적응이 어려운 상황에 배움터에 도움을 많이 요청한다. 은둔, 우울증 등 다양한 정서적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과 적극적으로 접촉하는 배움터가 연계기관으로 있다는 점에 감사하다"는 상황을 공유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이아진 청년은 '저는 잘 살아남았고 잘 성장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당사자 관점에서 학교 밖 청소년 배움터의 경험을 전했다. 그녀는 "학교 밖 학교였던 '일하는학교'에서 새롭게 눈을 뜨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무궁무진한 삶의 경로가 있음을 알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누군가 어딘가는 마음을 놓을 곳이 있어야 한다. 고립되기 쉬운 사람에게는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관계가 지원돼야 한다"라며 정책을 수립하면서 놓치지 않아야 할 현실을 알렸다.

현재 성남시 5개 학교 밖 기관을 중심으로, 청원서를 시의회에 제출했다. 내년도 예산 지원 철회와 장기 지원정책 수립에 관한 내용이다. 청원서 채택 여부는 성남시의회 본회의에서 결정하는데, 이후 과정에 대해서도 주목이 필요하다.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