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본소득, 어떤 시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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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본소득, 어떤 시도가 있을까?
제22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대회, 8월 25일 '한국의 기본소득' 세션 진행
  • 2023.08.28 14:25
  • by 정화령 기자

기본소득을 한국에서 실현하기 위해 2009년에 설립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진행한 제22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대회가 이화여자대학교 ECC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 주제는 '현실 속의 기본소득'으로, 그 안에서 기후정의‧젠더‧플랫폼 노동‧빈곤과 불평등‧경제 및 정치학‧예술 등 다양한 사례를 다루었다. 지난 25일에는 '한국의 기본소득'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발표하는 세션이 열렸다. 

좌장으로는 뉴욕대학교 상하이 캠퍼스 알마즈 젤레케 교수가 진행했으며,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이지수 교수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서정희 교수 ▲농어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박웅두 운영위원장 ▲기본소득당 오준호 공동대표가 발제를 맡았다. 
 

▲ 이지수 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이지수 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먼저 이지수 교수는 충청북도 보은의 '판동초등학교' 사례를 통해 '어린이 기본소득 실현과 의미'에 대해 발표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2천 원씩 기본소득이 주어진 판동초 사례는 이미 유명하다. 이 교수는 '공유지 이론'을 통해 사례를 분석하고, 기본소득이 도입되고 활용되면 어떻게 공유지를 재생산하고 활용하는 '공유화 과정'을 유발하는지 증명했다. 그녀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학교에 매점을 만들어 아이들의 문화적 요구를 채웠고, 결혼해서 이주한 가정과 귀농 가정도 학교 공동체가 마을에 스며들 발판이 되었다. 다양한 공유자를 모으는 과정이 있었고, 보은 지역 협동조합과 교육청의 지원도 주요했다"라고 과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기본소득을 경험한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같은 친구로 평등하고,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판동초의 경험이 이렇게 공유지의 감각을 기르는 굉장히 중요한 계기였던 것 같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 서정희 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서정희 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어서 부산에서 진행한 청년 기본소득 프로젝트에 대해 서정희 교수가 발표를 이어갔다. 2021년 부산에서는 부산MBC, (재)부산형사회연대기금, 부산은행이 공동으로 7개월 동안 청년 14명에게 매달 1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이후 지난해 9월부터 7개월 동안 10명의 청년에게 100만 원씩 지급하는 '시즌 2'를 시행했다.

실험 참여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여, 이날은 '기본소득과 노동'에 해당하는 내용을 간추려 발표했다. 기본소득이 주어졌을 때 근로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고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서 교수는 "기본소득을 받고 나에 대한 투자로 변화를 이루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교육을 통해 자신감이 높아져 이후 근로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기본소득을 받으며 최저시급 아르바이트를 줄이고 가수와 뮤지컬 배우를 하기 위해 보컬 개인 지도를 받거나,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하고 기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사례를 소개했다. 그녀는 또한 '협상력 강화'를 강조했다. "많은 연구에서 기본소득의 예상 효과로 협상력 강화를 이야기한다. 기본소득이 내 뒤에 경제력을 보장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는 의미인데, 이 실험에서도 그런 경향이 나타났다"라며 자신이 원하는 걸 해본 경험이 자신감을 높이고, 그 자신감을 토대로 협상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 박웅두 운영위원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 박웅두 운영위원장. ⓒ온라인 화면 갈무리

운동본부 박웅두 운영위원장은 '한국에서의 농민 기본소득 운동 과정'에 대해 당사자 관점에서 이야기했다. 박 위원장은 "성장주의 농업 정책으로 농촌과 공동체가 파괴되었다. 지속가능한 농업이 절실한 시기이다. 그리고 공산품에 비해 가격 변동이 2.5배 이상 높아 삶의 불안정성이 크다"라며 농민의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적용 중인 ▲마을 공유지를 활용한 자생적 마을형 ▲농촌체험마을이나 가공공장 등 사회 공헌형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례를 소개했다. 또한 청년 농업인 기본소득 운동을 위해 진행 중인 사회 실험을 설명하며, "대상자 인터뷰를 해보니 기본소득으로 농촌에 풀뿌리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농촌 소멸을 방지하고 국토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훌륭한 기재로 작동할 수 있겠다고 자신한다"라고 말했다. 

 

▲ 오준호 공동대표.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오준호 공동대표. ⓒ온라인 화면 갈무리

마지막으로는 기본소득당 오준호 공동대표가 '한국 기본소득 운동의 정치적 도전'을 발표했다. 그는 "기본소득 운동을 도입할 때는 반대파와 격렬한 논쟁이 불가피하다"라며, '정치의 역할 없이 기본소득만으로 자연스럽게 유토피아로 갈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렇다면 기본소득 운동을 정치와 어떻게 겸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의 기본소득은 비주류 진보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한 1기와, 본격적 논의가 시작된 2016년부터 2기로 나뉜다. 오 공동대표는 "2016년 인공지능으로 일자리가 소멸할 거란 우려가 나타나고 스위스에서는 기본소득 국민투표도 시행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는 국내 첫 번째 기본소득 정책인 청년 배당도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2020년에는 기본소득당이 국회 원내 진입했고, 기본소득이 정치 의제로 다뤄졌다. 오 공동대표는 그 배경에는 ▲국내 보편적 복지 정책의 발전 ▲기본소득 정책과 지역 화폐 결합의 효과 ▲코로나 팬데믹 대응책인 전 국민 재난지원금 정책의 지지를 들었다. 그는 "이제 새로운 기본소득 3기를 만들 때라고 생각한다"라며, 기본소득당이 발의한 '기본소득 탄소세법'을 말했다. 탄소세를 도입해서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그 세수를 국민에게 배당하여 물가 인상 부담을 더는 방안이다. 이처럼 기후위기, 부동산 불평등, 녹색 전환, 저출생 등 사회 문제의 창의적인 해법을 기본소득으로 해결하기 위해 유연한 태도와 폭넓게 연대할 것이라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 (왼쪽부터)오준호 공동대표, 박웅두 운영위원장, 서정희 교수, 이지수 교수, 알마즈 젤레케 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왼쪽부터)오준호 공동대표, 박웅두 운영위원장, 서정희 교수, 이지수 교수, 알마즈 젤레케 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후 알마즈 젤레케 교수의 진행으로 현장 참석자들의 질문과 발표자들의 답변이 이어졌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개최된 행사로, 8월 23일부터 26일 토요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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