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위기의 시대에 '기본소득'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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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위기의 시대에 '기본소득'은 어떤 의미일까?
제22차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대회 전체세션4 '다중적 위기 시대의 기본소득'
  • 2023.08.29 12:40
  • by 이진백 기자

"전 세계 온실가스의 80%는 대한민국이 포함된 주요 20개국(G20)이 배출하지만, 기후위기의 피해의 약 75%는 가난한 나라에서 발생합니다. 폭우와 폭염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이들은 취약한 주거 형태에 살고 있거나, 취약한 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입니다. 아울러 에너지 위기로 물가가 폭등할 때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계층 역시 저소득층입니다. 

이러한 기후부정의 체계의 핵심은 불평등입니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태적 전환과 사회적 전환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생태적, 사회적 전환의 핵심적인 열쇠가 될 것입니다." ___ 용혜인 국회의원(기본소득당 상임대표) 「기후정의와 기본소득 선언」에서  

사회가 발전할수록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자본주의로 인해 기본소득의 논의는 더욱 급물살을 탔다. 가난한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그래서 복지사각지대를 없애고 낙인과 모멸감을 주지 않는, 결국은 새로운 분배 정의를 만드는 정책으로의 기본소득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한 분배 정의와 새로운 사회로 전환하자는 기본소득은 경제위기, 기후위기, 환경위기, 재생산위기, 불평등위기와 같은 다중적 위기의 시대에 새로운 대안으로 응답하고 있다.
 

▲ (사진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이지은(중앙대학교), 조르헤 핀투(니뉴대학교),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알마즈 젤레케(뉴욕대학교 상하이캠퍼스).
▲ (사진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이지은(중앙대학교), 조르헤 핀투(니뉴대학교),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알마즈 젤레케(뉴욕대학교 상하이캠퍼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금민 소장은 24일 서울 이화여대 ECC극장에서 열린 '제22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 전체세션 4('다중적 위기 시대의 기본소득')에서 인공지능의 재원은 그 시작이 공공투자 및 모두의 기여로 가능케 된 것이기에 기본소득 재원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의 인공지능과 기본소득의 과제(Artificial Intelligence of Capital and Challenge of Basic Income)'란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금민 소장은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란 "텍스트, 이미지, 음악, 영상 등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기계학습 인공지능의 한 종류"라고 개념을 규정하고, ChatGPT, GitHub, Copilot, DALL-E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소개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에는 여러 모델이 있는데, 최근 가장 폭발적으로 발전한 모델은 거대언어모델(Large Laguage Model)이다. 이는 거대한 데이터 추출과 자본집약적인 컴퓨팅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언어 모델이며, 특정 영역에 국한된 데이터만을 훈련데이터로 사용하는 특정 용도에 특화된 프로세서인 '도메인 특화 아키텍처(Domain Specific Architecture, DSA)'와 구별된다. 거대언어모델은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을 지향하는 기술이며, 반면에 도메인 특화 아키텍처DSA는 '좁은 관점의 인공지능(Narrow AI)'으로서 자율주행, 얼굴인식 등 특정 과제에만 적용되는 인공지능으로 이미 산업에 두루 활용되고 있다. 

R&D 독점은 두 가지 독점으로부터 기인하는데, 컴퓨팅 파워의 독점과 데이터 독점이다. 이 두 가지 독점으로부터 거대언어모델(LLM)의 사회적 형태는 클라우드 플랫폼Cloud Platform이 된다. 즉 두 가지 능력을 가질 수 없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의 연구개발은 이미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한 특정 대기업의 플랫폼에 연결되고 구독료나 사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금민 소장은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이야말로 자본주의 경제를 가속화시키는 증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인공지능의 활용은 시간의 가속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더 빨리'를 만들고 자본의 이윤 생산에 기여한다. 현 단계의 인공지능은 일종의 시간 기술이다. 이를 장악한 자본은 생산뿐 아니라 사회인프라 등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인공지능은 긍정과 부정이 공존한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시간을 단축하고, 인간이 더 자유로운 시간을 획득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를 달리 보면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고, 일자리를 없애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금민 소장은 인공지능의 정치경제학이 거꾸로 기본소득에 대한 정당화 논거를 제공해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매일매일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데이터 없이는 가동되지 않는다. 저작권에 민감하지 않은 훈련 데이터로도 충분히 거대언어모델의 알고리즘을 짤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활용을 통해서 생긴 이윤의 일부분은 적어도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기본소득의 형태로 분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을 해 볼 수 있다"라며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 자본주의 특징인 데이터 중심성을 기반으로 해서 우리가 배당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분배와 감시의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며 "기본소득 카드는 분배 문제를 해결하는데 굉장히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유한성과 미래:인간의 삶, 기본소득, 생태위기'란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조르헤 핀투(Jorge Pinto/미뉴대학교) 박사는 생태적 위기와 기본소득에 관해 이야기하며 생태적 취약성과 사회적 취약성이 연결돼서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 기본소득이 어떤 의미인지 그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했다.   

인간의 유한성은 취약성(연약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취약한 존재들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행성 역시 그렇다. 인간, 자연, 기술의 관점에서 새로운 사회적·생태학적 거래가 필요하다. 기술 역시 인류를 위한 기술 발전해야 하고 이는 인류를 해방하고, 자연을 보하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란 것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조르헤 박사는 "새로운 사회적·생태적 위기 속에서 기본소득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라며 "부의 불평등을 줄이고, 다양한 노동의 컨셉을 제공하고, 탄소를 줄이고, 생태적 보호를 강화하고, 자연 소실에 대해서도 기본소득이 할 일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소득은 사회혁신을 만들 수 있다. 기본소득은 우리가 어떤 모습이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라며 특히 한국에 더 유의미할 것은 한국의 과중한 노동시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해고 문제, 유교나 종교적 문제 등 기본소득이 그 불평등 구조에 대한 인식과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본소득과 돌봄위기'라는 주제로 발제를 이어간 알마즈 젤레케(뉴욕대학교 상하이캠퍼스) 교수는 기본소득은 기존의 제도와 공존하거나 변화하며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돌봄이 위기에 처한 것은 오늘날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자본 출현 이후부터 계속된 문제이다. 돌봄에 대한 낮은 '가격' 역시도 문제였고, 이는 주로 여성들에게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 여성은 여전히 무급돌봄, 노동을 짊어지고 있다. 기본소득은 이를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의 의제다. 기본소득은 근본부터 영리를 떠나 품위 있는 삶을 선사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성별, 나이, 국적, 인종, 가족형태, 혼인여부, 성적지향, 신체조건, 능력과 사회적 지위로 차별하지 않고 자율성과 차이를 인정한다. 차별하지 않고 차이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은 페미니즘과 연결된다. 모두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젠더 중립적 정책임에도 권력관계를 재배치 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기에 젠더 정의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기본소득은 즉각적으로 빈곤을 완화하고, 자율성을 높여 참여와 활동을 확장시키며, 여성의 무급노동에 무임승차하는 현 사회에 여성에게 '평등'한 여가시간을 만들 것이다.  

알마즈 교수는 "기본소득의 아이디어를 페미니즘 관점으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성불평등과 보살핌의 위기가 계속되는 것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젠더를 포함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방법을 찾고 궁극적으로는 기본소득 도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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