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투자 이순열 대표 "기부펀드 통한 ESG 투자 확대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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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투자 이순열 대표 "기부펀드 통한 ESG 투자 확대에 총력"
한국사회투자 이순열 대표 인터뷰 "한국사회투자 3.0, 대폭적인 투자 확대에 집중"
"우리의 미션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비즈니스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
  • 2023.08.21 18:00
  • by 노윤정 기자
▲ 한국사회투자 이순열 대표. ⓒ라이프인
▲ 한국사회투자 이순열 대표. ⓒ라이프인

"차후 ESG가 다른 용어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지구와 사회, 사람 모두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전 지구적인 공감대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전 산업 분야에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가리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Environmental·Social·Governance의 약자)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기업을 향한 ESG 경영 요구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한국사회투자 이순열 대표는 ESG 열풍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 되었으며, 앞으로는 기업들이 고객과 비즈니스 이해관계자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ESG 경영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만큼 ESG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 되어 가고 있다. 한국사회투자 역시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한국사회투자 시즌3'을 선언하고, ESG 투자 펀드,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ESG 전략 컨설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론칭한 'ESG 기부펀드' 역시 ESG 투자 펀드 확대의 일환으로, 현재 한국사회투자는 기부펀드를 통한 투자 재원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ESG 기부펀드는 ESG 경영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에 관심 있는 기업이 일정 금액을 한국사회투자에 기부하여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단독 펀드, 공동펀드, 타 벤처펀드 연계 펀드 등 기업이 원하는 유형을 선택하여 기부펀드를 조성할 수 있고, 한국사회투자는 기업별 적절한 펀드 운용 방식 기획,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협업 기회 제공, 미디어 홍보 강화 등을 통해 기업의 ESG 성과 제고를 지원한다. '투자'가 아닌 '기부'이기 때문에 기업은 투자에 따른 리스크 걱정 없이 혁신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다.

또한 한국사회투자는 자신들의 ESG 성과를 측정하고자 하는 조직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최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ESG연구센터와 함께 '스타트업 ESG 평가 체계'를 구축했다. 당국의 규제 등 기업이 당면한 'ESG 위험대응' 요소뿐 아니라 ESG를 활용하여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는 'ESG 기회발굴' 요소를 포함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 이는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현실적 애로사항을 고려하고 ESG 경영을 다각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시즌3'이라는 새로운 장(張)에 접어든 한국사회투자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비즈니스를 지원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ESG 경영'이라는 산업계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고 환경·사회적 가치와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등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한국사회투자 이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지난해 11월 진행된 '한국사회투자 창립 10주년 기념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대회' 당시 모습. ⓒ한국사회투자
▲ 지난해 11월 진행된 '한국사회투자 창립 10주년 기념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대회' 당시 모습. ⓒ한국사회투자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며 '한국사회투자 시즌3'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시즌1, 2와 무엇이 달라졌고,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들은 어떤 것들인지 말씀 부탁드린다.

한국사회투자 3.0에서 집중하고자 하는 부분은 대폭적인 투자 확대다. 그동안 다양한 사업으로 소셜 임팩트 기업들의 육성을 견인해 왔고, 그 과정에서 많은 조직들을 만났다. 그런데 아무리 컨설팅 같은 지원이 있더라도 조직이 목표하는 사업 계획들을 실현할 수 있는 재원이 투입되지 않으면 임팩트 창출 목표 또한 제한적으로 달성될 수밖에 없더라. 투자 확대가 임팩트 확대의 핵심이라는 점을 10년간의 경험을 통해 확인했고, 그래서 투자 재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초 ESG 기부펀드를 론칭했다. 기업의 '투자금'이 아닌 '기부금'을 재원으로 조성되는 기부펀드 형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비영리단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가장 경쟁력 있게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기부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벤처캐피탈(VC) 생태계와 기부시장 양쪽에서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의 강점이다. 그리고 기업 입장에서는 기부 형태를 취하면 ESG 솔루션을 제시하는 스타트업을 육성하면서도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는 지지 않아도 된다. 피투자기업의 재무적인 성과가 직접적으로 자신들에게 수익으로 돌아오지는 않지만, 투자 수익을 다시 자신들이 조성한 기부펀드에 투입하여 해당 펀드의 주 목적을 위해 계속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
또한, 기부금으로 조성된 펀드이다 보니 수익률에 대한 부담 없이 펀드의 목적에 해당하는 기업에 100% 투자할 수 있다. 그리고 투자 집행까지 걸리는 시간이 굉장히 짧다. 보통 투자 펀드를 만들 때, 펀드 조성 목적과 투자 조건, 예상되는 수익률 등을 정하고 출자자(LP)를 찾아 설득하는 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기부펀드는 기부를 하는 주체만 결정하면 바로 펀드가 조성되고, 펀드 목적에 맞춰 투자 대상을 찾아 지체 없이 투자금을 집행할 수 있다.
 

▲ 기부펀드 사업 구조. ⓒ한국사회투자
▲ 기부펀드 사업 구조. ⓒ한국사회투자

기부펀드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점이 있고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을 기업들에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기업 측이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부분에 이해나 흥미를 갖고 있지 않으면 큰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다. 그동안 사회공헌 활동은 일회성, 시혜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기부펀드는 기업의 사업이 지속 가능하게 운영됨으로써 사회적 가치 역시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그 성과가 기부처로 되돌아와서 기부한 회사의 사회공헌 목적에 부합하게 계속 투자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구조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다면 우리가 설득하기에는 아직 힘이 부족한 듯하다.
그래도 기업들 인식은 빠르게 달라질 것이다. 일단, 가장 보수적이라고 하는 금융권의 대형은행에서 기부펀드 모델을 시작했고(하나금융그룹은 한국사회투자에 기부펀드를 만들기 위한 자금을 기부하여 'ESG 더블 임팩트 매칭펀드'를 조성했다. -편집자 주-) 이를 접한 다른 금융기관들이 관심을 갖고 문의하고 있다. 그리고 ESG 성과와 연계할 수 있는 사회공헌 사업 추진, 피투자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기회들이 부가적으로 따라오다 보니, 점점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곳들이 많아지는 듯하다. 또한, 우리가 개발한 ESG 평가 모듈로 자금을 지원한 기업에 '당신들이 투자한 재원으로 이런 기업들을 육성하고 지원했다'고 확실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가 된다.

한국사회투자가 개발한 '스타트업 ESG 평가 체계'의 특징은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지표를 개발했는지 궁금하다.

우선,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개발한 평가 지표는 고정적이지 않다. 시리즈A 투자 유치 기업, 시리즈B 투자 유치 기업 등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유연하게 지표를 적용한다. 또, 사업 영역이 한정적인 스타트업의 특성상 산업별로 지표가 달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로, 위험 요인 관리만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혁신성에서 나오는 비즈니스 기회 요인까지 파악하기 위해 'ESG 기회 요인'도 지표에 반영하고자 고민했다.

스타트업처럼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공급망 실사 대비 등 ESG 성과 평가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의 영역이 된 ESG경영과 기업의 현실적인 여건을 어떻게 동시에 고려할 수 있을까?

일단,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ESG 성과를 내기 위해 비용을 더 많이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조직의 인적 구성에서 성비 균형을 고려하고 자립준비청년을 채용하는 것처럼, 사회·환경적 요소에 대한 민감성만 키워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충분히 ESG 성과를 높일 수 있다.
두 번째로, ESG경영을 하기 위해 기업이 시간과 비용을 더 들여야 한다고 했을 때, 투자 대비 리턴(Return)을 계산해야 한다. 나는 리턴이 크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기업에 ESG 성과를 요구하는 분위기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고, 대기업은 사업의 전 영역에서 탄소 배출 저감에 신경 쓰고, 인적 구성의 다양성·성평등 같은 요소를 고려하는 스타트업을 훨씬 매력적인 비즈니스 상대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ESG 지표들을 준수하는 것만으로 비즈니스 경쟁력이 생기는 격이며, 스타트업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ESG 경영 이야기를 할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말이 소위 'ESG 워싱(Washing)'이 아닐까 싶다. 무엇을 '워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앞에서는 A가치를 추구한다고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 본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그렇지 않을 때, 그때 워싱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여성기업을 표방하면서 여성 임원 비율, 여성 개발자 비율, 여성 직원 비율 같은 수치는 50%로 맞췄으나, 실상은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게 하거나 승진 연한에 차이를 두거나 여성들이 근속하기 어려운 조직문화를 방치하고 있다면 '워싱'이라고 볼 수 있다.

해당 기업이 ESG 요소들을 추구하는 데 아직 미흡한 것인지 정말 '워싱'인 것인지, 세밀하고 살피고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겠다.

우리는 어떤 기업이 소셜 임팩트를 추구하는 기업인지 판단할 때 반드시 창업자의 의도성을 본다. ESG 콘셉트의 상품이 지금 잘 팔리니까 시류에 편승한 경우인지, 아니면 소셜 임팩트를 만들겠다는 의도성과 진정성을 갖고 사업을 운영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영진단을 하거나 투자를 집행할 때 사업의 방향성과 철학, 그 내용을 실제 사업에 반영하고자 하는 의지 같은 것들에 대한 정성 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ESG 평가나 소셜 임팩트 측정이라는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아쉬운 점은 정량 평가를 맹신하는 부분이다. 사회적 가치에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 시민들이 우리 사회에 갖고 있는 신뢰, 후원사와 기부처 간의 신뢰, 이런 것들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겠나. 그런데 지금은 점수, 등급, 화폐 가치화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 그렇게 가치를 숫자로 변환한 것들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산출식의 로직(Logic)이 너무 단순하다. 그렇기 때문에 숫자를 너무 맹신하면 안 된다.
 

ⓒ라이프인
ⓒ라이프인

다른 임팩트 투자사와 차별화되는 한국사회투자의 투자 전략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회적경제기업이나 주민사업체 같은 풀뿌리 조직과도 많이 만나지만, 딥테크(Deep tech) 기업이나 다른 기술 기반 기업들도 많이 만나고 있다. 임팩트 투자는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사회·환경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통해 비즈니스 확대를 지원하여 내재된 임팩트를 키운다는 원리로 작동된다. 우리의 미션 또한 비즈니스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기술 또는 사업 역량을 갖고 있는지, 문제 해결 메커니즘이 지속 가능한지, 비즈니스 확대를 임팩트 확대로 연결할 수 있는 기업인지를 중요하게 본다.
두 번째로, 우리가 투자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소셜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도록 서비스 고도화를 지원한다. 기업이 스케일업된다는 의미는 조직이 커지고, 구성원이 늘어나고, 사업을 운영하는 메커니즘이 복잡해진다는 의미이다. 규모가 커지더라도 사업을 운영할 때 ESG 요소를 준수하고 임팩트 창출 메커니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관리 측면에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자 한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바라보는 관점이 '비즈니스'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우리의 미션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비즈니스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사회를 더 좋게 만드는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다양한 영역에서 조기에 발굴하고 키워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 ESG라는 시장의 큰 흐름에서 스타트업들이 소외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대기업과의 ESG 오픈 이노베이션, 투자 사업, 정부의 ESG 펀드 연계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소셜 임팩트를 창출하는 기업들이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구심점이 되고자 한다.
다만, 이건 '투자'의 관점에서 드리는 말씀이다. 각 지역에서 각자의 속도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루어 가는 기업들도 많다.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투자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기업처럼 생각되어서는 안 된다. 단지 투자의 속성과 맞지 않을 뿐이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한국사회투자 3.0을 여는 주요 키워드는 투자 확대, 글로벌, ESG다. 그래서 향후 5년 내 운용자산을 1천억 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래서 기부펀드, 우리가 중요하게 보고 있는 기후·농업·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정부 펀드 유치, 민간의 기부자 및 투자에 동참하고자 하는 민간 파트너와 함께 펀드 재원 확충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사회투자는 높은 수준의 글로벌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일례로 금번에 AVPN(Asian Venture Philanthropy Network)이 조성한 '아시아 성평등 펀드'에 한국사회투자가 한국 기관으로서는 유일하게 참여한다. 더불어 임팩트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유럽이나 미주 지역의 투자를 유치해서 글로벌 펀드를 만들고, 임팩트 비즈니스 확대가 필요한 지역에서 현지 혁신 기업들을 발굴·육성하는 사업도 2~3년 내로 진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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