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현장] 공동육아, 마을이 함께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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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현장] 공동육아, 마을이 함께 키우다
공동육아와 사회적경제③ '봉제산공동체교육사회적협동조합' 김희정 이사장 인터뷰
  • 2020.03.28 09:08
  • by 노윤정 기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가 잘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다. 아이들을 보며 흔히 하는 '한창 뛰어놀 나이'라는 표현처럼, 아이들은 마을과 자연에서 뛰어놀며 자라야 한다. 그러면서 주변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은 이렇게 자라고 있을까?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고 있을까? 개인화되고 이웃과 단절된 지역사회와 등수 매기기에 열을 올리는 교육 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너'와 '내'가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울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18년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사립유치원의 파행적 운영이 공분을 자아내고 우리 사회의 보육과 교육 문제가 다시 한번 화두로 떠올랐다. 이러한 가운데 '공동육아'가 대안적 육아·돌봄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부모들이 직접 조합이나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해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공동육아는 어떤 형태의 돌봄을 제공하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라이프인이 지역사회에서 공동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봉제산방과후 ⓒ라이프인
▲ 봉제산방과후 ⓒ라이프인

"달콤~!"

방과 후 터전(공동육아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터전이라고 부른다)을 보고 나와 공동주택으로 가는 길이었다. 동네 슈퍼에서 나오던 아이들 몇 명이 '달콤'이라는 이름을 부르며 달려와 인사를 건넸다. 달콤은 봉제산공동체교육사회적협동조합(이하 봉제산공동체교육) 김희정 이사장의 별명. 공동육아 현장에서는 부모와 교사 모두 별명을 사용하고 아이들과 반말로 소통한다. 별명과 반말은 아이들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이 평등하다는 상징적인 요소다. 별명을 부르며 달려오는 아이들을 김 이사장도 웃으며 반겼고, 짧은 인사를 나눈 뒤에 아이들은 다시 쪼르르 골목을 달려갔다.

인터뷰하기 위해 공동주택 1층에 위치한 카페에 앉아있을 때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동네 주민들과 아이들은 카페 전면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김 이사장의 모습에 눈으로, 손으로 인사를 건네며 지나갔다. 아파트에서 이웃과 별다른 왕래 없이 사는 경우가 많은 도시 생활을 하면서 이런 광경은 오랜만이었다.

■ "공동육아,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경험 될 수도"

▲ 김희정 봉제산공동체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라이프인
▲ 김희정 봉제산공동체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라이프인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봉제산공동체교육은 개구리 어린이집(강서양천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을 졸업한 아이들과 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또 하나의 공동육아 조직이다. 봉제산공동체교육 부모 조합원들이 어린이집에 이어 다시 한번 공동육아를 선택한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어린 자녀를 돌보기 위해서는 부모 중 한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아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원치 않더라도 아이를 학원으로 보내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현실 말이다. 어린이집에서 한 번 공동육아를 경험해본 이들은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초등 방과 후를 떠올렸고 2011년 모임을 구성했다. 그리고 육아사랑방 '바람쐬다'를 열어 공동육아가 마을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역활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이루어진 공동체 안에서 초등 방과 후를 준비했고, 후에 공동주택 '이을'을 지을 때도 사랑방에서 논의를 진행했다.

공동육아 생활 9년 차인 김 이사장이 처음 공동육아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관계'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김 이사장은 출산 후 2년 넘는 시간 동안 육아에만 전념하면서 함께 어울릴 사람들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그래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찾아가게 됐다. 김 이사장은 "공동육아 생활을 시작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어린이집에서 알게 된 사람과 다른 동네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그 사람이 '안녕'이라고 인사하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 길거리에서, 동네에서 이렇게 인사 나눌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그전에도 아이를 키우면서 다른 아이 부모들과 만나긴 했지만 관계에 대한 갈증이 충족되진 않았던 것 같다"며 "공동육아를 왜 시작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처음에는 '아이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처럼 남들 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은 '나한테 친구가 필요했다'고 말한다.(웃음) 시골 출신이라 그런가, 공동체에 대한 목마름이 더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직 형태는 처음부터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구상했다. 그런데 서울시 마을기업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조직을 설립해야 했고, 봉제산공동체교육은 사회적협동조합이 아닌 일반 협동조합(봉제산방과후협동조합)으로 출발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는 사회적협동조합과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가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덜 걸리는 협동조합으로 출발했다. 매년 총회 때마다 법인을 변경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법인을 변경하기까지 6년이 걸렸다"며 "협동조합에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변경한 사례는 공동육아 현장에서 우리가 처음이다. 그래서 저도 헤매고 공무원들도 헤맸다"고 전했다. 그렇게 봉제산방과후협동조합은 지난 1월 2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조직변경 인가증을 받았다. 그 사이 4명이던 아이들은 25명으로 늘어났고, 터전에 모여서 책도 읽고 악기도 두드리고 함께 뛰어놀면서 자라고 있다.

ⓒ봉제산공동체교육사회적협동조합
ⓒ봉제산공동체교육사회적협동조합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공동육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이다.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면서도, 어느 한 사람이 반대하면 모든 구성원이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 사람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최소한 충분한 발언 기회를 주고 왜 반대하는지를 알고 넘어가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힘들더라도 늘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한 명의 의견이 다를 경우 '맞다, 틀리다'로 접근하지 않고 '왜 그렇게 생각하지?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생각하지?'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들어본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김 이사장은 공동육아에서 '고립'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어울리고 부대끼면서 사는 곳이라고 해도 자기 안의 고립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공동육아를 시작하려고 하거나 현재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점이나 고민이 있으면 의논을 해야 한다. 아무리 공동체라고 해도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확 열리지는 않는다. 속으로 삭이지 않고 논의하려고 하면 공동체는 분명 지지해줄 것이다. 나를 고립시키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 마을에 터 잡는 공동육아, 그리고 공동체

ⓒ봉제산공동체교육사회적협동조합
ⓒ봉제산공동체교육사회적협동조합

공동육아로 인연을 맺은 부모들이 뜻을 모아 지은 공동주택 이을. 이을은 '잇다, 이어 나가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5층 건물에 8개의 집이 있고, 2층 가운데 조성된 공간은 공용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공용공간은 아이들이 늘어나기 전 봉제산방과후 터전이었던 곳이기도 하다. 공동주택 1층에는 카페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상시 나의 아이를 봐줄 보호자가 있는 곳. 이날도 각 집의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 집 저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주택 전체가 하나의 '집' 같은 안정감을 주었다.

"공동주택 짓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딱 마음에 드는 부지를 찾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같이하는 사람들이 좋고 그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진행했다. 나와 아이들을 지지해줄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점만으로도 집 짓는 과정의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혼자 키웠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아이들에게도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 사실 내 아이라고 해서 나하고 궁합이 가장 잘 맞는 것은 아니다. 나 외에 내 아이와 더 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아이는 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지와 힘을 얻는다. 또, 주말에 일이 있어서 저랑 남편이 둘 다 나가야 할 때도 걱정이 별로 안 된다. 애들만 두고 나가려면 얼마나 불안한가. 그런데 여기 살면서 그런 불안이 없어졌다. 불안함이 사라지니까 내 할 일을 찾아서 할 수도 있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삶의 질이 달라졌다."

공동주택 생활이라고 하면 자칫 이웃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생활을 간섭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 수 있다. '이을'을 지으면서도 분명 그런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공동육아를 통해 공동체 생활에 익숙해진 이들은 서로 터놓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갈등을 해소해 갔다. 공동주택 안에서 사생활은 존중하고 보장하면서 서로를 돌봤다. 김 이사장은 이 관계를 '느슨한 유대'라고 표현했다.

이을이 성공적인 모델이 되면서 이을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다시 모여 이을 인근에 2호 공동주택을 지어 입주를 앞두고 있으며, 또 다른 사람들이 모여 현재 3호 공동주택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봉제산공동체교육은 동네의 또 다른 육아 품앗이 조직, 목공방, 지역활동을 하는 청년들과 연대하면서 지역 안에서 뿌리내리고 있었다.

인터뷰 중 김 이사장은 공동육아의 문턱이 낮아지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하면서 "공동육아 생활을 오래 하지 않아도 괜찮다. 한 번 겪어만 보고 나가더라도, 그 경험이 아이와 부모에게 세상을 다르게 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성장할 수 있는 곳이자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도록 지지해줄 수 있는 곳, 그리고 아이가 내가 없는 곳에서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주고 무릎을 털어줄 어른이 있는 곳. 공동육아는 함께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삶 방식의 회복이라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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