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현장] 공동육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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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현장] 공동육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
공동육아와 사회적경제① 정영화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 인터뷰
  • 2020.02.19 22:08
  • by 노윤정 기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가 잘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다. 아이들을 보며 흔히 하는 '한창 뛰어놀 나이'라는 표현처럼, 아이들은 마을과 자연에서 뛰어놀며 자라야 한다. 그러면서 주변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은 이렇게 자라고 있을까?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고 있을까? 개인화되고 이웃과 단절된 지역사회와 등수 매기기에 열을 올리는 교육 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너'와 '내'가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울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18년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사립유치원의 파행적 운영이 공분을 자아내고 우리 사회의 보육과 교육 문제가 다시 한번 화두로 떠올랐다. 이러한 가운데 '공동육아'가 대안적 육아·돌봄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부모들이 직접 조합이나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해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공동육아는 어떤 형태의 돌봄을 제공하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라이프인이 지역사회에서 공동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정영화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 ⓒ라이프인

'공동육아'라는 말을 풀어보면 둘 이상의 사람 혹은 단체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의미다. 용어의 뜻을 풀이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공동육아라는 말에는 단순한 뜻풀이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당신'의 아이와 '나'의 아이를 '우리'가 함께 키운다는 것, 그 말은 곧 공동육아가 사회적 육아이며 공동체적 삶의 방식 회복임을 함축한다.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은 우리나라에서 공동육아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단체다. 이 단체의 모태는 1978년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결성된 '어린이 걱정모임'이다. 그때부터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은 가정뿐만 아니라 온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육아, 즉 공동육아를 역설해왔다. 말로만 주장한 것이 아니라 직접 협동조합 방식으로 어린이집을 설립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공동육아 모델을 선보였다. 그렇게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우리어린이집)이 1994년 개원했다.

"사회가 아이를 같이 키워야 한다."

이후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은 아이들이 사는 지역이나 성별, 장애 정도 등에 구분 없이 누구나 보살핌과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 아래 공동육아 운동 확산, 공동육아 협동조합 설립 지원, 홍보 및 출판, 정책 제안, 공동육아 모델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후에는 긴 논의 끝에 기존 사단법인과 별도로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를 새로 설립했다.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는 연합회 활동을 통해 공동육아의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며, 공동육아 활동, 조합 간 연대, 정책 사업, 회원 조합에 대한 지원 등을 주요 사업으로 삼는다. 공동육아가 지향하는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의 정영화 상임이사를 만나 우리 사회의 공동육아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창립총회.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Q. 여러 가지 공동육아 모델 중 협동조합형 모델을 지향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협동조합형 모델만이 공동육아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모델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어린이집 같은 경우 정부 지원금이 나온다. 그래서 자부담금이 주니까 부모님들이 어린이집 설립을 선호하게 된 측면이 있다. 설립과 운영 주체로서 협동조합형을 생각한 이유는 공동으로, 그리고 민주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이 공동육아가 지향하는 바와 걸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조직이든 '사회에서 아이를 같이 키운다'는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공동육아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에서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공동육아 지원 사업에 우리도 컨설턴트로 참여하고 있는데, 매년 50개 정도의 부모 모임이 개발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런 모임 역시 공동육아다. 그렇게 공동체 모임에 참여하셨던 분들이 지역사회로 진출해서 마을 자체에 활기가 살아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도 우리는 공동육아가 굉장히 좋은 돌봄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Q.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은 170개소 정도 설립됐는데(2017년 말 기준 164개소) 협동조합형 유치원은 2019년에야 처음 만들어졌다. 협동조합형 유치원이 어린이집에 비교해 많이 만들어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처음 공동육아 철학을 고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바깥나들이도 하면서 지역사회와 자연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업식으로 운영하는 유치원은 공동육아의 지향점과 딱 들어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교육 과정을 좀 더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어린이집을 택했다. 하지만 2012년 누리과정이 도입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같은 교과 과정을 운영하니 이제는 유치원도 충분히 공동육아 모델로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유치원은 설립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최소 20~30억 원이 든다고 한다. 부모님들이 십시일반 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유치원이 어린이집보다 사람도 자본도 더 많이 필요하다. 현재 동탄에 개원 준비 중인 협동조합형 유치원 같은 경우에는 사회적 지원이 있었다. 우리도 컨설팅에 관여했고 지방자치단체와 신협에서도 지원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협동조합형 유치원에 관심 있는 곳들이 있어서 이렇게 동탄에 생기고 나면 그걸 모델 삼아 다른 곳에도 더 설립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협동조합형 공동육아 모델을 운영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협동조합 운영도 처음 해보는 분들이다. 비전문 분야이니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함께 협력해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조율하는 걸 힘들어한다. 이게 가장 어려운 점인 것 같다.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을 만들자고 모이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듯이 부모님들도 첫 협력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예전에는 조합 활동을 해보고 그래서 조합 일이 돌아가게 하는 법을 아는 분들이 계셨다. 그런데 요즘에는 대부분이 잘 모르기 때문에 행정 서류 구비하는 법부터 총회 준비 방법까지 알려드린다. 서로 다르고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서 협동조합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하나의 단체를 이루고 그 안에서 협업하는 방법을 익혀 나가는 과정, 이 과정이 가장 어렵다고 본다.

Q. 그렇다면 공동육아와 다른 육아 방식과 비교했을 때, 공동육아가 갖는 강점은 무엇인가?

이렇게 협동조합 방식으로 몇 년 지내고 나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이 점도 우리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부모님들이 협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그전에 살던 방식과 다른 방식, 공동체로 살아가는 방식을 알게 되는 것이다. 부모님들 중에는 아이가 졸업한 후에도 계속 공동체적인 방식으로 살기 위해 뜻이 맞는 가구들이 모여 공동주택을 짓고 사는 경우도 있다. 어떤 분은 공동육아를 시작한 후 대기업을 그만두고 공동육아 협동조합에서 교사를 하고 계시기도 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렇게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처럼 삶이 바뀌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게 공동체와 협동조합이 가지는 힘이 아닐까 한다. 요즘 같은 경쟁 사회에서 경쟁보단 협력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조직이 많지 않은데, 공동육아를 통해 이런 가치를 삶에 녹여내게 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Q. 공동육아를 시작할 때 유념했으면 하는 점은?

혼자 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어린이집 같은 기관을 설립하려고 때 서류 작업이나 행정 작업이 까다로우리라 생각하는데, 그 부분은 오히려 쉽다. 업체를 통해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고 우리한테 오시면 그런 작업은 하루면 다 끝난다. 그런데 문제는 서류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내용을 채울 때 나의 아이디어로만 채울 것인가, 회의에서 단 한 마디라도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채울 것인가. 진행 과정에서 한 사람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는 조직은 오래가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조직의 경우에는 총회를 3일 동안 했다고 하더라. 어떤 사안에 대해 누군가 동의하기 어렵다고 하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반대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충분히 들어보는 과정을 반복한 것이다. 그렇게 모두에게 충분히 발언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있고 한 팀이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시작부터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동육아를 '문화'라고 이야기한다. 처음부터 다 같이 협력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Q. 공동육아 '문화'라고 표현했는데, 이 문화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주변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 이게 가장 큰 가치다. 믿을 만한 어른들, 믿을 만한 사회가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가장 큰 토대라고 생각한다. 일단, 아이를 같이 키우면서 부모 간의 관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아이들 같은 경우에도 공동체 안에서 관계가 만들어지면서 내가 힘들 때 의지할 수 있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가족 이외에 또 생긴다. 그런 아이들은 졸업한 후에도 일 년에 두어 차례 꼭 만난다. 그렇게 성장 과정을 함께하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는 신뢰의 문화가 만들어진다. 우리나라 청소년과 관련하여 높은 자살률 등 안 좋은 지표들이 매우 많은데, 이런 문화 안에서는 아이들이 조금 더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큰 가치이지 않나 싶다.

Q. 돌봄과 사회적경제를 연계하려는 시도가 계속 생기고 있는데, 그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회적경제가 사람 중심의 경제를 지향하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돌봄 서비스와 잘 맞는다고 본다. 교육이나 보육 같은 경우도 아이와 교사의 관계, 부모와 교사의 관계, 아이와 아이의 관계 등 사람 사이의 '관계'를 굉장히 강조한다. 관계를 중시하는 돌봄 서비스가 사회적경제와 맞닿아 있는 지점이 많다. 또한 공동체, 협업, 공정과 같은 가치가 사회적경제에서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도 돌봄 서비스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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