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현장] '다문화'가 없는 세상을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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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현장] '다문화'가 없는 세상을 꿈꿔요!
세계인의 날, 안산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 백승희 대표 인터뷰
  • 2020.05.20 15:09
  • by 전윤서 기자

안산은 1976년 반월신공업도시(半月新工業都市)가 조성되면서 해마다 인구가 증가했다. 풍부한 일자리가 있는 도시로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물론,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40년가량이 흐른 현재, 안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가 됐다. 안산시의 외국인 비율은 올해 3월 말을 기준으로 전체 주민의 12%를 차지했다. 이들은 100여 개 국가에서 왔으며 8만 7천여 명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모여든 만큼 문화도 다양해졌다. 2009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원곡동 다문화 마을 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은 국내 유일의 다문화 마을(다문화 특구)이다. 그러나 다양한 문화를 가리키기 위해 사용했던 '다문화'라는 표현은 누군가에게 아픔이 되기도 한다.

▲ 안산시에는 8만 7천여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며 이는 전체 주민의 12%를 차지한다. ⓒ안산시
▲ 안산시에는 8만 7천여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며 이는 전체 주민의 12%를 차지한다. ⓒ안산시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은 안산에 자리 잡은 다문화 교육기관이자 사회적기업이다. 문화 강사로 활동하던 이주 배경 여성들이 외국인주민센터를 벗어나 "우리의 동료를 놓치지 않고 가는 길"을 모색하다 2014년 협동조합으로 결성되었다. 이후 학교에 찾아가는 문화 수업, 원곡동 나들이, 다양한 축제를 기획하면서 이주 배경 여성들이 일터를 중심으로 가정을 돌보고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은 줄여서 '문고리'라고도 하며, 한국의 문화와 세계문화가 어우러져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몇 해 전이었어요. 함께 세계문화 수업을 진행하는 콩고 선생님께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가는데 옆에 앉은 아이가 엄마보고 왜 피부색이 다르냐고 물었어요. 돌아온 엄마의 대답이 '잘 씻지 않아서 그래. 너도 안 씻으면 까매져'였죠."

아이를 간단히 훈육하기 위한 이 대답은 피부색이 다른 이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이럴 때 조금 더 넓은 문화, 상호이해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는 문고리의 백승희 대표를 라이프인이 만나보았다. 

 

Q. 문고리를 운영하며 세계문화에 대한 인식개선에 힘쓰고 있다. '한민족(韓民族)', '백의민족(白衣民族)'을 강조한 현재 우리 한국사회의 세계문화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요즘에는 TV 프로그램에서도 외국인이 많이 등장하면서 문화에 대한 벽이 확실히 낮아졌다. 하지만 TV 프로그램에서도 유럽 출신의 출연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외에 대한 국가 출신의 출연자들이 소수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아직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매체에서 외국인을 다루는 모습을 보면 차이가 더 두드러져 보이기도 한다. 2010년 개봉했던 영화 "방가방가"처럼 외국인노동자의 인권을 다루며 옳고 그름을 보여주는 영화가 있는 반면에 어떠한 영화는 안산 단원구 원곡동을 무법지대로 다루기도 했다. 비슷한 사건ㆍ사고가 전국적으로 일어나지만, 원곡동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조금 더 자극적으로 다뤄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편협 된 사고가 계속해서 미디어에 노출된다면 어린 청소년들에게는 우리와 다른 문화에 대해 낙인효과가 생길 수 있다. 문화를 만들어가는 메이커들은 충분히 긴장해야 한다고 본다. 

아직도 '다문화' 하면 동남아, '글로벌' 하면 유럽 또는 미국이라는 의식이 있다. 또한, 같은 외국인 노동자라 하더라도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은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런 점이 보일 때마다 아쉽다. 

▲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이 다문화마을 특구로 지정된 원곡동에서 '원곡동클린 캠페인'을 진행했다.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
▲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이 다문화마을 특구로 지정된 원곡동에서 '원곡동클린 캠페인'을 진행했다.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

Q. 문고리의 프로그램 중 '원곡동 나들이'라는 프로그램이 인상적이다. 이것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나? 원곡동은 어떤 동네인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외국인을 위한 주민센터가 생긴 곳이 원곡동이다. 안산시 주민대비 외국인의 비율이 4%였지만 현재는 12%를 넘었다. 해마다 늘어나는 이주 배경 여성들에게 교육사업을 실시했고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활동가로 육성시켰다. 여기서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을 함께할 사람들을 만났다.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이 생겨난 발원지(發源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원곡동은 치안이 불안해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돌아가야 하는 곳, 더럽고, 무섭고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있다. 

문고리는 원곡동에 애정을 가지고 그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어보고자 결심했다. 원곡동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인식도 함께 바뀌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세계문화 수업이라면 쉽게 떠올리는 형식적인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싫었다. 문고리는 현장감 있고 남들과는 다른 수업을 원한다. 2014년도 안산에서 실시한 소셜아이디어 공모전에 "원곡동 탐방"이 1등을 하면서 체험을 통한 교육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프로그램은 원곡동에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외에 '외국인의 하루살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실제로 원곡동에 사는 외국인이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의 동선을 함께하기도 했다.

작년 2000여 명의 아이들이 원곡동을 방문했다. 아이들은 "원곡동, 와보니 괜찮네!", "우리 동네와 다르지 않네"라는 의식으로 바뀌어 돌아갔다. 이 프로그램이 안산에 대해 알아가고 내 고장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게 되는 하나의 계기라 생각한다. 초창기인 14년도에는 그룹별로 활동지를 가지고 탐방을 했다면 현재는 QR코드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수업에 접목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예비으뜸두레에 선정되었다. 원곡동을 더욱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관광 디자이너의 역할을 가꾸어 나갈 계획이다. 사람들이 문화세상고리하면 원곡동, 원곡동하면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을 자연스럽게 떠올렸으면 좋겠다.

▲ 세계문화수업 장면.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
▲ 세계문화수업 장면.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

Q. 세계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어렵기도, 어떻게 보면 "나는 이해해"라며 쉬운 것일 수도 있다. 문화의 벽은 어떻게 없어진다고 생각하는가? 

문화의 벽은 나눔과 구분이다. 이 나눔과 구분은 다른 점을 보기 힘들게 만들어 소통도 어렵게 만든다. 안산은 2010년부터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찾아가는 세계문화교육을 하고 있다. 2010년도에 학교를 찾았을 때는 '우리가 동물원의 동물인가?' 싶을 정도로 쳐다보는 시선이 따가웠다. 학생들이 바라보는 눈빛이 반가움이 아니라 차별화된 시선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시선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했다. 해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반가운 사이가 되었다. 

이것이 우리가 세계문화 수업을 하는 목적과 비슷하다. 자주 만나야 한다. 첫 수업에는  유치원 선생님 뒤로 숨거나 울기도 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던 아이들이 한 해, 한 해 얼굴을 보고 피부도 만지니 변화하기 시작했다. 먼저 와서 말을 걸기도 하고 선생님 얼굴을 그려 선물해주기도 하고.

결국, 이해라는 것은 실천이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자주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서야 '다문화'가 아닌 '우리 함께'가 가능할 것 같다. 

▲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이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의상을 입고 있다.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
▲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이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의상을 입고 있다.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

Q. 문화세상고리는 한국의 문화와 세계문화가 어우러져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화로운 세상'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그것은 '인정'이다. 너와 나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 서로에 대한 인정이 충분히 있다면 싸움이나 불협화음보다는 긍정이 있지 않을까, 어떤 하나의 화합을 이루지 않을까 한다. "힘들지, 괜찮아."하고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또한 조화로운 세상을 위해서는 오픈마인드가 필요하다. 사람의 마음이 열려 있으면 좋겠다. 우리도 언제나 이방인이고 외국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씩 가져본다면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태도는 달라질 것이다. 내 옆의, 내 이웃에 대한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간접적이고 예방적인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을 통해 이 보이지 않는 마음은 언젠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다. 

▲중국ㆍ일본ㆍ베트남ㆍ캄보디아ㆍ필리핀 등 다양한 이주 배경 여성들이 함께하는 문화고리협동조합. 아랫줄 왼쪽에서 두 번째는 인터뷰를 진행한 백승희 대표이다. ⓒ라이프인
▲ 중국ㆍ일본ㆍ베트남ㆍ캄보디아ㆍ필리핀 등 다양한 이주 배경 여성들이 함께하는 문화고리협동조합. 아랫줄 왼쪽에서 두 번째는 인터뷰를 진행한 백승희 대표이다. ⓒ라이프인

Q.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이 꿈꾸는 미래가 있나? 
미래를 말한다는 것은 '있다'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2013년 협동조합 교육을 받을 때 "협동조합, 아주 힘들 거에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뭐 그렇게 힘들까 싶었다. 협동조합을 1~2년 운영하면서 그 말이 너무나 처절히 알게 되었다. 힘들 때도 많았다. 그리고 현재 6년째이다. 미래에도 문화세상고리협동조합이 있었으면 좋겠다.

문고리의 미래와 더불어 다문화를 구분하지 않는 사회를 바란다. 현재는 다문화라는 것이 구분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화세상협동조합'을 만들 때 이름에 '다문화'라는 단어를 넣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문고리와 함께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바로 '다문화'였다. 이주 배경 여성을 바라볼 때 다문화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단지 베트남어를 유창하게 사용하는 한국 여성으로 봐주면 어떨까 한다. 미래에는 '다문화'라는 구분이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주 배경 여성들은 어떤 사람이 결혼하면 '국제결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어떤 사람이 결혼하면 '다문화'라 칭한다며 이 용어에 담긴 근본적인 차별과 배제를 꼬집었다. 의식하지 못하며 편하게 내뱉은 말은 누군가에게 아주 불편한 말일 수 있다. 편안함을 경계해 보는 것, 다름을 같음으로 생각해 보는 것, 나도 언제나 이방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보는 것이 성숙한 나를 만들고 세계문화로 나아가는 '한 발짝'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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