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진 지방정부협의회장 "사경법안 통과되면 다양한 일 벌어질 준비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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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진 지방정부협의회장 "사경법안 통과되면 다양한 일 벌어질 준비 돼있다"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인터뷰
  • 2021.07.21 07:50
  • by 김정란 기자
▲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인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라이프인
▲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인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라이프인

사회적경제 관련 법은 왜 필요할까? 법안이 없다고 사회적경제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7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비롯한 관련 법안이 왜 꼭 있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기 위해,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을 만났다. 지난 2013년 만들어져 48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참여해 사회적경제 확장을 위해 뛰고 있는 지방정부협의회(이하 협의회)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경제 법안이 있는 대한민국 사회적경제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들어봤다.

문석진 구청장은 현재 3선째 서대문구청장을 역임하면서 사회적경제가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도록 하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2015년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2018년 전담부서인 사회적경제과를 만들기도 했다. 문 구청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협의회장은 경영학을 전공했고, 공인회계사 출신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왜 사회적경제 확산을 위해 뛰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회적경제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적경제가 경제의 메인스트림을 대체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화의 밑바탕은 시장 경제 중심으로, 수요공급에 의해 시장의 가격 결정을 기반으로 한다.​

시장경제가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사회적경제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이 살아남지 못한다는 최악의 문제가 생겼다. 이들을 챙겨야 하는 것은 시장 영역이 아닌 사회 영역이다.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어떻게 연대, 협동을 통해 공동체의 이익이 더 커지도록 해야 할 것인가에서 나온 것이 사회적경제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에서 모범사례로 이야기하는 몬드라곤은,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 사람들에게 재교육을 통해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지역민의 70% 정도가 협동조합에 가입하면서 조합원이 만들어 낸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위기를 맞았을 때, 연대와 공생을 통해서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사회적경제를 바탕으로 한 사회가 살아남는 것을 직접 보여준 것이다. 경제 원리, 경영 정책은 시장자본주의의 원리를 따르더라도,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 속에서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사회적경제라는 영역이 확대돼야 한다. 그래야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고, 사회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사회적경제를 지지하고 확산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가 대안보다는 보완적 수단이 돼야 한다고 보지만, 이 말이 결코 작은 규모의 사회적경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UN이 지정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시장경제에서 앞서가는 기득권들은 내가 능력이 좋아서 기득권이 됐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1, 2점 차이로 기득권이 못된 사람들을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나? 우리는 필수노동자 없이 살아갈 수 있나? 기득권층도 농산물 없이 살 수 없다. 구성원 전체가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제5기 출범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라이프인
▲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제5기 출범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라이프인

2014년부터 발의된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법은 국회에서 제정하는 것인데 국회의원들이 아직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일부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사회주의 경제라는 색깔론을 펼치기도 한다. 몇 년 전 국정감사에서 사회적경제를 사회주의적 경제로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오해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마 전 진행된 사회적경제기본법 공청회에서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의 필요성에 대해서 여,야 의원 모두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세부적인 문제를 넘고 국민적 합의에 힘입어 이제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통과될 시기다. 

국회의 인식도 약하지만, 아직 대중 인식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법안 제정을 위해서는 이 부분도 개선해야 할 텐데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사회적경제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도가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하지만, 한편 아직 뭔가 생소하고 어렵다고 느끼는 주민도 많다.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기업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협동조합을 기업 형태의 이미지로 인식해야 하는데 그런 개념이 약하다. 그런데 그러려면,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기업 자체가 생산성과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몬드라곤 방식도 그렇지 않나. 퀘백처럼 대규모 금융 등을 제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면 협동조합의 개념을 작은 단위나 소그룹으로 하는 방식만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또 그동안 관이 주도하다 보니 생긴 '관제'의 이미지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2016년 서대문구 가재울고등학교 사회적협동조합을 보면 학생, 학부모 등이 자발적으로 조합원이 돼 설립했다. 착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교내 매점을 운영하고, 학생 대상 사회적경제 교육이 이뤄졌다. 수익은 학생들 교육과 복지 위주로 재투입됐고, 조합원인 학생들이 졸업한 뒤에도 학교를 찾아와 후배들에게 조합활동을 소개하고, 대학에 가서 관련 과목을 수강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 구성원들이 지역 사회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고, 지역의 발전과 연결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사례를 볼 수 있다.

협의회 차원에서도 앞으로 계속해서 사경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 문제 해결 전략으로 사회적경제를 인식하고, 관련 제도를 수립하기 위한 다각도로 지원할 것이다. 또 중앙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과 연계해 우리 사회에 사회적경제를 강하게 인식시킬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 진출 발판을 마련하고 장기적인 전략사업을 구상할 것이다. 

협의회에 참여한 지방자치단체가 48개다. 최근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사회적경제 조례를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례 제정과 법안 제정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회적경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다양한 일들이 벌어질 준비가 돼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 수 있다. 구청에 청소를 해줄 업체가 필요한데 대표에 비해 실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은 일반 청소용역업체보다는 (이익의 분배가 잘 이루어지는) 사회적기업에 이를 맡기고 싶다고 해보자. 하지만 구청장 직권으로 사회적기업에 맡길 경우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럼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초기에는 청소장비 등을 갖출 자본이 없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경쟁에 참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기존 일반업자들의 카르텔이 계속 유지되고, 노동자들의 처우도 개선되기 힘들다. 사회적경제기본법과 함께 물품구매나, 조달 등과 관련한 법률을 통과시킨다면, 지역 내 민관 협력과 협업의 기회가 확대되어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고, 지역 사회의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사회적 자산을 늘어나게 할 것이다.

조례를 가진 지방 정부들이 아무래도 사회적경제에 관련한 활동을 더 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경제 관련 법안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통합적 기본법이 부재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효율적인 정책 연계가 어려운 현실이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의 4대 부문 외 소셜벤처 등 폭넓은 사회적경제의 정책적 해석을 위해서라도 중앙정부의 모법이 꼭 필요하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이전에 비해 다양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는 등 관련 활동들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나? 

또 사회적경제 기금을 조성하고 공제회 활동을 지원해 지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금융기반을 강화하고, 지역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안정적 판로를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제5기 출범식에 이어 열린 자원순환경제의 실현과 전망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문석진 협의회장. ©전국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
▲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제5기 출범식에 이어 열린 자원순환경제의 실현과 전망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문석진 협의회장. ©전국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

세 번의 구청장을 지내는 동안 서대문구의 사회적경제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물적 기반인 (현)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를 따로 마련했다는 점이 가장 크다. 이곳에서 다양한 교육, 연대활동을 하고 있다. 소셜벤처도 뽑고,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입주한 업체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게 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의 지원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구청이 그동안은 어쩌면 일종의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는 중간지원조직 역할이 많이 필요하다. 활동가를 중심으로 한 중간지원조직들을 만들어내고, 그를 통해 구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고 있다.

5기 협의회장으로 앞으로 전국 사회연대경제 협의회는 어떤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나?​

나는 협의회가 시작될 때부터 같이 참여했다. 회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협의회 사업의 흐름이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경제 3법이 통과돼 실질적으로 지방정부가 사회적경제를 더 원활히 작동시키게 하는 모델을 만들고, 이를 통해 실천하면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협의회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교류도 적극적으로 해왔고, 국내의 우수사례를 해외에 소개해왔다. 특히 코스타리카와는 국가 단위에서 아주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2017년부터 코스타리카 대통령 간담회를 진행한 이후 한국과 코스타리카 간의 사회적경제 실천사례 공유와 양국 간 사회적경제 분야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협력이 외교 영역에서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사회적경제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 다각도의 지원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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