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기본법안 제정 여야 팽팽한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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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기본법안 제정 여야 팽팽한 대립
국회 기재위, '사회적경제기본법안 공청회' 개최
  • 2021.06.15 20:01
  • by 이진백 기자
▲ 15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국회방송 온라인 화면 갈무리
▲ 15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국회방송 온라인 화면 갈무리

'사회적경제기본법'은 19대 국회 때인 2014년 4월에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유승민 의원이 처음으로 발의했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 67명이 발의에 참여했다. '사회적경제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입법 취지였다. 하지만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사회주의 경제법'이라는 색깔론에 부딪히며 19대 국회 폐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끝내 무산됐다. 19대 국회부터 현재 21대 국회까지 7년째 계류 중이다.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만 11건에 이른다. 국회에는 현재 5건의 기본법안이 제출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강병원, 김영배, 양경숙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들이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포함하면서 이른 통과가 기대됐지만 국회에 발의된 '사회적경제기본법'의 필요성에 대한 찬반의 의견은 여전히 팽팽하다. 

기본법 제정 찬성 이유는 현재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원이 법적 근거 없이 지자체 조례와 행정명령 등을 통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협동조합(기획재정부), 사회적기업(고용노동부), 마을기업(행정안전부), 자활기업(보건복지부) 등 기업 형태별로 서로 다른 근거법과 지침에 기반을 둬 추진돼 오면서 부처별 이해관계에 따른 비효율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기업 육성이 아닌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개별법을 아우르는 기본법 제정과 통합적인 정책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안의 필요성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확고한 가운데 15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공청회는 기재위에 계류 중인 5건의 사회적경제기본법안에 대한 법률 제정의 필요성이나 입법 목적의 적정성 및 타당성 등에 관해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진술인으로는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이수천 건국대 겸임교수, 하재찬 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등 4인이 의견을 개진했다.

진술자들은 기본법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다만 법안 제정 (처리 속도) 관점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권재열 교수와 이수천 교수는 법안 제정에 신중한 입장을, 김재구 교수와 하재천 상임이사는 법 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상이한 태도를 취했다.  

▲ 권재열 경희대 법학대학원 교수
▲ 권재열 경희대 법학대학원 교수

권재열 진술인은 "기본법이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많고, 위험한 것 중 하나가 다른 법에 우선하는 법이라서 농협법, 수협법 등 개별법과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역공동체의 개념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의 사회적경제조직은 지역 사회와 밀접한 연계를 갖고 사회적경제활동을 해야하는 까닭에 전국적 또는 국제적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안에서 '윤리적 소비'를 사회적경제조직이 생산한 것을 쓰고 소비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소비자 주권을 침해한다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우선구매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구매액이 너무 많다. 양경숙 의원 법안에 따르면 공공기관 총 구매의 10%를 사회적경제조직이 판매하는 재화나 서비스에서 충당해야 한다"라며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2020년) 공공기관의 총 구매실적이 57조 규모인데 공공기관이 사회적경제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1조 6000억 원 정도 구입했다. 그럼 지금보다 약 3.57배 많은 5조 7,000억 원을 우선구매해야 하는데 (사회적경제조직에서) 만들면 다 팔리기 때문에 사회적경제조직의 혁신안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비꼬았다.  

▲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김재구 진술인은 "사회적경제 부문에 대한 정책이 통합적으로 조율되어야만 더욱 발전할 수 있겠다고 하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라며 "19대 국회 이후에 지속적으로 논의가 되어오고 발전돼 왔던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오늘의 공청회를 계기로 해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고 여야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제정되기를 저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많은 사회적경제조직이 희망하고 있음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5개 법률안 내용은 사회적경제 당사자 조직들 간에 간담회를 통해서 수정되고 반영한 부분이기 때문에 크게 대동소이한 것 같다. 아울러 19대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기 때문에 상당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고 본다"라며 "고용없는 성장과 양극화 문제에 대한 중요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진술인은 ▲법률제정의 필요성에 관한 내용 ▲왜 사회적경제에 대한 통합적인 정책이 필요한가 하는 내용 ▲지역과 민생경제의 활성화에 대해서 사회적경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해서 이야기 했다. 

그는 "사회적경제기본법에서 대통령 소속 사회적경제발전위원회 설치를 규정한 것이 눈에 띈다"며 "기본법 제정의 취지 중의 하나가 분절적인 정책추진을 없애고 통합적인 사회적경제 정책 추진을 위한 것임을 감안할 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최상위의 심의기구를 두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수천 건국대 겸임교수.
▲ 이수천 건국대 겸임교수.

이수천 진술인은 "'법 제정이 필요한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담론이 될 것 같다. ▲정책 입안이 과연 필요한가 ▲법률의 형식으로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는가 ▲지금 시기상 필요성이 있는가 등의 부분이 쟁점 사항이 될 것 같다"라고 전제하며 "통합적인 법체계 구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입법의 타당성이 인정되지만, 개별법에 대한 부분까지 침해하면서 해야 하나 하는 부분은 논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시기적으로 과연 필요한가 이 부분이 또 하나의 논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경제는 (양극화, 불평등, 실업문제 등) 항상 여러 가지 단점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에서 OECD, EU, 국제기구에서도 사회적경제기본법에 대한 담론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입법이 된 예들도 상당이 있다고 보여진다"라며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라는 비정상적 상황을 빌미로 사회적경제기본법 입법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닌가 이런 우려도 좀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한발 한발 조심히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이 진술인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의 범위를 너무 광범위하게 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늘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집행 또는 운영기구(사회적경제위원회)나 지원수단이 좀 구체화될 필요가 있는데 기본법이 아니라 개별 하위 법령을 통해서 입법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사회적경제기업에 국가의 제정이 투입되면 일반 민간기업에 대한 역차별의 문제가 분명히 드러날 수 있다"라며 "그런 부분에서 충분한 검토와 고려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고, 또 재정이 투입되면 관리감독이 좀 더 강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하재찬 진술인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제도개선위원회에서는 사회적경제 제도개선 과제 우선순위를 정리해 '사회적경제 제도개선 10대 과제'를 선정하는데 매년 '사회적경제기본법'이 1순위로 선정된다"라며 관련법 제정의 조속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UN이 2015년 제74회 총회에서 결의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한 주요 실행수단으로 사회적경제를 삼았기 때문에 최근 기독교 단체가 캠페인을 통해 기후위기 극복 과제로 사회적경제 육성과 활성화를 제시했으며,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사회적경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보고서에서 "사회적경제는 위기 시 회복력(resilience)이 뛰어나고 공공ㆍ민간부문을 보완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며 "사회적경제의 양적·질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하 진술인은 "이처럼 사회적경제는 이미 그 공익과 사회적 가치 창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들의 경영 역량과 자본을 투입하는 주체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국회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 주고, 정부는 정책으로 이 노력을 촉진하면 국가적, 사회적 더 큰 이익이 많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과 기대를 하게 된다"라며 "지난 5월 31일 청주에서 열린 간담회(사회적경제 기본 조례 제정 관련 간담회) 참석자 말을 전하며 진술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저는 일반 회사를 운영했던 사람입니다. 돈을 잘 벌고 그랬는데 지금은 협동조합을 합니다. 경쟁력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압니다. 하지만 이 지나친 경쟁이 우리 사회와 공동체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협동조합을 하게 되었고 서로 협동하며 함께 살도록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사회적경제 기본 조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공청회 참석 위원들도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양경숙 위원(더불어민주당)은 "현재 OECD국가의 전체 평균 고용률 대비 사회적경제 부분 고용률이 4%이고, 유럽연합 27개국 평균이 7%이다.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는 전체 경제의 10%에 육박하는 부분을 사회적경제가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사회 혁신과 공동체 발전이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스페인은 2011년, 멕시코는 2012년, 포르투갈과 캐나다 퀘벡주는 2013년, 프랑스는 2014년에 법 제정을 이미 했다"고 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윤희숙 위원(국민의힘)은 "사회적경제조직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협동조합"이라며 "이들 중 70% 이상은 공익적 기능을 의식하지 않고 세제 혜택과 보조금만 기대한다"라며 무임승차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 적용 대상을 잘 가리지 않으면 목숨 걸고 돈 버는 사람을 차별하는 법안이 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안 제정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위원들은 '사회적경제기본법안' 제정 논의와 관련해 ▲사회적경제의 활성화 및 행정적인 효율성을 위해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 ▲기본법뿐만이 아니라 개별법의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인지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 ▲해외 주요국가들의 사회적경제법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등을 제시했다. 

이날 공청회를 통해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사회적경제기본법안' 제정은 향후 심도 있게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2019년 기준 사회적경제기업 수(개소)는 2만7459개, 종사자 수(명)는 28만4875명이다. 협동조합 취약계층 고용은 2016년 7만 7000명에서 2018년 11만 2000명으로, 사회적기업 취약계층 고용은 2016년 23만 8000명에서 2018년 26만 1000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고용(취업자 수는 2435만8000명, 2019년 기준, 통계청) 대비 사회적경제기업 종사자 비중은 1.2%로 유럽연합(EU) 평균 6.3%(2017년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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