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로 돌봄 공백 대안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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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로 돌봄 공백 대안 찾는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경제 역할 더 절실"
돌봄에 대한 지역사회 차원의 사회적 접근 필요
  • 2021.05.12 11:09
  • by 이진백 기자

2018년부터 서울시와 동대문구가 지원하는 '공동주택 같이살림' 사업에 참여하며 공동주택 단지 내에서 주민이 필요한 부분을 발굴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래미안아름숲아파트(전농2동)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새로운 사업(단지 내에서 직접 아이 돌봄서비스를 운영)을 시작했다. 단지 내 아이 돌봄이 필요한 주민은 '돌봄플러스-래미안아름숲'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단지 내 주민 중 돌보미(베이비시터) 양성과정 교육을 이수한 돌보미를 선택해 원하는 시간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구와 입주자협의회에 따르면 단지 내 맞벌이 부부들이 많고, 아파트 밴드(네이버 밴드)에서는 아이들을 보육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글이 많았다. 특히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외부인에 아이를 맡기기 쉽지 않아지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동대문구 내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경제조직의 설립과 경영활동을 지원하는 동대문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논의해 단지 내에서 주민들이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상시적인 돌봄서비스 사업을 기획했다. 단지 내 주민을 대상으로 돌보미(베이비시터) 양성과정을 진행해 13명의 주민들이 돌보미 교육을 이수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간 시범운영을 거쳐 12월부터 '돌봄플러스-래미안아름숲'이라는 이름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 서울 동대문구가 진행한 래미안아름숲아파트 단지 주민 아이돌보미 교육. ⓒ동대문구
▲ 서울 동대문구가 진행한 래미안아름숲아파트 단지 주민 아이돌보미 교육. ⓒ동대문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 상황이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가 아직도 수도권 등에서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1년 넘게 전개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돌봄이 한 사회를 유지하는데 얼마나 크게 기여해왔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아동을 돌보는 일은 전통적으로 가정이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면서 동시에 급속하게 사회로 이전되고 있는 기능이기도 하다. 가족의 돌봄 부담이 저출산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돌봄을 사회화하는 보육 및 교육 서비스가 급속히 확대됐다. 아동을 돌보는 일은 이제 가족 안에서 부모가 개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일에서 미래의 인적자본과 지속가능성에 투자한다는 의미에서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일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 기존의 돌봄이 가족 내에서 해결되어야 하는 사적 영역의 문제였다면, 현재는 사회 유지 및 통합, 안전에 필수적인 공공재로서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주요 문제라는 점에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구축돼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돌봄의 사회화에 대한 당위성을 바탕으로 공적 영역에서 사회적 지원이 확대되고 있으며, 사회적 돌봄 서비스는 보편적 권리로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돌봄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돌봄의 공공성은 미흡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전염병의 확산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도입되고,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교 및 대학교가 문을 걸어 잠그면서, 한국사회는 돌봄 공백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정상적으로 갈 수 없는 영유아의 경우와 초등학교 시기의 돌봄 공백은 양육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져 한국의 모든 '엄마'는 패닉상황에 빠져들었다. 더욱이 일하는 여성에게는 재앙과 같은 것이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서북권(마포, 은평, 서대문)직장맘지원센터가 발표한 '코로나19시기 직장부모 일·돌봄 위기실태와 욕구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퇴직한 '직장맘'의 퇴직 사유 중 48.6%가 '자녀 돌봄 공백'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형태에 따라 직장맘이 자녀돌봄을 위해 택한 대책도 달랐다. 정규직·무기계약직은 자녀돌봄을 위해 절반 이상이 연차휴가(53.3%)를 쓴 반면, 비정규직은 40.3%만 연차휴가를 사용했다. 정부와 기업 모두 돌봄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것들이 모두 충분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공동주택 같이살림'. ⓒ서울시
▲'공동주택 같이살림'. ⓒ서울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사회 곳곳에서 돌봄·일자리·경제적 어려움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주목한 것은 '사회적경제'다.

사회적경제는 장애인, 노인, 이주여성 등 다양한 취약계층의 일자리와 복지의 문제, 돌봄, 인권, 먹거리, 환경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서비스와 제품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해 왔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기본적으로 개별조직 차원에서의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활동하고 있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 수익을 통한 지역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참여, 이익의 공동체 내 공유 등을 통해 불평등과 양극화,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특히 사회적경제는 돌봄을 이윤추구가 아닌 전인적 관계에서 보살핌을 교환하고, 여성의 무급노동으로 이루어지던 돌봄 문제를 돌봄의 사회화, 탈가족화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노인, 경력단절 여성 등 돌봄의 대상이거나 주체인 주민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다양한 공동체 활동의 기회와 공간을 만드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서울시는 사회적경제의 지속 발전을 위해선 시민이 정책을 체감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에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공동주택 같이살림'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인 공동주택에 주목해 주민들이 돌봄, 환경 등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 같이 해결해보자는 취지다. 공동주택단지 주민과 사회적경제기업이 생활 서비스를 함께 기획하고, 운영결과 사업화가 가능한 사업에 대해선 주민중심 기업 설립을 지원해 경제공동체 형성을 돕는 방식이다. 기업설립 후에는 지역특화사업 추가 개발과 수익의 지역 재투자 등 업그레이드된 비즈니스모델 운영을 돕는다. 아파트 건강센터,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 맞벌이 가정 아이돌봄, 노인통합 돌봄서비스, 가사·청소·이사서비스, 반려동물케어, 친환경 식사 등 다양한 모델에 대한 사업화가 가능하다.

공동주택 같이살림 사업은 연차별 3단계로 진행된다. 1년 차에는 주민 자조모임 구성, 서비스 모델 발굴, 2년 차에는 사회적경제기업 설립을 통한 경제공동체 형성, 3년 차에는 창출된 수익을 지역서비스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방식이다. 사업추진 결과에 따라 최장 3년간 단지당 매년 3000만~60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모델 정착이다.

구체적으로 1년 차 때는 단지별로 전문역량을 갖춘 지역지원기관을 투입하고 주민모임을 중심으로 단지상황과 특성을 반영한 생활문제(의제)를 발굴한다. 도출된 문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할 방법을 주민 주도적으로 찾아낸다. 단지 내 유휴공간을 사업추진공간으로 활용하며 지역지원기관은 주민모임이 사업추진 주체가 되도록 역량을 키워준다.

2년 차는 주민들이 사회적경제 서비스의 생산·소비 순환구조를 체험하는 단계로 1단계에서 도출한 의제(문제)로 시제품 혹은 시범서비스를 생산해 단지주민을 대상으로 판매·체험하도록 한다. 시제품·시범서비스를 생산하는 방법과 마케팅 노하우는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지역지원 기관에서 컨설팅해준다.

3년 차는 사회적경제기업(협동조합, (예비)마을기업, (예비)사회적기업)을 설립하는 단계로 2단계 사업으로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의 수익구조와 마케팅 등을 개선해 안정적인 수익창출 기반을 마련한다. 지역지원기관, 법률자문가 등의 기업설립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하고, 경영·마케팅 전문가 등을 통해 수익제고 방안을 모색한다.

단지별로 매칭된 지역지원기관은 주민 주도로 사업이 실행될 수 있도록 주민모임 육성~사업실행~기업화를 밀착·집중 지원해 사업성과를 높이는 것이 주요 역할을 수행한다.

'공동주택 같이살림' 사업 참여를 원하는 5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단지는 5명 이상이 주민모임을 결성해 주민대표회의 의결 또는 동의를 거친 후 해당 자치구로 신청하면 된다.

1단계(1년차)사업을 추진했지만 사업결과 등으로 2단계를 신청하지 못했거나 미선정된 단지도 작년 사업활동 내역 등을 제출하면 2단계 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 유사·중복사업으로 공적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단지가 아니라면 자격요건을 갖춘 단지(주민모임)는 모두 신청가능하다.

주민모임을 도와줄 지역지원기관도 함께 모집한다. 권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 사회적경제조직(기업, 당사자연합체 등), 기타 공동주택 관련 사업 경험이 있는 비영리법인·비영리단체 등이면 신청할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존에 자치구별로 신청을 받았던 지역지원기관을 권역별(서북·도심권, 서남권, 동북권, 동남권)로 활동 범위를 확대했다. 참여를 원하는 단지가 있어도 해당 자치구에 지역지원기관이 없을 경우 신청에 제약을 받았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서울시 '공동주택 같이살림' 사업은 2019년 20개(11개 자치구)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시작해 지난해에는 30개 단지(15개 자치구, 신규선정 22개, 2년차 8개)가 참여했으며, 지역 내 사회적경제조직과 연계해 돌봄, 건강먹거리, 친환경생활, 주민소통과 같은 생활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2019년 참여 20개 단지는 1년차 사업 종료 후 사업 지속성 및 주민주도성을 평가해 8개 단지가 지난해에 2년차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새롭게 선정된 단지는 총 22개 단지로 이 중 9개 단지는 코로나19로 인한 취약계층 지원 및 지역경제횔성화를 위해 추가 모집해 4개월 동안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한편 지난해 공동주택 같이살림 사업 참여주민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동주택 같이살림 사업의 취지에 대해 75.1%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고, 본 사업을 통한 단지주민의 삶의 질 개선과 관련해서는 73.6%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코로나19 위기와 가족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과 가족지원 서비스를 강화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지역공동체 기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도시지역은 돌봄조합 등 주민참여형 조직을 활성화하고 사회적경제기업의 사회서비스 분야 진출 지원을 위해 지역아동센터 등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이 사회적경제조직으로 전환을 희망하는 경우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또한 사회적경제조직 간 연계·협력을 통해 지역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시범사업 등도 지속 추진해 나간다.

아울러,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및 정책기반 구축을 위해, 사회적경제조직이 지역사회서비스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한편, 협의체 구성을 통해 사회서비스영역에서의 사회적경제기업 역할 강화방안을 모색하고 사회서비스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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