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포인트 알려주는 것은 혁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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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포인트 알려주는 것은 혁신 아니다
[사회적경제 '쨈'있는 인터뷰(10)] '청년협동조합연합회' 창립 이끈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 이두영 소장
  • 2017.12.07 10:23
  • by 공정경 기자

12월 2일 청년협동조합연합회가 발족했다. 국내 최초로 청년협동조합이 모여 연합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5개 협동조합(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 쿠피협동조합, 서울디지털인쇄협동조합, 이루어협동조합, 마케팅커뮤니케이션협동조합 살림)이 준비위원회를 꾸려 시작했고 현재 일반협동조합 11개, 중간지원조직 5개, 개인참여자 3명이 참여하고 있다.

청년협동조합연합회를 왜 만드는지,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청년들이 원하는 바는 무엇인지, 발족식을 하루 앞두고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 이두영 소장을 만나 들어봤다.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 이두영 소장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 이두영 소장


- 핑크색을 좋아하나 보다.

다른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지만, 핑크는 청년의 색이라 생각한다. 청년을 봄이라 생각한다면, 봄을 대표하는 색은 핑크가 아닐까?

- 오늘 의상도 핑크핑크하다. 노트북도 그렇고. (웃음)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는 2013년 협동조합에 관심 있는 대학생 스터디 조직에서 시작했다. 3년 넘는 기간 동안 매주 목요일에 모여 100여 회의 모임을 가졌고, 협동조합으로 창업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창업경진대회, 창업캠프를 주최했다. 다양한 사업모델을 시도하고 교육사업과 가치채용플랫폼 ‘꽃피는 봄’을 운영 중이다. ‘꽃피는 봄’은 사회적 경제 영역 구인구직 사이트이다. 노량진대학교, 보증금과 권리금 없이 비어있는 점포와 요식업 창업을 원하는 청년을 연결시킨 ‘청년의 유산’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 청년협동조합연합회를 추진하게 된 이유는?

12월 2일은 청년들의 다양한 이슈를 들어보는 자리이다. 청년협동조합을 운영하는 팀뿐 아니라 청년협동조합을 계획하는 팀, 진행 중인 팀까지 품을 넓혀 자리를 마련했다.

사회적 경제 영역이 활발해질수록 반대급부로 청년이 소외받는다는 느낌을 본의 아니게 많이 받았다. 선배들 중에는 청년이슈에 관심이 많고 지원해주려는 분도 많기는 하지만 지원이나 관심이 저희가 잘 되는 것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더라. 세대갈등의 양상으로 가려는 건 아니고, 저희끼리 모여 지지망이 되면 좋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다. 자문위원도 청년세대로 구성하고 있다.

- 추진할 사업이나 비전은?

내일이 첫 만남의 자리라 아직 구체적 사업은 논의하지 않았지만 크게 두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 청년협동조합이 지속가능하도록 내부거래를 더 많이 늘리고, 공동브랜드로 사업하는 등 네트워크 형성에 중점을 두는 것 한 꼭지와 양질의 청년협동조합을 육성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교육사업 하는 것 한 꼭지가 있다. 협동조합을 제대로 알고 협동조합을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여러 가지 법인격 중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협동조합을 선택한 분들도 있기 때문에 교육은 중요한 사업이다.

-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인가?

협동조합관련 이슈 중 가장 큰 게 출자금이다. 협동조합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알고 있다. 원천적으로 투자를 받을 수 없다 보니 자금과 관련된 고민이 많다. 청년 조합원이 출자해서 5천만원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협동조합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많지 않다. 이런 제도적인 부분이 있다.

요즘은 덜하긴 한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고 나서 협동조합이 크게 이슈화됐을 때 청년들을 참 많이 동원했다. 어릴 때는 마냥 좋은 건 줄 알고 찾아갔지만, 이젠 어떻게 거절해야 할까를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아이템을 온전히 뺏기기도 한다. 기획서를 보내주면 버젓이 주체만 바꿔서 돌아다니거나 아이템을 카피해서 관에서 시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 아이템만 제공해주고 뒤통수 맞는 경우가 많았나 보다.

그런 일을 볼 때마다 ‘어떻게 해야 되지?’ 고민을 많이 한다. 어떤 선배들은 ‘들고 일어나라’ 하지만 ‘들고 일어나봤자 시간만 많이 뺏기고 못된 기성들은 관심도 안 가질 거다’ 라는 말도 듣는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 효율적인 방법으로 청년협동조합연합회를 택하게 된 것도 있다.

- 협동조합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나?

협동조합하면서 힘든 적은 한 번도 없다. 일반창업 했다가 두 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창업 자체가 쉽지 않다는 건 이해하고 있고, 경영자로서 힘든 점은 항상 있는 거고. 협동조합하면서 식구들과 소통을 많이 해서 좋다. ‘네가 주인이다’, ‘너도 경영자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상기시켜 주면서 ‘진짜 같이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 대학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에서 사회적 기업을 하겠다는 친구가 동료의 뒤통수를 치고 보내버린 걸 본 적이 있다. 무서웠다. 그 모습을 보면서 출자와 상관없이 1인 1표를 행사할 수 있는 협동조합에 관심이 더 많아졌다. 최소한 증좌장난을 통해 누군가를 내칠 수 있지는 않으니까.

12월 2일 청년협동조합연합회 발족식에 청년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청년이 원하는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내 일로 내일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이면서 월급이 많거나 조건이 안정적이기는 어렵다. 청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가 왜 존재하는지’부터 고민한다. 생계가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생계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자아실현을 하려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친구들은 “월급을 많이 줄 테니 하기 싫은 일 해!” 그러면 안 하는 경향이 크다.

하고 싶은 것을 지속가능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기획은 잘하는데 비즈니스 모델은 못 만드는 친구가 있다면 비즈니스 모델을 세팅시켜주면 되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독서모임이 많다. 많게는 몇만 명까지도 모이는 독서모임이 있다. 페이스북은 만 명이 넘으면 광고를 실을 수 있다. 그 독서모임에 광고를 세팅하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수익도 생기는 거다. 이런 식으로 목적사업과 수익사업을 결합해보려고 한다.

- 청년들 최대의 관심사가 일자리인가?

정확히 말하면, 먹고사는 문제다. 일자리의 질과 상관없이 일자리수가 절대적으로 줄었다. 부모님 세대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왔지만, 우리 세대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 국민기본소득이 실행되면 어떨까?

멋있을 거 같다. ‘뭐가 좋고 뭐가 나쁘다’는 정책적으로는 시도해보고 판단하자는 쪽이다. 기본소득은 해보지 않았으니까. 기본소득에 대한 부작용을 이야기하고 어떤 부작용이 실질적으로 나올지 모르지만, 그건 전체를 깎아내리려는 일부라 생각한다. 전반적으로는 좋아질 거로 생각한다. 정부가 직접 지원금을 써봤는데 안됐고 기업에 지원했는데 안됐으면, 다른 것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시도는 할 필요가 있다.

-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채용플랫폼이 잘 풀리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사회적경제에 일하려는 청년들은 많은 월급은 포기했지만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한 친구들이다. 예를 들어, 의료생협에 취업하려는 친구는 단순히 병원에서 근무하려는 것보다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많은 사람에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뛰어난 능력이나 기술이 없더라도 하고 싶은 일과 가치가 명확하다는 점이 일반구직자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정보의 비대칭이 심하다. 구인 측에서는 청년이 뭘 좋아하는지, 어디 있는지를 모르고 반대로 청년들은 아무것도 모르다 보니 점처럼 뚝뚝 흩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일일이 검색해야 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구인구직 정보가 모여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 시너지가 매우 크겠다. 가치채용플랫폼 ‘꽃피는 봄’ 현황과 목표는?

양면시장을 돌파하는 일은 어렵다. 초기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몸으로 버티는 중이어서 결과물이 빨리빨리 나오지는 않고 있다. 현재 채용공고가 100개 올라왔고 개인회원이 150명, 유료기업회원은 아직 없다. 내년까지 청년회원 1만명, 유료기업회원 100개가 목표다.

사이트 URL이 “nowisbom.kr 지금이 봄이다”이다. ‘꽃피는 봄’이라고 지는 이유가 예전에 김제동씨가 모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네가 피지 않았다고 꽃이 아닌 게 아니고 남이 피지 않았다고 꽃이 아닌 게 아니다. 청년들은 봄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봄을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

- 현재 상황을 돌파를 해보고 싶어 청년이 사회적 경제에 모였는데, 이것도 아니어서 뭉쳐서 돌파해보자는 의미로 청년협동조합연합회를 만든 듯하다. 혁신이란 무엇일까?

기존의 시스템을 답습하지 않는 새로운 좋은 것.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회적 경제에서 혁신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물고기를 갖다 주는 것도 아니고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혁신은 ‘어디 가면 낚시하기 좋다’고 낚시 포인트를 알려주는 수준이다. 더 좋은 낚시 포인트만 알려주니, 돌아가면서 계속 씨만 말라 가는 거다. 이미 씨가 말랐으니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 GSEF 사무국장 로렌스 곽이 이런 말을 했다. 세대가 다르고 겪은 시대 상황이 다르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다르기 때문에 문제해결의 방법도 다르다. 그래서 나는 멘터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청년 스스로가 해결하게끔 놔두면 좋겠다. 청년들은 어떡하든 살아질 거다. 살아남든 몇몇은 사라지든 이민을 가든... 청년들 삶에 직접 관여하거니 훈계하는 것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주고 묵묵히 응원해주고 등을 대주는 정도만으로도 좋지 않을까 싶다. 내가 만 39세가 되면 우리 회사를 나갈 거다. 우리 회사가 계속 청년협동조합이 될 수 있게끔. 아무리 좋은 선배라도 선배일 뿐 당사자는 아니다. 잘되든 못되든 자기네들끼리 하게 놔둬야 한다. 현재 나는 ‘청년 그 후’도 고민하고 있다.

- 30대 초반인데 벌써 은퇴를 걱정하는. (웃음)

청년들의 요구와 현장을 듣고 싶어서 급하게 관계를 맺으려는 분들이 있다. 내가 30대 초반이라 중간역할로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청년들이 싫어한다. 관계를 너무 급하게 맺으려고 하지 말고 선배라고 이것저것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청년들은 의논 상대가 없다. 친구에게 말 못 하는 것도 있고 동료에게 말 못 하는 것도 있다. 정말 필요하고 생각나면 찾아간다. 그럴 때 들어주는, 그런 어른이 되어주셨으면 좋겠다.

- 여담으로, 교육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청소년 교육할 때 이런 질문을 했다. 5명이 회사에 있고 각각 1000만원씩 월급을 받다가 수익이 줄어 800만원을 받게 됐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 학생이 바로 “한 명을 짤라야죠”라고 답했다. 그럼 누구를 짜를까? 했더니 “가장 경험이 적은 사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대기업이 왜 청년을 먼저 짜르는지 이해하겠더라. 개인적으로도 많이 고민하는 부분인데, 청년이나 청소년 세대가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IMF 이후 사회 전체적으로 공감력이 확실히 떨어졌다. ‘함께 하면 망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하고 ‘함께 살자!’라는 인식이 깨졌다. 사회가 어렵다 보니 부모들은 자식 교육에 집중하게 되고 사교육도 치열해졌다. ‘함께 하면 좋다’는 걸 말로만 들었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다.

우리 사회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세월호를 겪은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오면 아까 말한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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