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한' 내 삶의 자리가 곧 사회적기업가로서 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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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내 삶의 자리가 곧 사회적기업가로서 적임이었다
[사회적경제 '쨈'있는 인터뷰(9)] 청년 사회적기업 자리(주) 신바다 대표...사회적 편견에 당당하게 맞서는 삶을 산다
  • 2017.12.04 14:52
  • by 공정경 기자

위기 청소년·청년의 자립을 위한 사회적기업 '자리(주)'의 신바다 대표는 '사회적 대기업'을 꿈꾼다. 사회적기업 ‘자리’는 위기 청소년·청년에게 일자리, 쉼자리, 꿈자리를 제공한다는 의미이고 이들에게 교육, 일자리, 주거를 제공한다. 

신바다 대표는 2011년 고용노동부 '청년 등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어 같은 해 자리(주)를 설립했다. 자리(주)는 2013년 서울시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어 2016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2012년 현대자동차 H온드림 비전상, 2014년 SK행복나눔재단 제10회 세상 사회적기업 콘테스트, 2017년 사회성과 인센티브 2nd 어워드를 수상했다. 2013년 KEPCO(한국전력공사) 희망카페 최종 사업자, 효성업사이클링 소셜비즈니스 성장지원사업에 선정됐고,  2014년에는 청년허브 '청년주거제안사업' 선정, MBC(상암) 사내카페테리아 'MIA'컨설팅과 운영지원을 하기도 했다. 

신바다 대표는 개인적으로 탈학교 청소년, 편모가정, 저소득층이었다. 신 대표는 현재하고 있는 카페사업, 교육사업 외 베트남 자회사(게스트하우스, 카페, 식당)를 준비하고 있고, 올 7월부터 서울시와 민관사업으로 제1기 <브라더스.쿨>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6개월 과정인 브라더스.쿨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교육부터 일자리, 주거, 창업까지 지원한다. 취약계층의 자립을 위해 애쓰고 있는 청년 사회적 기업가 신바다 대표를 만나 그의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들어봤다.

신바다 대표(왼쪽)와 카페 자리 서울역점 직원(오른쪽)

 - 직원이 몇 명인가? 회식한 번 하면 1차만 10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하던데.

30명 정도다. 직원들이 20대 초중반이고 나(34세)보다 한두 살 많은 직원이 2명 있다. 다른 회사는 안줏값이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우리 회사는 술값이 엄청 나온다.

-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중 소주병에 상추를 꽂아 놓은 사진이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술을 좋아한다. 직원들 쉬는 날에 종종 낮술도 마시곤 한다. 사회적 기업가 중 가장 잘 마시는 듯하다. 다른 사회적 기업가들은 직원에게 존댓말을 하고 격식을 차려 대지만 나는 동네 형처럼 대한다. 예의를 갖춰 대하거나 동네 형처럼 대하거나 회사를 나가는 직원은 비슷하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내 스타일대로 일하기로 했다. 직원들과 자주 술마시면서 스트레스 풀어주고 워크샵도 자주 가는 방식으로.

신바다 대표 페이스북 사진

- 카페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10년 전 다니던 직장이 홍대에 있었다. 집이 부천인데 부천과 홍대의 문화적 차이가 많이 났었다. 당시 카페사업 붐이 일어나던 시절이었다. 집안의 가장이라서 항상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고, 카페를 부천에 하면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2008년 12월에 사업자를 냈다.

- 개인 카페를 운영하다 사회적 기업으로 돌아선 계기는?

내가 운영하던 카페(음자리)가 당시 부천 명소였다. 2년 정도 운영하고 있는데 인천 카톨릭아동청소년재단에서 카페 만드는 일을 도와달라고 연락이 왔다. 인천 카톨릭아동청소년재단에서 운영하는 쉼터에서 가출청소년들이 운영하는 카페를 만드는 일이었다. 1호점을 내고 얼마 후 2호점을 내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도와주다가 2호점은 직접 투자하고 직접 운영했다. 매장이 인천 아트플랫폼에 있었는데 드라마 '학교' 촬영지이기도 하다. 배용준도 촬영했던 곳이라 일본 관광객들도 몰려오고 장사가 잘 됐다.

쉼터 청소년을 채용해서 운영하니까, 당시 쉼터 소장님이 이런 게 사회적 기업이라고 알려주셨다. 2011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을 시작했고 내가 육성사업 1기다. 2011년 법인을 설립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 카페 매장이 9개, 베트남에도 자회사를 만들 예정으로 알고 있다. 사업을 어떻게 이렇게 잘하나?

베트남에는 게스트하우스, 카페, 식당을 운영하는 자회사를 만들고 있다. 사업을 잘한다기보다 전통적인 사회적 기업 방식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빚지는 거 무서워하지 않는다. 매달 월급 줄 때마다 힘들고 빚도 갚아나가야 하지만 재미나고 즐겁게 한다.

- 뭐가 재미나고 즐겁나?

감정상으로는 힘들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지만, 이런 기회 자체가 감사하다. 어릴 적부터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고 싶었다. 선한 영향력.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향력이 더 커지니까 보람차고 재미있다.

-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나?

계속 그랬던 것 같다. 원래 애들은 자신이 다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사회에 부딪히고 ‘나는 그냥 부속품 같은 인간 중의 하나구나’라는 슬픈 현실을 깨달아가면서 어른이 되는데, 나는 그게 덜 한 것 같다. 17살 때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학교를 그만뒀다.

- 학교가 마음에 안 들었나?

그런 것도 있고, 편모가정이고 저소득층이고 5살 어린 동생이 있어서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다. 음식배달도 많이 하고 퀵서비스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집안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집안 경제에 도움이 되려고 학교까지 그만뒀지만, 내 마음대로 쓰고 자유롭고 재미있게 살았다.

- 그때 다르게 살면서 깨달은 점은?

다 좋았다. 자유롭고 재밌었는데 단 하나가 힘들었다. 편견. 사회적 편견이 가장 힘들었다. 청소년 시절에는 또래가 가장 소중한데, 친구 부모님이 “제랑 놀지마!”이런 말을 하면 큰 상처를 받는다.

사회적 기업가는 미션이 내재화돼 있으면 좋다. 미혼모가 미혼모 문제를 해결하면 좋고, 내가 탈학교 청소년, 편모가정, 저소득층이었으니까 이런 쪽 문제를 해결하면 좋다. 동질감이 있고 내 삶이기도 하고 내 문제를 내가 해결하고 있으니까. 그런 미션이 내재화 돼 있으니 사회적 기업가로는 좋은 스펙이라 생각한다. 미션과 비즈니스적 감각이 만나서 사회적 기업을 하는 거다.

- 취약계층과 일하기 어렵지 않나?

위기청소년, 보육원 퇴소 아이들도 많이 만나고 채용도 하는데, 사실 취약계층 친구들하고 일하기는 무척 힘들다. 무단결근, 무단지각하는 애들이 많다. 밖에서 봤을 때는 취약계층 1명 채용하는 거로 보이지만, 취약계층 한 명을 채용하려면 2~3명의 인건비가 든다고 생각해야 한다. 관리하는 인력, 대체인력, 같이 일하는 동료가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 등.

여자애들은 철이 일찍 든다. 남자애들은 많은 노력과 헌신을 해도 삐뚤어지거나 튕겨 나가는 경우가 많다. 7년째 이 사업을 하고 있는데 1년 이상 버티는 남자애들이 거의 없다. 아무리 좋은 조건(주거제공, 월급 175만원)을 제공해도 남자애들은 못 버틴다. 여자애들은 성실하게 일해서 대학을 가거나 결혼도 하는데 남자애들은 계속 사고치고 도박하고 범죄를 저지른다.

- ‘도루묵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 것 같다.

다행히 2년, 3년 연차가 쌓이면서 중간관리자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친구들이 지금 그런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 열정과 에너지를 다 쏟았는데 다음날 떠나버리거나 더 큰 사고를 치면 얼마나 허무하고 지치겠나. 그럼 이렇게 얘기한다. 한 달이든 단 하루든 그 아이가 안정되게 쉴 수 있었다면, 의미 없는 일을 한 게 아니다.

몬드라곤 파고르가 망했다고?..그동안 걸어온 길 함께 평가해야 정당한 것 아닐까...'임팩트 투자' 활성화 필요...사회적 대기업 등장해야 

몬드라곤 파고르가 망했다고 비난하는 경제학자들이 많은데, 망하기 전 20년의 세월이 있었다. 내가 이 사업을 10년, 20년 동안 하다가 망했다고 해서 그동안 의미 없는 일을 한 건 아니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는 망한 회사가 되겠지만 사회적으로 봤을 때는 망한 게 아니다. 20년 동안 우리를 거쳐 갔던 아이들이 있고, 그 아이들에게 작든 크든 의미가 있다. 직원과 중간관리자에게 숭고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계속 이야기한다. 나는 대표니까 스스로 해야 한다.

- (웃음) 그래서 페이스북에 “삶이 뭡니까? 선배님들” “당신에게 삶이란?” 이런 질문을 던지시나 보다.

다 뒤지셨나 보다. 사실 스스로에게도 많이 하는 질문이다. 삶은 고행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자는 시간 외 ‘업’이 있어야 하고,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삶 자체가 고행인데 직장에서 행복하지 않으면 더 불행해진다. 최소한 직장에서만큼은 삶의 의미를 찾아야한다. ‘나는 이 일을 왜 하는가?’라는 미션을 스스로에게도 계속 질문하고, 직원과 교육생에게도 계속 생각하라고 한다. 막살든 열심히 살든 뭘 해도 좋지만 ‘왜 하려는가? 이게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이게 없어지면 삶은 진짜 고행이고 지옥이다.

- “당신은 위기청소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편견이나 시선에 대한 질문이다. 편견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없앨 수는 없다. 물이 반 정도 차 있는 물잔을 보면서 ‘반밖에 없는 것으로 볼 것이냐, 반이나 있는 것으로 볼 것이냐’는 인식의 차이다. 나는 이 친구들이 훌륭한 기업가가 될 거라는 편견이 있다. 내가 사회적 규범이나 규칙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고 창의적이다.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은 기업을 잘 할 수 있는 자질이 있다. 근태가 잘 훈련된다면 좋은 기업가가 될 거로 생각한다. “쟤는 나쁜 놈일 거야, 나쁜 놈일 거야”라고 하면 걔는 억울해서라도 나쁜 놈이 된다. “좋은 놈일 거야, 좋은 놈일 거야” 그러면 나쁜 놈인데도 ‘내가 착해져야 하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좋은 쪽 편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카페 '자리' 서울역점

- 멋진 편견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려면 자금이 많이 필요할 텐데 임팩트 투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까지 했던 임팩트 투자는 제대로 된 임팩트 투자가 아니다. 금액도 너무 적고 경제적 가치만 환산할 뿐 사회적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기존 금융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 어떤 게 제대로 된 임팩트 투자인가?

사회적 가치를 정말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자리(주)의 신바다를 봤을 때, 점포 9개 있는 카페 사장이 아니라 30명의 삶이 녹아있고 노하우가 있는 사람으로 봐야 한다. 그런 점이 평가에 반영이 안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청소년이 우리 회사에 몇 달 와있는 동안 범죄를 끊었다 치자. 실제로 보호관찰 받는 애들이 많이 왔다 가기도 한다. 그 아이가 만약 범죄를 안 끊었다면 살인이나 강력범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그랬다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고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발생한다. 여기 있는 동안 범죄발생을 몇 개월이라도 억제시켰으니 그것에 대한 가치를 측정해야 하는데 현재는 측정하지 못 한다.

- 그런 사회적 가치가 측정되고 평가해야 하는데...선진국은 어떤가?

사회적 경제 선진국은 사회적 가치 평가가 잘 발달돼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경제가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사회적 가치 평가가 앞으로 더 발달하리라 기대한다.

- 임팩트 투자가 활성화되면 도움이 되나?

당연히 사업하기에 편해진다. 규모도 커질 수 있고 기회도 많아지고 청년들이 더 많이 도전할 거다. 사회적 기업을 넘어 사회적 대기업이 나와야 한다. 올 7월 민관사업으로 처음 시작한 ‘브라더스.쿨’을 통해 두 개 정도 자회사를 만들 예정이다. ‘브라더스.쿨’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교육, 일자리, 주거제공, 창업까지 해주는 프로젝트다. 창업비용도 전액 지원한다. 올해 10명 모집해서 자회사 두 개를 만들 예정이지만, 내년에 20~30명을 교육한다면 자회사 5개 정도 만들 수 있다. 해마다 점점 늘려나가다 보면 5년 안에 자회사 50개 정도는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40~50대가 20~30대를 바라볼 때 흔히 20년 차이 난다고 생각한다. 인식의 변화 속도를 생각하면 20년이 아니라 200년 차이 난다고 생각해야 한다. 기성세대와 완전히 다른 종이라고 생각해야 꼰대 소리를 듣지 않는다. 10년 정도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인데, 전통적 방식으로 직원 관계를 유지하는 건 어렵다. 자회사를 많이 만들어서 리스크 관리와 행정지원은 본사가 맡고,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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