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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스(XES), 사회연대경제는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가
  • 이주희(SAPENet지원센터 국제팀)
  • 승인 2019.11.0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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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경제박람회(FESC). 카탈루냐 지역의 사회연대경제 조직 대부분이 이 박람회에 참가하고 있다.

스페인의 사회연대경제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곳은 빌바오 시 근교이자 세계 최대의 노동자협동조합(몬드라곤 협동조합)이 위치한 몬드라곤이다. 스페인 북동부에 위치한 카탈루냐 주 역시 아직 크게 알려져 있지는 않을 뿐, 협동조합과 사회연대경제 운동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카탈루냐에 등록된 협동조합은 총 4,125개로 이 중 3,000여 개가 노동자협동조합이며, 사회적경제의 고용은 총 8%를 차지한다. 이 지역의 사회연대경제는 주로 노동자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전통적 기업을 근로자가 인수하거나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활동가들이 주도했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청년층에서는 높은 실업률에 대한 대응으로서 영향을 받았으며, 2015년 법적으로 2인 이상이면 노동자협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게 되어 성장 속도가 증가했다.

아이쿱(iCOOP)생협은 지난 10월 유럽활동가연수로 바르셀로나 시와 근교의 사회연대경제를 탐방했다.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에는 생각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사회연대경제가 존재했다. 1968년 설립된 학용품 공동구매 생협인 아바쿠스(Abacus), 주택협동조합, 공정무역노동자협동조합인 알터너티바3(Alternativa3), 학교협동조합, 돌봄과 의료협동조합인 SUARA와 COS,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포괄기업(스페인의 사회적기업 형태로 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일정 기간의 교육이나 훈련을 제공하고 타 기업에 취업시키는 방식), 사회적공헌 사업을 전개하는 재단 등 다양한 조직들이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 쉐스가 위치한 건물 안에는 다양한 조직이 상주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조직들을 느슨하게 묶고 있는 것이 사회연대경제네트워크 쉐스(XES, 카탈루냐연대경제네트워크)다. 쉐스는 남미 협동조합과 사회연대경제에 영감을 얻어 17년 전 설립한 조직으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노동자협동조합 및 종업원 지주회사 등 400여 개 단체가 속해 있으며, 카탈루냐 지역의 사회연대경제를 대변하면서 스페인 전국 사회연대경제 네트워크의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물론 스페인은 주별로 자치적으로 운영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각자의 지향점이나 결정은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

쉐스는 스페인의 사회연대경제에서 가장 변화를 추구하고 모범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간 2~3회 총회를 진행하는 등 스페인 내에서 제일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매년 사회연대경제박람회(FESC)를 개최해 다른 사회연대경제 조직에 귀감을 제공하고 있다.

쉐스가 제시하는 사회연대경제 15가지 기준

쉐스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로비활동, 주제별 위원회 운영, 회원조직 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으로 사회연대경제에 부합하는 15가지 기준을 설정해 회원조직에 전파하고 있는데, 그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①내부 조직의 민주주의 ②개인의 일과 삶을 조화롭게 하는 개인 계발 ③페미니스트 관점 ④근무조건 ⑤공정거래 ⑥상호협력 ⑦무료 및 공개 라이센스 ⑧투명성 ⑨윤리적 금융 사용 등의 재무관리 ⑩인종·성별·민족 등에 따른 배제를 금지하는 사회적 응집력 ⑪자본주의 대안을 건설하는 사회변혁 ⑫지역에의 거점 ⑬환경적 지속가능성 ⑭폐기물 관리 ⑮재생에너지 사용·에너지 절약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은 '민주적 운영'이다.

▲ 쉐스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빌라노바 이 라 젤트루(Vilanova i la Geltr) 마을의 지역주민자원봉사단체 Eco3vng(economic, local ecological ecosystem)의 점수표 및 소개. 빌라노바 이 라 젤트루는 지역통화를 통한 전환마을을 만들고 있는 곳이다.

예를 들어 페미니스트 항목의 경우, 내부 회의에서 성차별적인 발언이나 조직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성비를 파악하고, 어떠한 업체와 상호협력 하는지를 살펴보는 항목이다. 각 회원조직은 매년 기준별 평가 결과를 공개해야 하며, 이에 따라 지난해 400여 개 단체 중 약 70%가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쉐스 담당자는 자원봉사자들이나 은퇴자들로 구성된 단체들은 답변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실질적으로 15개 기준을 모두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중 10개 기준을 충족하고 항목별로 중상위 점수(5점 만점)를 얻으면 회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회원조직은 쉐스 홈페이지의 Pam A Pam('점진적으로'라는 뜻) 카탈루냐 사회연대경제 지도에 각 항목 점수와 함께 표시된다.

▲ 쉐스가 위치한 건물 안에는 다양한 조직이 상주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쉐스는 어떻게 카탈루냐 사회연대경제의 구심점이 됐나

쉐스의 사회연대경제 기준 만들기 작업은 회원조직들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Koinós Intèrprets i Traductors SCCL 번역협동조합에 따르면 쉐스는 매년 회원조직들이 제출하는 보고서에 대한 피드백과 회원 자격 유지 여부를 알려주는데, 이때 각 회원조직에 협동조합 운영에 있어 개선할 점을 함께 알려주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카탈루냐 농업 발전을 목표로 교육과 훈련, 베이커리, 연구사업 등을 펼치는 라레스타(L’aresta) 노동자협동조합은 쉐스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합원 6명과 비조합원 6명으로 이루어진 이 협동조합은 쉐스에 매년 200유로의 회비를 내고 있는데, 규모가 작기 때문에 포스터나 팸플릿 제작 시 비용 지원을 받거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단체 등을 섭외할 때 쉐스의 이름을 빌린다고 한다. 더불어 쉐스의 정치적인 로비 활동으로 이전에는 없었던 정부의 예산이 늘고 있다면서, 쉐스가 크고 작은 조직들을 대상으로 균형 있는 지원을 하는 점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쉐스가 위치한 건물 안에는 다양한 조직이 상주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쉐스가 이러한 역할을 주도하는 것은 협동조합 등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부족하고 많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쉐스는 사회연대경제의 확장을 위해서 최대한 많은 회원 단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지만, 평가 과정에서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 역시 쉐스의 평가 기준이나 사회연대경제 지도를 보고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해당 기준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쉐스는 영향력 있는 단체로서 매년 예산 등의 문제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시 공무원이 방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르셀로나 정부도 4년에 한 번씩 시장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따라 지원체계가 변하는 등 아직까지 개선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따라서 2019년 5월에 있었던 시장 선거에 후보자와 지방 정부, 경제민주화와 협력, 생태적 전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회연대경제 강화를 추진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제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1. 새로운 경제 매트릭스의 촉진에는 모든 사회경제적 변화를 도모하는 구성원의 힘 필요

2. 지역의 사회경제적 변혁에는 이를 실현하는 수단 필요

3. 커뮤니티 비즈니스 추진을 위한 공간

4. 협동조합 및 지역의 공유재산(커먼즈) 관리

5. 사회경제적 변화를 보장하기 위한 문화 및 교육 면에서의 변혁에 대한 장기적 노력

6. 새로운 사회적 경제 이니셔티브의 평가, 인재육성 및 팔로우업

7. 윤리은행이라는 종합적 시스템을 통한 금융에의 접근 촉진 및 지역융자의 추진

8. 사례 간 협동, 지역의 사회적 시장 및 책임 있는 소비를 지원

9. 사회연대경제는 행정의 요구를 포함한 사회적 요구 전체에 대응할 필요가 있음

10. 기업의 회복 및 해당 사업의 강조

11. 공공서비스의 공공화 및 협동조합화

12. 식량, 에너지 및 거주에 대한 주권

13. 지식사회를 민주화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관리공간으로 디지털 공동공간을 인식하고 플랫폼협동운동을 촉진할 필요 있음

14. 지자체의 사회적경제 변혁에 관한 보고서 작성 필요

15. 경제의 페미니스트형 변혁

스페인의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은 쉐스를 중심으로 각자의 독립성이나 이념을 중시하는 동시에 필요시에는 협력을 하는 등, 느슨하지만 엄격한 기준을 준수하며 상호 연결된 촘촘한 관계망을 구축하고 있다. 방문하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연대경제 조직들마다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협력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돌봄협동조합인 SUARA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인복지시설, 청소년 센터, 노숙자들을 위한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인식 제고를 위해 여러 협동조합과 사회연대경제 조직들과 함께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하기도 했다. SUARA 담당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어떤 사업이라도 고민할 것이며, 협력단체는 협동조합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하게 수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반에는 쉐스라는 사회연대경제네트워크가 있으며, 쉐스는 함께 추구하는 15개 기준이라는 지향점을 가지고 사회연대경제의 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주희(SAPENet지원센터 국제팀)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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