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시뮬레이션 활용…임상실습 개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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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R) 시뮬레이션 활용…임상실습 개선한다
  • 2023.06.28 14:37
  • by 김지민, 우민영, 증홍우 대학생 기자

대한민국 미래 사회의 주역인 대학생은 우리 사회의 문제와 현상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라이프인은 대학생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회혁신 고민을 살펴보기 위해 한양대학교 '사회혁신을 위한 미디어의 이해' 과목을 수강한 대학생들이 발로 뛰며 만들어 낸 결과물을 소개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차별 없는 고용문화 조성 ▲VR(가상현실)을 활용한 디지털 케어 ▲VR(가상현실)을 활용한 임상실습 교육 ▲친환경 교통수단 활성화 등 청년의 시선으로 본 사회혁신 관련 기사를 총 4회에 걸쳐 게재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청년들의 고민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


임상실습은 전문적인 의료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목이다. 충분한 임상실습을 거쳐야 의료 현장에 투입되어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그러나 임상실습은 예비 의료진들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주는 과목 중 하나이다. 정신적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환경에서 장기간 교육이 진행되며 환자를 직접 마주하기 때문이다. 최근 임상실습 교육에 가상현실(VR) 시뮬레이션이 도입되고 있다. VR 시뮬레이션 교육이 기존 의료 임상실습 교육의 혁신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 국내 의료 임상실습 교육의 현주소

의학 교육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으로 나눌 수 있으며, 임상의학은 이론 교육과 실습으로 다시 나눌 수 있다. 임상실습은 예비 의료진이 환자를 대하는 기본 수기를 익히는 교육으로서 치료를 위한 진단, 수술, 예후 관리, 질병 예방을 위한 활동 등을 포함한다. 따라서 예비 의료진에게 임상실습은 의료진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제1차 의대협 실습 실태조사(2018). 의과대학이 임상실습 과정부터 의식주 문제를 비롯한 학생들의 기본적인 복지와 인권 문제에 관심이 낮음을 보여준다.
▲ 제1차 의대협 실습 실태조사(2018). 의과대학이 임상실습 과정부터 의식주 문제를 비롯한 학생들의 기본적인 복지와 인권 문제에 관심이 낮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임상의학 교육은 여러 한계점이 존재한다. 우선,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임상실습 시간은 많지만 실습을 진행할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상실습이 진행되는 병원은 교육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아니다 보니 병원 내에서 교육을 위해 배치되는 인력이 부족하거나, 관련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기 어렵다. 사실상 예비 의료진들은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처럼 열악한 실습 환경 속에서 시간만 채우기에 급급한 현재 실습 교육의 실효성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두 번째로 임상실습 교육은 비용 및 안전상의 이유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론 교육에 비해 실습 교육은 더 큰 비용이 필요하다. 또한 실습 교육은 예비 의료진의 안전과 더불어 실습 대상이 되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환자들 처지에서도 아직 전문적인 의료진이 아닌 실습생의 실습 대상이 되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세 번째로 실습 교육은 감염병 유행과 같은 특수 상황에서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람의 생명에 위협이 되는 특수 상황이 발생하면 예비 의료진들의 교육에 정체가 생긴다. 특히 지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팬데믹 사태 때, 의과대학 및 간호대학은 실습 병원을 구하지 못하는 비상 상황을 겪었다. 실습 시간을 이수하지 못하면 국가시험 응시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한 사태에서도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다.

네 번째로, 임상실습이 예비 의료진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예비 의료진들은 실습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경험한다. 미숙한 수행능력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이론 학습을 곧바로 실제 상황에 적용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존재한다. 또한 이론과 현장의 괴리감, 자존감 하락, 병원 내 폭언 및 폭행 목격 등 다양한 요인들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예비 의료진의 비율이 낮지 않다.  

이 밖에도 ▲ 실습 가능한 종합 병원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지방 학생들이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 ▲ 실습이 미흡한 상태에서 의료 현장에 투입되어 환자와 갈등을 겪거나 의료진 내 괴롭힘이 발생한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 VR 시뮬레이션과 의료 교육의 시너지… 그 효과는?

실습 교육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예비 의료진들은 의료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응급한 상황에서 적절한 판단 능력과 대처 능력을 숙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할 방안으로 기대되는 것이 가상현실(VR) 시뮬레이션 교육이다. 

VR 시뮬레이션 교육은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과 예비 의료진들에게 기존의 임상 교육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팬데믹을 계기로 VR 시뮬레이션 교육은 의과대학 및 간호대학에 활발하게 도입됐다. 

의료 VR 시뮬레이션 교육의 핵심은 실제 임상 상황을 가상 현실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하여 예비 의료진들이 진단부터 치료까지의 과정을 시행해 보는 것이다. 의료진 및 예비 의료진들은 VR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용과 법적·윤리적 제약은 물론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무제한으로 실습을 진행할 수 있다. 예비 의료진들은 해당 술기를 충분히 익힐 때까지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 기존 한계점으로 지적된 실습 환경의 부족, 실습 횟수 제한이라는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VR 시뮬레이션 교육은 실제 임상실습에 비해 비용과 접근성 측면에서도 합리적이고, 개인 맞춤형 학습 경험 제공이 가능하다. 또한 가상현실이라는 점에서 실제 환자와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예비 의료진들은 학습과정에서 느끼는 심리적 부담과 실습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예비 의료진들은 실제 환자를 만나기 전 VR 시뮬레이션을 반복하여 심리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사전 VR 시뮬레이션 교육으로 예비 의료진들은 실습 환경에 대한 경험을 체화하고, 실제 실습에 임하여 교육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 의료 VR 시뮬레이션 관련 국내 기업 현황

세계적으로 의료 VR 시뮬레이션 개발은 활발히 진행되는 추세이다. 국내에도 의료 VR 시뮬레이션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이 많이 존재한다. 맞춤형 수술 솔루션을 개발하는 애미메디솔루션, 서지컬 마인드 등이 있다. 그중 의료 교육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뉴베이스(NEWBASE)가 있다. 뉴베이스는 가상현실(VR) 의료 시뮬레이션 플랫폼 기업으로, 현재 '메디크루'라는 플랫폼으로 모바일 및 VR 교육 콘텐츠를 출시하고 있다. 실습이 어려운 예비 의료진들에게 효과적인 VR 실습 교육을 제공하고, 경제적 의료 환경 불균형 개선을 기업 이념으로 가지고 있다. 

현재 뉴베이스는 국내 병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문적인 교육 콘텐츠를 출시하고 있다. 뉴베이스는 지난 4월 새로운 ACLS(Advanced Cardiovascular Life Support) 교육 콘텐츠를 아산병원과 협업을 통해 출시했다. ACLS 교육 콘텐츠는 심폐 소생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으로 아산병원의 심장외과팀이 협업에 참여했다. 또한 5월 10일에는 호흡기 감염병 대응 시뮬레이션 교육 콘텐츠 개발을 위해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호흡기 감염병 대응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해당 교육 콘텐츠의 출시가 기대되고 있다. 

뉴베이스 박선영 대표는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의료인 실습 교육은 수련 단계에서부터 복잡한 과정을 반복·숙달하게 되어 있다"라며 "디지털을 활용하면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누수를 잡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교육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의료인 교육을 미래지향적으로 설계·연구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 뉴베이스의 ACLS 교육 콘텐츠 한 장면. 의료진은 아래 지시사항(자막)을 수행하며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뉴베이스 유튜브
▲ 뉴베이스의 ACLS 교육 콘텐츠 한 장면. 의료진은 아래 지시사항(자막)을 수행하며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뉴베이스 유튜브

 

■ 국내 VR 시뮬레이션 의료 교육 현황

국내 의과대학과 간호대학의 교육 현장에 VR 시뮬레이션이 도입되어 활용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처음으로 의대 커리큘럼에 VR을 적용한 실습교육을 도입했다. 

의료 교육 과정에서 VR 시뮬레이션이 주로 도입되는 과목은 해부학 실습이다.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카데바 실습에 더하여 메타버스 해부학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기증받은 카데바는 교과서 상 신체 구조와 다른 부분이 존재할 수 있어, 교육 진행 시 일반적인 신체 구조를 보여주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VR 학습을 통해 해부 부위를 미리 연습하고, 기증받은 카데바로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몰입감 있게 인체의 위치 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여러 시뮬레이션으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서울대 의대에 이어 경희대 의대 또한 해부학 실습에서 카데바 실습과 VR 장비를 이용한 메타버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다수의 학생은 반복 학습이 가능하고 여러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해당 교육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화의대, 제주의대를 비롯한 많은 의과 대학들이 현재 임상실습의 시공간적 한계를 벗어나는 VR 교육을 도입하고 있다. 

병원에도 VR 시뮬레이션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지난 1월 분당 서울대 병원은 VR 시뮬레이션 교육이 가능한 SMART 시뮬레이션센터를 개소했다. 연세 사랑병원은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무릎 인공관절 수술 분야 VR을 개발했고, 한림대성심병원은 VR과 메타버스를 활용해 신규 간호사를 교육하고 있다. 의료진들의 교육 외에도 환자를 위한 VR도 등장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힐링유VR'을 출시해 병원 생활에 지친 환자들이 VR을 통해 해외 관광명소나 놀이공원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삼성서울 암병원은 수술 설명에 대한 환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VR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들은 VR을 통해 수술 부위 절제 등에 대한 여러 시뮬레이션을 볼 수 있다. 

■ VR 시뮬레이션 교육, 앞으로의 과제

업계 관계자 말에 따르면 개발사 관점에서 의료 교육 VR 시뮬레이션 사업은 작은 크기의 시장에 비해 개발 기간은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로 인식된다. 또한 콘텐츠 특성상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어 기업체와 병원, 학교 등 광범위한 협업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양한 임상 상황을 포괄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최형진 교수는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콘텐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모두 중요하다. 이 세 가지가 골고루 발전해야 하는데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에 비하면 콘텐츠는 그렇게 발전하지 못했다"라며 "의대 교육에서 메타버스를 더 확대시키기 위해선 이전의 교육으로 해결되지 못한 빈틈을 찾아내야 한다"라고 했다.

또한 VR 교육이 어느 정도 사실감을 제공할 수 있지만 실제 임상 환경의 복잡한 사례를 완전히 보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임상의 다양성을 기술적으로 충분히 구현할 것이 요구된다.

이외에도 예비 의료진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의사소통 및 협력 기술을 어떻게 VR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병원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VR 시뮬레이션 교육은 많은 잠재력을 가진 분야지만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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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 우민영, 증홍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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