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공연, 관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예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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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공연, 관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예술이죠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 최나겸 이사장 인터뷰 및 서울거리아티스트(코튼캔디맨, 하얀비, 겸) 인터뷰
  • 2022.11.01 12:20
  • by 노윤정 기자
▲ 어쿠스틱 발라드 팀 '지그'(GIG)의 리더 '하얀비'. ⓒ라이프인
▲ 어쿠스틱 발라드 팀 '지그'(GIG)의 리더 '하얀비'. ⓒ라이프인

늦가을 길목에 들어선 계절의 거리. 해가 짧아지는 계절인지라 이른 저녁 시간임에도 조명이 환하게 켜지고, 아티스트들은 무대를 준비하며 장비를 점검한다. 그 모습에 주말 밤 서울 홍대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두꺼운 외투를 입지 않으면 절로 몸이 움츠러들 만큼 바깥 공기가 제법 차가웠지만, 야외에 열을 지어 놓인 의자는 금세 하나둘 채워졌다. 잠시 후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되고, 마임과 연주, 노래 공연이 이어지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잠시간 무대 앞에 머무른다.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이 공연은 서울 마포구가 후원하고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이 주최하는 '홍대 버스커 버디 페스타(Busker Buddy Festa)'다. 거리공연 예술가를 의미하는 '버스커'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서울 한강 일대나 청계천, 홍대 거리에서 거리공연을 하는 버스커를 만나는 일도 이제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홍대 버스커 버디 페스타'는 바로 그 거리공연 예술가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행사로 2015년 처음 개최됐다.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은 이처럼 버스킹 행사를 비롯한 각종 공연을 기획하고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오디션을 실시하여 '서울거리아티스트'를 선발한다. 현재 활동하는 서울거리아티스트 선발팀은 250여 팀. 그들은 조합이 기획하고 참여하는 공연을 통해 무대 기회를 보장 받는다. 그리고 최나겸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 이사장은 벌써 9년째 가수들이 더 멋진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홍대축제거리에서 '버스커 버디 페스타'가 열렸던 날, 최 이사장과 버스커들을 만나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공연이 좋아서 시작한 협동조합, 멋진 무대 만들 때 행복해"

▲ 최나겸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 이사장. ⓒ라이프인
▲ 최나겸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 이사장. ⓒ라이프인

나겸밴드 보컬로서 본인 역시 무대에 서는 가수이기도 한 최 이사장은 2009년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오디션에 합격하여 '서울거리아티스트'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2012년 서울문화재단의 사업이 종료되면서 서울거리아티스트 활동도 끝이 났다. 그때 재단이 제안한 것이 바로 협동조합 설립. 당시는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전후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였다.

"협동조합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다. 그런데 재단에서 협동조합을 어떻게 설립하면 되는지 조언도 해주고, 나는 공연 기획에 자신이 있었고, 무엇보다 열의가 넘쳤다. 그래서 같이 서울거리아티스트 활동을 하던 사람들과 조합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지금까지 해왔다. 큰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공연이 좋아서 했다, 공연이 좋아서."(웃음)

그렇게 2013년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이후 조합은 매년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기 위해 오디션을 진행하는 한편, 아티스트들에게 다양한 공연 기회를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섭외 요청이 들어오면 공연에 어울리는 아티스트를 연결해 준다. 만약 드러머가 여성인 밴드를 원한다고 하면 그런 밴드를 연결해주기도 하고. 공연 프로그램 기획을 맡아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 우리가 직접 기획하고 주최하는 페스티벌에도 아티스트들이 최대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연이 중단되고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을 때도 활로를 찾기 위해 방법을 강구했다. 실외에서 진행하는 공연은 감염 위험이 낮으니 방역 수칙을 지키는 선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가기도 하고, 공연 장면을 촬영해서 온라인으로 송출하기도 했다.

"아예 공연을 할 수가 없으니까 나의 정체성에 의문이 드는 시기도 있었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계속 방법을 찾았고, 온라인으로 공연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안 하던 분야이다 보니까 음향 소스가 날아가는 등 고생도 많이 했다."

그렇게 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힘들던 시기가 2년 넘게 이어졌다. 최 이사장은 "그 시기 동안 수입은 없는데 고정비는 계속 나가다 보니 엄청 적자가 났다. 그래서 지금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열심히 일하자는 마음이다"고 말하며 웃었다. 지난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축제와 공연들이 다시 예년처럼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도 홍대 버스커 페스티벌, 낙산 비치 버스킹, 청계천 공연 등 다시 거리공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 최나겸 이사장.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은 2015년부터 서울 홍익대학교 일원에서 '홍대 버스커 버디 페스타(Busker Buddy Festa)'를 주최하고 있다. ⓒ라이프인
▲ 최나겸 이사장.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은 2015년부터 서울 홍익대학교 일원에서 '홍대 버스커 버디 페스타(Busker Buddy Festa)'를 주최하고 있다. ⓒ라이프인

최 이사장의 가장 큰 관심은 공연을 통해 조합의 이윤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무대를 만들고 그 무대 위에 아티스트들이 서는 것이다. 인터뷰하는 동안 최 이사장은 반복해서 '좋은 무대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거리공연이라도 조금 더 좋은 무대를 만들고 싶다. 아티스트들이 좋은 무대에 서길 바란다. 그래서 유명 아티스트를 섭외하여 거리공연 예술가들이 그들과 같은 무대에 서도록 하기도 하고, 아티스트가 빛날 수 있게 무대에 더 투자를 하려고 한다. 그렇게 공연이 빛나는 모습을 보면 돈을 못 벌어도 좋더라."

늦가을의 길목, 곧 겨울이 오면 추운 날씨를 피해 거리공연을 잠시 중단해야 한다. 거리공연을 예년처럼 진행한 지 반년 정도 된 상황에서 다시 공연을 중단하려면 최 이사장도 아티스트들도 아쉬울 수밖에 없을 듯했다. 최 이사장은 "오랜만에 아티스트들을 위한 무대를 만들 생각에 신나서 6월부터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달려왔다"고 토로하면서도 앞으로의 계획을 막힘없이 이야기했다.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이 전국적으로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거리공연 단체로서 공연 기회를 더 많이 찾을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가 거리공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실내 콘서트나 다른 행사들도 기획하려고 한다. 또, 겨울처럼 실외에서 공연하기 힘든 시기에는 아티스트들의 실내 공연과 인터뷰를 촬영해서 유튜브 콘텐츠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 버스커들이 '팀'으로 모였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 코튼캔디맨이 어린 관객과 함께 솜사탕 마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라이프인
▲ 코튼캔디맨이 어린 관객과 함께 솜사탕 마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라이프인

관객만 있다면 어디든 공연장이 될 수 있고, 관객과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는 공연. 거리공연의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는 서울거리아티스트들의 얼굴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힘든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솜사탕으로 마임 공연을 진행하는 코튼캔디맨은 솜사탕을 매개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체험형 공연을 만들고 있다. 공연을 계속해 오다가 지난 5년여 동안에는 솜사탕 장사를 했고, 공연과 솜사탕을 접목해 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서울거리아티스트협동조합과는 그때 만났다. "공연을 5~6년간 하지 않다가 다시 시작하려고 보니 (공연계와) 연결점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방법을 찾던 중 서울거리아티스트 오디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

그렇다면 '개인'으로 공연할 때와 '서울거리아티스트'라는 팀에 속해 공연할 때, 공연자로서 느끼는 차이가 있을까? 이에 대해 코튼캔디맨은 "우선 무대를 갖춰주니까 너무 편하다. 서울 홍대 같은 경우에는 공연 자리를 잡기도 엄청 힘든데, 단체가 그 역할을 대신해 주면 공연하는 입장에서는 든든하다. 그리고 개인이 정보를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단체로 정보를 공유해 주니까 참여할 수 있는 공연을 찾기도 쉽다"고 말했다.

어쿠스틱 발라드 팀 지그(GIG)의 리더인 하얀비도 비슷한 말을 전했다. 하얀비는 "조합에서 홍보를 해주니까 가끔 지자체에서 여는 지역공연에서 섭외 연락이 오기도 한다. 그리고 무대를 갖춰주니까 아무래도 편하다. 다른 팀들과 충돌할 일도 별로 없고. 우리 같은 아티스트들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에 한강 일대에서 버스킹 공연을 해 오다가, 관객 수는 더 적더라도 관객 가까이에서 집중도 있는 공연을 할 기회를 찾다가 서울거리아티스트 오디션에 참여했다고 부연했다.

▲ 인디 뮤지션 '겸'. ⓒ라이프인
▲ 인디 뮤지션 '겸'. ⓒ라이프인

이날 마지막 공연자로 무대에 섰던 겸(Gyum)은 거리공연 예술가들이 '서울거리아티스트'라는 팀으로 활동함으로써 "교류하고 소통하고 서로 지지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보도 얻을 수 있고, 다른 분들 무대를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 이렇게 조합에서 무대도 설치해 주니까 나 같은 무명 가수들에게는 감사한 일이다"라는 것.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이렇게 모여 있다는 것이 화합의 장 같은 느낌이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거리공연 예술가들이 말하는 "거리공연의 매력'

최나겸: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려 보면, 어떤 날에 무슨 옷을 입고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는 기억이 안 날 수 있는데, 어떤 공연을 봤는지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나는 2006년 서울에 놀러 왔다가 청계천에서 바이올린 거리공연을 봤던 그 순간을 아직까지 기억한다. 그렇게 우연한 기회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는 공연이 바로 거리공연 아닐까. 거리공연 문화가 활성화되면 시민들의 삶의 질도 굉장히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티스트 입장에서 봤을 때는 버스킹을 통해 자신을 알릴 수도 있다. 우리가 길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공연을 통해 아티스트의 팬이 되고, 그렇게 꾸준히 그 사람의 공연을 찾는다면 그는 더 좋은 환경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거리공연을 통해 시민과 아티스트 사이에 연결점이 생기고 선순환이 일어난다.

코튼캔디맨: 나는 버스킹을 할 때 아는 사람은 잘 초대하지 않는다. 거리공연은 정말 우연히 길 가다가 보는 재미가 있는 공연 아닌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길을 나섰다가 단 10분을 보더라도 '오늘 정말 좋은 공연을 봤다'고 생각할 수 있는 공연, 그것이 바로 버스킹 아닐까.

하얀비: 거리공연은 꼭 필요하다. 거리공연을 하는 예술가들이 잘 활동하고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도 갖춰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 '다양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돌 그룹의 음악과 무대도 있어야 하지만, 비주류 음악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수가 즐기는 음악이라도 외면당하면 안 되지 않나.
그리고 거리공연은 관객과 아티스트 사이의 '벽'이 무너진 공연이다. 공연장 안의 무대에 서 보면 조명을 켰을 때 관객들 표정이 잘 안 보인다. 그리고 관객들과 시선도 잘 맞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거리)에는 벽이 없다. 관객들 표정을 볼 수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그리고 나를 전혀 모르는 분들이 처음으로 내 노래를 듣고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기분 좋다.

겸: 거리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은 다른 공연의 현장감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야외 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그 현장감을 좋아하는 분들은 계속 우리 공연을 찾아준다. 그리고 거리공연이 더 활성화된다면 아티스트들도 더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할 것이고, 서로 협업하면서 양질의 문화가 만들어지도록 힘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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