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가 곧 대중가요다!"…국악과 현대음악의 크로스오버 밴드 '경성구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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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가 곧 대중가요다!"…국악과 현대음악의 크로스오버 밴드 '경성구락부'
'경성구락부' 전자건반 연주자 한승민 씨(리더 겸 PD)와 소리꾼 양진수 씨 인터뷰
  • 2022.10.28 13:00
  • by 이새벽 기자

케이팝(K-Pop)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케이팝이라고 하면 대부분 아이돌 중심의 음악을 먼저 떠올린다. 케이팝은 말 그대로 한국(Korea)의 대중가요(Pop)를 뜻한다. 그러나 한국인이 즐기는 대중음악에서 한민족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담은 국악은 그 안에 자리 잡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특정 장소 혹은 방송에서만 국악을 들을 수 있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 10월 국회문화극장으로 열린 공연, 경성구락부의 청년퓨전국악 동고동락(同古同樂)-전통음악과 함께하는 즐거움. ⓒ라이프인
▲ 10월 국회문화극장으로 열린 공연, 경성구락부의 청년퓨전국악 동고동락(同古同樂)-전통음악과 함께하는 즐거움. ⓒ라이프인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속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공연도 차츰 활기를 띠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10월 국회문화극장으로 '경성구락부의 청년퓨전국악 동고동락(同古同樂)-전통음악과 함께하는 즐거움'이라는 공연을 열고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로 국민을 초대했다. 

공연 무대에는 공연자들이 한복과 현대식 옷을 섞어 입고, 전자기타와 건반, 드럼 등 양악기와 해금, 거문고, 가야금, 태평소 등 국악기와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경쾌한 태평소 소리로 시작한 공연에서 남창(男唱)은 서도민요 '사설난봉가'를 구성지게 부르더니 대중가수 싸이의 곡 'New Face' 랩을 했다. 다양한 연령의 관객은 흥겨워하며 "얼씨구!", "좋다!" 등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폭넓은 음악을 선사한 음악 밴드 '경성구락부'의 리더 겸 PD인 전자건반 연주자 한승민 씨와 소리꾼 양진수 씨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와 음악관(音樂觀)에 대해 들어봤다.
 

Q. 경성구락부 밴드는 어떻게 결성됐나?

(한승민) '어린이'라는 호칭을 만든 소파(小派) 방정환 선생은 일제강점기 때 '경성청년구락부(京城靑年俱樂部)'라는 청년 단체를 만들었다. '신청년(新靑年)'이라는 문예잡지 간행, 음악회 및 연극 개최 등 청년을 문화로 계몽했다. 우리는 그 점에서 방정환 선생을 프로듀서로 여겼다. 그의 정신을 본받아 우리는 신진 국악인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대중 앞에 서고 싶으나 방법을 몰라 헤매는 국악인을 모아 밴드를 결성해 음악을 프로듀싱하고, 기업으로서 그들을 관리‧보호한다.  
음악활동 중 2018년에 소리꾼 양진수 씨를 처음 만났다. 실용음악 전공자들은 저작권법, 자작곡을 프로모션하는 방법 등 대중음악 시장에 진입하는 기본 요령에 대해 배우나 국악 전공자들의 상황은 달랐다. 민요가 곧 대중음악이라는 뜻인데 현실은 대중과 가깝지 못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예비 사회적기업 무아엔터테인먼트를 창업하고, 소리꾼 양진수를 주축으로 구성원을 더 모아 밴드를 결성했다.    

 

▲ 경성구락부의 태평소, 해금, 가야금, 거문고 등 국악기 연주자가 공연하는 모습. ⓒ라이프인
▲ 경성구락부의 태평소, 해금, 가야금, 거문고 등 국악기 연주자가 공연하는 모습. ⓒ라이프인

Q. 경성구락부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한승민)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신진국악인들이 음악시장에 적극적으로 들어가 음악활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대중음악시장과 국악시장의 벽을 허물어 국악시장의 범위 확장에 기여하고 싶다. 국악시장의 규모는 작은데 국악 전공자는 매년 수백 명씩 졸업하고 증가한다. 작은 규모의 시장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누가 더 근본 있나, 누가 더 전통인가'를 두고 경쟁하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시장 규모를 확대해야 이제 막 졸업한 신진 국악인들이 좀 더 음악세계를 펼칠 수 있고 국악이 대중에게 확산될 수 있다. 국악의 정통성 유지와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 원로 국악인들과 자신의 음악세계를 이제 막 펼치는 신진국악인들 모두 할 수 있는 일이 각각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신진국악인들의 음악활동을 돕는 것이 경성구락부의 소셜 미션이다. 

Q.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전통과 창작(혹은 퓨전) 중 무엇이 우선인가?

(양진수) 고유한 것과 퓨전(Fusion, 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것을 섞어 새롭게 만든 것.) 형태 중 어느 것을 먼저 듣고 나중에 접하느냐는 방법론의 차이고, 옳고 그름은 없다고 본다. 사람은 문화로 경험해볼 때 비로소 그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음악을 찾아서 들으라고 하는 것은 '강요'가 될 수 있다. 나는 국악 전공자지만 국악이 대중에게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국악에서 전통과 창작의 역할이 다르고 둘 다 많이 노출된다면 대중도 각자의 취향에 맞게 듣고 즐길 것이다. 국악이 대중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제공되면 좋겠다. 한 가지 덧붙여 말하자면, 요즘 많이 사용되는 '퓨전 국악'이라는 표현보다는 '국악과 현대음악의 크로스오버(Crossover, 장르가 서로 다른 음악의 형식을 혼합하여 만든 음악)'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Q. 경성구락부는 국악과 현대음악의 크로스오버를 많이 했다. 제일 실험적인 음악적 시도는 무엇이었나?

(한승민) 경기민요를 부르는 남창에게 발라드 창법으로 고음을 길게 지르라고 한 것이 가장 실험적이었다. 앉아서 연주하는 악기인 해금과 가야금, 거문고의 연주자도 무대 위에 일으켜 세웠다. 태평소 연주자에게 헤드뱅잉(Headbanging, 음악에 맞춰 머리를 격렬하게 흔드는 행위)을 시도하게 한 적도 있다.  
(양진수) 초반에는 한승민 씨가 다양한 시도를 제안할 때 "안 된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조금 뛰어보세요", "몸을 좀 흔들어보세요", "한복 앞섶을 풀어 헤치면 어때요? 코트처럼 입으면 예쁠 것 같은데!" 등 그의 제안이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계속된 회유와 채찍 속에서 나 스스로 '전통에서 어느 정도까지를 고수해야 하는가?' 또는 '나는 왜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는가?' 고민하게 됐다. 이제는 전보다 다양한 제안을 잘 받아들이고 시도한다.  

 

▲ (왼쪽부터) 한승민(총괄음악감독, 전자건반), 문세미(가야금), 김은경(태평소), 소윤선(해금), 양진수(소리꾼), 김기우(베이스),거문고(박소정), 이주영(드럼), 기타(박성진). ⓒ라이프인
▲ (왼쪽부터) 한승민(총괄음악감독, 전자건반), 문세미(가야금), 김은경(태평소), 소윤선(해금), 양진수(소리꾼), 김기우(베이스),거문고(박소정), 이주영(드럼), 기타(박성진). ⓒ라이프인

Q. 경성구락부가 지향하는 음악적 방향성과 목표는?

(한승민) 여러 가지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보여드리기 위해 한계를 두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축제 음악을 지향한다. 민요는 흥을 돋우기 위해 부르던 노래가 많다. 경성구락부 음악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국악을 다루기에 중장년층이 즐기기 좋고, 젊은 층의 취향에 맞게 편곡도 하기 때문이다. 경성청년구락부가 발행한 기관지 '신청년(新靑年)'을 차명해서 우리의 공연물을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그 공연에서 관객이 갈채를 보내고 앙코르를 외칠 때 제일 기분이 좋다. 
(양진수) 특히 우리 또래 혹은 우리와 전혀 관련성 없는 관객들이 우리 공연을 즐기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행복하다. 나는 현대에 살지만 과거에 있었다. 정장을 입을 때도 개화기 스타일로 입었다. 시대를 반영한 나의 가치관에서 어떠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자아 혹은 역사 중 어느 것을 수정해야 할 것 같은 위험성이 느껴졌다. 그러나 가치관을 미래에 둔다면 언제든지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추가할 수 있다는 유연한 생각을 하게 됐다. 음악관도 이와 같다.

소리꾼 양씨는 전래동요 속 어휘표현에 대한 설명, 국악에 대한 인터뷰, 한국문화예술에 대한 강의 등 국악 및 전통문화 관련 영상을 제작하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재했다. 그는 이에 대해 "국악을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알리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한국계 국제이주민에게 관심이 있다"며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 시대의 우리 음악인 민요를 함께 부를 수 있는 날을 그리며 국제 사회와 역사에 대해 더 공부하고 강연하여 국제이주민의 인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전통 예술인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라이프인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로 "힙합(HIphop)처럼 음악의 한 장르가 주류(主流)가 될 때는 단순히 음악이라기보다는 라이프스타일에 젖어 든 문화에서 비롯된다. 경성구락부는 국악을 다루는 기업에서 멈추지 않고 한국전통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일하고 싶다. 많은 사람이 양악(洋樂)의 장르는 알아도 궁중음악, 판소리 등 국악의 다양한 갈래는 모르고 하나로 뭉뚱그려 국악이라고 통칭한다. 대중이 국악에 더 관심을 갖고 알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하겠다"라며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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