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 나는 가락에 어깨춤을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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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 나는 가락에 어깨춤을 '얼쑤!'
'얼쑤 사회적협동조합' 이창숙 대표이사 인터뷰
  • 2022.10.28 10:00
  • by 정화령 기자

무더위와 폭우로 힘들었던 여름이 지나고 거리두기 완화 후 첫 가을을 맞이하여, 최근 트인 장소에서 공연을 접할 기회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문화 예술을 즐기지 못한 보상심리가 작용한 듯 관객의 호응도 높아졌다. 10월 26일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표한 '2022년 3분기 공연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공연시장은 비시즌 기간임에도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이 코로나19 도래 이전인 19년도 대비 증가 추이를 보였다. 19년도와 비교하여 공연 건수는 약 31%, 티켓 판매액은 102%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약진에도 불구하고 전통문화에 관한 관심은 높지 않다. 3분기 장르별 공연실적을 보면 국악은 총 286회 공연으로 전체의 7%이며, 티켓 판매액은 1%에 지나지 않는다. 예전보다는 높아진 수치이나 여전히 민속 예술에 대한 접근이 비교적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사회에 전통문화를 알리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는 팀이 있다. 발달장애전통문화예술단 '얼쑤'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2014년에 창단했다. 2007년에 발달장애청소년 전통놀이동아리로 시작하여 청소년 국악동아리를 거쳐 정식 예술단이 된 지 9년 차 팀이다. 국악경연대회나 장애인예술경연대회 등 많은 대회에서 수상하였고, ▲전통 예술 교육 ▲학교 직장 등 장애 인식개선 공연 ▲초청공연 및 자원공연 ▲지역사회 네트워크 사업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완성도 높은 예술 공연으로 발달장애인의 편견을 깨고, 국악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는 '얼쑤 사회적협동조합'의 이창숙 대표이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얼쑤사회적협동조합 공연모습. ⓒ라이프인
 ▲ 얼쑤사회적협동조합 공연모습. ⓒ라이프인

■ 얼쑤와 함께한 계기가 궁금하다

초등학교 때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이 사물놀이를 처음 배워 이제 26세가 되었다. 아들과 함께하며 지금은 얼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 처음부터 문화예술단 창단을 목표로 했는지?

처음에는 비장애인도 취미생활로 악기를 배우는 것처럼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도 취미로 악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시작했다. 하다 보니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잘하게 되었다. 그러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의 장벽에 부딪히다 예술단을 창단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 그렇다면 전통 공연의 매력은 무엇인가?

나는 전통문화와 예술에 문외한이었다. 처음 시작한 사물놀이에서 꽹과리가 너무 시끄러웠는데 이상하게도 점점 매력에 빠졌다. 연주를 들으면 신명 나고, 12분이나 되는 가락을 외워 다른 치배(농악대 악사, 잽이)와 호흡을 맞추는 게 신기했다. 발달장애인은 언어만이 아니라 표정이나 몸짓으로 타인과의 소통이 매우 제한적인데 사물놀이로 단원 간 소통이 가능했다. 상대가 천천히 치면 나도 천천히 치고 빨리 치면 빠르게 따라서 박자를 맞추는 노력이 신기했다. 자폐성 장애인이 무대에서 관객의 반응에 따라 변동적으로 연주한다는 게 대단하다 느꼈다. 

그렇게 선생님과 전통문화 예술가들이 함께하여 노래‧춤‧연기‧악기연주가 어우러진 종합예술 '마당극'을 하면서 단원들이 한층 성장하는 것을 보았다. 결국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몸에 배어 있는 흥과 신명이 어깨춤을 추게 만드는 것 같다.

 

 ⓒ라이프인
 ⓒ라이프인

■ 단원들도 많이 변하고 성장했을 것 같다

장애가 있으면 위축되고 자존감이 낮아지기 쉽다. 그런데 사물놀이를 배우며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걸 한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특히 공연무대에서 관객분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면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지도 선생님도 "무대에서 긴장하면 비장애인도 끼와 재능을 100% 발휘하기 어려운데, 얼쑤 단원들은 리허설 때 걱정스럽다가도 본 공연에서 스스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며 자신감이 넘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단원들이 관객과 공연자로 소통하면서 학교와 사회생활도 더 잘하게 된 부분이 있다. 박수와 응원의 힘인지, 얼쑤 단원들은 힘차고 당당하게 지낸다. 

 

■ 장애인 인식개선 공연도 많이 하는데, 관객의 현장 반응은?

학생을 대상으로 2015년부터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공연을 해왔다. 특히 유치원이나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마당극을 보고 어린이들이 마음에 드는 캐릭터에 다가와서 사진을 찍고 친근감을 표시한다. 여자 중학교에서는 분장실로 찾아와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한 적도 있다. '장애인식개선'이라는 용어를 흔히 사용하지만, 그보다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는 공연'이라 표현하고 싶다. 

2년 전부터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법정 의무 교육도 하고 있다. 첫해에 한 식당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하러 갔는데, 손님에 방해가 되니 빨리 끝냈으면 하는 반응이라 그냥 돌아오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고 끝까지 공연했는데,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사장님이 너무 잘 봤고 감동적이라며 용돈까지 챙겨준 일도 있었다. 그런 분들이 점점 늘면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에 불편하지 않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 목표나 롤모델이 있는가?

서양 악기나 합창을 하는 발달장애인 예술단은 많은데 전통문화 예술을 많은 인원이 하는 곳은 거의 없다. 장애 유형은 다르지만,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한빛오케스트라'처럼 성장하고 싶다. 문화 예술 분야 장애인 직업재활시설로 처음 인가받았고, 무형의 공연을 중증장애인생산품으로 인정받은 첫 사례이기도 하다.

 

■ 앞으로 '얼쑤'의 계획은?

얼쑤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인가 준비를 하고 있다. 완료되면 발달장애인이 공연예술로 인가받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단원 부모님들이 5천만 원씩 후원해서 토지를 구매했고, 2023년 그 위에 상설공연 가능한 공연장과 연습시설을 짓기 위해 설계를 마친 상황이다. 발달장애 청소년이나 그 가족에게 직업예술가로 성장해서 지속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본보기가 되어 다양한 직업군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장애인들이 사회와 분리되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찾아와 공연을 관람하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새 건물에는 상설공연장을 만들 예정이다. 지금은 단원들이 부모님과 함께 지내지만, 10년 안에 독립해서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게 얼쑤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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