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에서 창업으로 사회문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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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에서 창업으로 사회문제 해결한다
SOVAC 2022 '흔들어보자, 로컬!' 토론 세션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연구소 대표, 이창길 개항로프로젝트 대표, 김혜진 삶기술학교 공동체장, 한승헌 한국표준협회 위원, 윤여경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이찬슬 스픽스 대표, 신별 피노젠 대표 참여.
  • 2022.09.22 17:13
  • by 이새벽 기자
▲ SOVAC 2022 흔들어보자 로컬 토론 세션 진행모습. ⓒ라이프인
▲ SOVAC 2022 흔들어보자 로컬 토론 세션 진행모습. ⓒ라이프인

로컬에서의 사회적 가치 창출과 확산을 위해 지역 창업가, 청년 활동가, 중간지원조직이 한자리에 모였다. 20일 서울시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SOVAC 2022 행사에서 '흔들어보자, 로컬!'이라는 이름으로 토론 세션이 열렸다.  
 

▲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연구소 대표. ⓒ라이프인
▲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연구소 대표. ⓒ라이프인

사회를 맡은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연구소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로컬에 관한 관심이 커졌고, 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귀농·귀촌 유입인구 중 청년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경 대표는 로컬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은 ▲아이디어 ▲실천 ▲기회 ▲소셜 임팩트 등 남들과 다른 가치관을 지녔다며 이 특징의 소유자들로 세션에 참가하는 패널을 소개했다. 

▲ 한승헌 한국표준협회 위원. ⓒ라이프인
▲ 한승헌 한국표준협회 위원. ⓒ라이프인

제일 먼저 한승헌 한국표준협회 위원이 '로컬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 위원은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주시, 부안군, 여수시 등 전라도에서 도시재생사업 일을 해왔다. 2018년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됐던 매화 풍류마을 선도지역을 사례로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에 개선점을 지적했다. 당시 해당 지역에 상권 르네상스 사업, 청년 마을 만들기 사업, 농촌 중심지 활성화 사업 등 농림부, 중기부, 국토부, 행안부 총 4개 부처의 사업이 동시 진행되고 있었다. 한 도시를 살리려면 4개 부처의 유관 사업이 힘을 합쳐 전문가와 시민을 모아 의견을 듣고 나눠야 하는데 모두 각자의 구분된 영역만 생각하고 협력하지 않았다. "임기제 공무원이었던 나는 일을 그만두던 순간까지 너희 팀 일이 아닌데 왜 하냐는 말을 들었다"며 당시 느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위원은 "중간지원조직이 지금 시스템을 고수하면 로컬 생태계의 중심이 될 수 없다. 중간지원조직이 아니라 중추지원조직으로 레벨 업(Level-up)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 이창길 개항길프로젝트 대표와 개항로맥주 홍보물. ⓒ라이프인
▲ 이창길 개항길프로젝트 대표와 개항로맥주 홍보물. ⓒ라이프인

다음으로 이창길 개항로 프로젝트 대표가 '로컬 협업 그리고 넥스트'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이었다. 이 대표가 인천 개항로에서 로컬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크루를 모집하는 일이었다. 이 대표는 일이 잘되고 안 되는 이유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최소 자신과 5년 이상 알고 지낸 사람, 가치관이 잘 맞는 사람을 찾고 모아 크루를 꾸렸다. 크루와 함께 인천에서 건물을 매입하며 다양한 문화를 가진 업소를 차렸다. 여러 사업을 동시에 진행 중인 이 대표는 비결을 '다른 기업이 절대 베껴낼 수 없는 것, 시간과 철학'이라고 밝혔다. 오랜 시간 노포를 운영한 상인들의 시간과 철학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는 생각으로 노포 상인들과 관계를 맺고 협업했다. 노포상인의 내공에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하니 '올드앤뉴(Old and New)'라는 아이덴티티가 창조됐고 이에 MZ세대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60년 경력 전원공예사의 글씨로 개항로맥주에 로고를 새겼고, 한때 영화 간판 포스터를 그렸던 페인트가게 사장을 개항로맥주 모델로 섭외했다. 맥주 모델을 한 노포상인은 현재 유명 셀러브리티가 됐다. 그는 크루 멤버와 노포 상인어른들과의 협업을 사업 노하우로 전했다. 이 대표는 로컬 콘텐츠를 담은 K-브랜드 버라이어티쇼를 넷플릭스 등 OTT 매체에 실어 해외 송출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 김혜진 삶기술학교 공동체장. ⓒ라이프인
▲ 김혜진 삶기술학교 공동체장. ⓒ라이프인

이어서 김혜진 삶기술학교 공동체장은 지역특산물 제조기술을 가진 지역민과 창업을 희망한 청년들이 힘을 합친 이야기를 전했다. 4년 전, 김 공동체장은 서천군 한산면에 우연히 방문했다. 젊은 청년이 와서 돌아다니는 것이 신기했던 노인들은 특산물인 소곡주를 무료로 대접했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에 자원이 굉장히 많다는 말을 해줬다. 도시에서 창업하며 각박한 사회구조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던 김 공동체장은 그 말을 귀담아들었다. 당시 개발자, 기획자, 경영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 창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한산면에서 해볼까 고민하게 됐다. 그 아이디어로 청년 마을 만들기 사업에 도전했고, 사업에 선정돼 삶기술학교를 차렸다. 10년 동안 비어있던 한산 향교 복도 한 켠을 사무실로 사용했고, 도시에서 온 청년들과 마을 주민들의 기술을 합쳐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청년들은 지역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험했다. 그중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았던  전통주 한산 소곡주를 20~30대 청년을 타겟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1500년의 역사를 가진 소곡주는 일오백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고 작년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3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김 공동체장은 "청년이 지역주민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하지 못했던 일을 창조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기에 삶기술학교가 지금까지 운영될 수 있었다. 마을 전체가 벤처기업이 돼서 주민과 청년 모두가 함께 먹고 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 명의 패널이 발표를 마친 후, 다른 세 명의 패널이 등장해 각자 로컬에서의 활동 및 사업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 (왼쪽부터)신별 피노젠 대표, 윤여경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이찬슬 스픽스 대표. ⓒ라이프인
▲ (왼쪽부터)신별 피노젠 대표, 윤여경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이찬슬 스픽스 대표. ⓒ라이프인

신별 피노젠 대표는 70%가 산림인 경북에서 나고 자랐다. 신 대표는 우리나라 전통 소나무 금강송에서 떨어지는 부산물을 모아 화장품으로 개발해 수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윤여경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도 활동하고 있다. 윤 교수는 "디자이너들은 일할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나는 도시 브랜딩 사업을 하면서 로컬에 있는 디자이너들과 스튜디오를 만들어 시민을 대상으로 디자인 교육활동을 했다. 도시 브랜딩 일을 통해 로컬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깨달았다"며 자신의 사례를 전했다.  

윤 교수의 말에 사회자 신 대표는 "도시 브랜딩은 도시에 이미지를 입히는 과정이기에 각 지자체가 도시 브랜딩 사업을 진행할 때 이 점을 더 고려하고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찬슬 스픽스 대표가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인구소멸위기에 대응해 섬마을에서 동물원을 조성한 사례를 발표했다. 이 대표는 친구들이 상경하는 모습을 보며 지역인구 소멸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청년이 도시로 몰리는 이유는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그는 로컬에서의 삶이 멋있어 보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섬으로 들어갔다. 섬에서 셋방살이를 하며 노인들의 집과 유휴공간을 고쳤고, 고친 공간 일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행정안전부의 청년 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했고, 팔금도에 폐교된 학교를 청년 마을의 앵커공간으로 사용하면서 공방, 도서관, 동물원 등 총 11개의 공간콘텐츠를 가진 아일랜드 테마파크를 조성했다. 

발표를 마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먼저, 사회자 신 대표가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현상과 지역의 고령화 문제, 지역 불균형 문제를 언급하며 김혜진 공동체장과 이찬슬 대표에게 질문했다.
Q. 수도권에서 할 수 없지만 로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일까? 왜 로컬을 찾게 됐는가?

(이찬슬) 내가 동물원을 일반 지역에 만들었다면 그다지 멋있지 않았을 텐데, 섬에 만들었기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단순히 기업 이익만 생각하지 않고 지역인구 소멸위기라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뒀기에 큰 가치가 창출됐다. 사회문제를 해결함에는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어 사람들이 섣불리 도전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강력한 힘을 가진 콘텐츠가 된다. 

(김혜진) 도시에서 일할 때는 일을 해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보람이 없었다. 도시생활도 각박하게 느껴졌다. 시골이 주는 자연적인 환경과 분위기가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좋았다. 청년과 지역주민이 보유한 기술을 바탕으로 일을 찾고 만들어 낼 때 보람을 느꼈다. 그 점이 로컬이 주는 매력인 것 같다. 

답변한 이 대표와 김 대표에게 청중에서 질문을 던졌다. 임팩트 생태계를 조성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에 소속해 대여공간인 헤이그라운드를 운영하는 박동주씨가 물었다. 

Q. 나는 로컬이 가진 지역소멸문제에 관심이 많다. 이에 관련해 관계인구 형성에 포인트를 둔 로컬 콘텐츠 사업이 많이 생겨났는데, 이런 발상으로 시작한 사업이 지속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지역소멸과 인구변화라는 사회문제를 콘텐츠 사업으로 막아낼 수 있을지 혹은 어떤 대안책이 있을지에 대해 패널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

(김혜진) 내가 주목했던 것은 산업이었다. 지역에 정주하는 주민과 함께 키워낼 수 있는 산업으로 한산 소곡주에 초점을 뒀다. 삶기술학교는 전통주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을 보고 사업을 키워나갔다. 

(이찬슬) 인구에 대한 관점이 관계인구, 정주인구 등이다. 나는 '활력인구'라는 관점이 있다. 
섬마을은 오지기에 산업으로 살아남지 못한다. 섬에서 공간을 만드는 과정 중 생긴 추억이 사람을 그곳에 남게 만드는 것 같다. 폐교를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 때 지자체에서 나서서 도와준다고 했으나 우리는 거절했다. 그렇게 하면 자기 것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땀 흘려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통찰력을 얻으면 더 크고 다양한 일들도 할 수 있다.  

이어 고향에서 창업한 신별 대표와 이창길 대표에게 온라인 사전질문이 주어졌다. 
Q. 태어난 지역에서 일하면서 나에게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의지하면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그런 부담감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지역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고, 청년들은 많이 떠나는데 사업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는가? 

(신별) 나는 서울에서 취업하고 싶었는데 지역에서 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에게서 직원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고향에 돌아왔다. 나는 아버지가 해오시던 사업 그대로를 답습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창업했다. 고향에서 일하며 느낀 것은 지역‧장소 구애 없이 해외를 상대로 경쟁할 수 있고, 로컬이 가진 가치와 경쟁력은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전문 인력을 모집하기 어려워 마케팅, 자금회수 등 어려움이 있다. 이때, 중간기관과 연결해 좋은 인프라를 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현재 임팩트 스퀘어의 지원사업에 참여해 어려움을 보완하고 있다. 

(이창길) 나는 인천출신이었는데도 다시 인천에 갔을 때 지역민의 텃세가 심했다. 그러나 받아들이고 버티니 이제는 37년생 어르신이 나에게 콜라텍에 가서 같이 놀자고 할 정도다. 이제는 지역 주민이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그리고 서울에서 사업할 때는 건물 가격이 비싸 건물을 임대해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다반사인데, 지역에서는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하다. 사업할 때 건물을 매입하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다.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 청년들에게 이점을 강조하곤 한다. 
 

▲ 곽인숙 행정안전부 청년 마을 만들기 사업 사무관. ⓒ라이프인
▲ 곽인숙 행정안전부 청년 마을 만들기 사업 사무관. ⓒ라이프인

세션을 마치기 전 사회자 신 대표는 행정안전부 청년 마을 만들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곽인숙 사무관에게 로컬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정부의 말을 부탁했다.  
 
(곽인숙)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일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은 많은데 우리와 연결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청년 마을 만들기 사업을 유심히 봐 달라. 이 사업 실패하지 않는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을 발굴하는 것은 정부에서 하겠다. 기업에서는 정부가 발굴한 청년들을 믿고 투자해 달라. 

곽인숙 사무관의 발언에 장내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흔들어보자, 로컬!'이라는 세션 이름답게 활력 넘치고 떠들썩한 토론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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