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사경] 파력발전 생소하세요? 인진이 보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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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사경] 파력발전 생소하세요? 인진이 보여드려요
연안파력발전 기술 보유업체 '인진' 성용준 대표 인터뷰
  • 2020.02.10 17:53
  • by 김정란 기자

그간의 기술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것이었다. 풍요로운 삶이 가져온 만족스러움에, 우리는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것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이 생각들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쓰레기 산, 플라스틱에 괴로운 해양생물들…지구가 더는 터전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들을 봐주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3~15번은 그간 우리가 미뤄두었던 기후 변화에 대한 긴급조치, 해양, 육지 자원의 보존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할, 인간과 지구,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기술은 없을까? 더는 미룰 수 없는 생각들을, 앞서 실천하며 전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있다. 라이프인이 지구를 위해 뛰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 지속가능성과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편집자 주]

 

▲ 인진은 파력발전기술 보유기업으로 친환경이면서 저렴한 비용의 전력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성용준 대표 ⓒ라이프인

주식회사 인진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에너지 전문 매거진인 'Energy CIO Insight'에서 선정하는 '에너지 기업 Top 10-2019(Top 10 Energy Tech Solution Providers of 2019)'에 선정됐다. 이외에도 SK이노베이션에서 25억 원의 투자를 받고, 영국, 베트남 등 해외국가들과 기술협약 등을 맺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인진'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그들이 '연안 파력발전'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력발전은 아직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친환경에너지 업계에서는 태양광, 풍력발전에 이어 가장 잠재력이 높은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바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생기는 파도가 갖는 풍부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상용화 가능성과 시장성이 모두 높다는 평가다.

인진의 성용준 대표는 2010년 에너지와 관련한 사업을 하기 위해 잘 다니던 대기업에서 퇴직했다. 지금은 SK이노베이션 등으로 갈라진 (주)SK에 다녔던 그는 플랜트엔지니어로 에너지와 관련된 일을 했다. 하지만 파력발전에 관련된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재직 중이던 2008년 국제유가 급등에도 경유를 이용한 디젤발전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국내 섬들을 지켜보면서 파력발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섬들이 우리나라에만 300개가 넘었다. 그런 섬들이 값이 비싼 데다 탄소배출량이 큰 디젤발전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다른 방식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없을까 생각했다"는 것이 그가 파력발전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였다.

▲ 인진은 최근 원퍼센트포플래닛에 가입하고 이익 일부의 기부를 약속했다.

회사에서 퇴직할 당시 파력발전 기술은 깊은 바다에서 전기를 만들어 해저케이블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해저케이블을 까는데 100억 원 이상 드니 작은 섬들에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타당성이 있을 수 없었다. 그는 가까운 바다의 파력을 이용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에너지 절감도 함께 검토했지만, 2010년 말 결정을 내렸다. 그는 "자신이 있었다기보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렇게 좋은 기술이 사회에서 투자를 못 받을 리 없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만들었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않더라"며 패기 넘쳤던 당시를 생각하며 웃었다.

당시는 사회적으로 임팩트투자 개념이 거의 없을 때였다. 성 대표는 "알음알음 지인들에게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시작했다. 대부분은 그냥 얼굴 보고 빌려주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사무실에 파력발전 모의실험 수조를 만들어놓고, 단계적으로 실험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런 기술이 투자를 못 받을 리가 없다"는 그의 생각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사회는 환경을 지키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2016년 와디즈를 통해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으로 4억 5000만 원의 투자금을 모은 것이 그 방증이다. 고민의 시간만큼 인진의 기술도 점차 현실화돼갔고, 제주도에 실제 설비를 마련해 실험을 성공시키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인진의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는 대부분 기업명 앞에 '소셜벤처'라는 수식어를 붙이지만 인진은 소셜벤처로 창립한 기업은 아니다. 성 대표는 "사실 '소셜벤처'라는 개념은 알지 못했고, 그렇게 창업한 것은 아닌데 언젠가부터 우리를 '소셜벤처'라고 부르시더라. 그런데 그 불려진다는 것이 갖는 힘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수식어는 남들이 붙여준 것이었지만, 사회적 가치에 대한 철학은 이미 뚜렷했다는 것을 이름에서도 볼 수 있다. "'인진(INGINE)'은 '사람과 기술을 기반으로 인류의 행복에 창의적으로 기여하자'는 뜻으로 사람 인(人)의 인과 Engineering의 GINE의 합성어다. 기업명에 파력발전을 내세우지 않고 사람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것을 내세운 것은 기술로 돈만 벌겠다는 생각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진의 정관에는 "초과 이익의 10%는 사회공헌에 사용한다"는 조항이 담겨있다. 최근에는 이런 맥락에서 매출의 1%를 지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단체 '원퍼센트포플래닛(1% for planet)'에 가입하기도 했다. 또 기업이 창출하는 긍정적인 사회적, 환경적 성과를 전반적으로 측정하는 인증제도인 '비콥(B Corporation)' 인증도 준비하고 있다. 성 대표는 "인증을 받는 것보다 인증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는 것들이 많다"고 했다. "구성원들이 '이런 인증을 받으려고 하는 기업이 일회용품을 쓰는 것이 맞나' 생각해보고, 텀블러를 쓰기 시작하는 등 내부에서 변화가 느껴진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창립할 때 우리가 원래 만들어놓았던 CI(기업 정체성)가 있었는데, 알아보니 비콥이 원하는 인증 기준이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인진의 방향성은 소셜벤처 인증과 상관없이 이미 사회적 가치 창출과 이어져 있다는 뜻이다.

▲ 인진은 SK이노베이션과 친환경 담수화 플랜트 분야 대표 기업인 두산중공업, 베트남 최대그룹 중 하나인 빈그룹 및 꽝응아이성정부와 함께 베트남 현지의 친환경 사회적 가치 창출 및 확산을 위해 다자 간 MOU 체결에 동참했다.ⓒ인진

인진의 파력발전이 상용화되는 것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성 대표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에 베트남 안시섬에서 진행 중인 사업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SK, 두산 등 대기업들과 협업을 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확실히 붙은 면이 있다"고 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그는 바람이 생겼다. 자원과 역량을 가진 대기업들이 소셜벤처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해외사업 경험과 인프라 등을 가진 대기업들이 함께 참여할 때 눈에 띄게 속도가 났다. 대기업들이 이제 시작하는 벤처기업들에게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조금의 진정성을 나눈다면 변화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후에는 인진도 그런 기업이 되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해외국가들과의 협력이 이어지면서 출장과 행사 참석 등 일이 많은 와중이지만, 성 대표의 책상에는 선도적인 혁신기업인 파타고니아의 이야기를 담은 책 '넥스트 CSR, 파타고니아'가 놓여 있다. 친환경 전기 생산이라는 인진의 기술과, 창의성으로 사회에 기여한다는 인진의 이념이 이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기대를 하고 지켜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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